정세현 "北 미사일, 확실한 체제 안전 보장 해달란 뜻"
"북미 실무협상, 예단할 수는 없지만 낙관적으로 볼 측면 많아"
2019.10.02 16:24:38
정세현 "北 미사일, 확실한 체제 안전 보장 해달란 뜻"
북미 실무협상 예비접촉을 이틀 앞두고 북한이 잠수함 탄도 미사일(SLBM)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를 두고 확실한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북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2일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동행'이라는 주제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창립 18주년‧평화네트워크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열린 토론회에서 기조 연설에 나선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SLBM은 위협적인 무기다. 그런데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앞두고 발사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협상과 관련한 담화를 발표한 뒤에 SLBM 발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는 미국에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확실하게 체제에 대한 군사적 차원의 안전보장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며 "만약 자신들을 건드리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을 표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떴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여기에 대한 대응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자신들도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정 수석부의장은 오는 5일 진행될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 "좋은 결과가 나올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몇 가지 근거는 있다고 본다"며 지난 9월 24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1월 예정인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국정원장의 국회 보고를 듣고 김 위원장이 11월 말 경에 부산에 올 가능성이 있고 이를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10월 중 또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쯤에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최선희 제1부상의 1일 담화에 그동안 북미 간 협상이 어떻게 진전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표현들이 숨어 있기도 했다"며 "최선희 부상이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는데 북한은 희망적 관측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다 못해 단어 하나를 쓰더라도 그 선택에 상당히 신중을 기하면서 말한다. 이 때문에 북미 간 상당한 정도 물밑에서 진도가 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석했다.

그는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새로운 방법'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물론 이것이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계산법'과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도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계산법 사이에 접근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최선희 제1부상이나 김명길 순회대사가 협상에 대해 '낙관하고 싶다'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 수석부의장은 이어 "그렇다면, 지금까지 애매모호하게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엄청난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만 하면서 체제 안전보장이나 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던 미국이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라며 "이는 10월 말로 예정돼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에서의 탄핵 조사를 의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자신의 탄핵과 관련한 이슈를 최소화시켜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10월 말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 탄핵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다.

그는 "이런 계산에서 미국이 이렇게 움직이면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구원투수' 역할을 하면서 양측의 접점이 빠르게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정 수석부의장 기조연설 전문이다.

▲ 2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기조연설 -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북한이 잠수함 탄도 미사일(SLBM)을 발사한 것 같다는 소식이 오늘 아침에 들려왔다. 그 문제를 두고 일부 야당에서는 북한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고 끌려다닌다는 식의 비판만 하던데 요즘 남북관계를 두고 여야 간 설전을 벌이는 것을 보면 자유당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당시 야당은 말이 되든 안되는 무조건 이승만 대통령을 비판하기만 하면 됐다. 그때는 언론 매체도 많지 않았고 정치인들의 말이 실시간으로 보도가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말이 진실인지 가짜뉴스인지도 알 수 없었다. 정치인이 무슨 말을 했을 때 박수 받고,지지 받으면 곧 여론이 되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 야당이 그런 것 같다. 정당이 정권을 잡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뭉쳐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식견을 키워야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 없이 비판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제가 처음으로 정치인이 소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 1971년 4월 18일 장충단에서 열린 김대중 후보의 선거 연설이었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국제정세를 쭉 일갈하고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기자 교류도, 스포츠 교류도, 이산가족 상봉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변 4국(미국, 중국, 일본, 소련)은 남북을 교차승인 해달라고 했다. 또 이미 미국과 소련이 가까워지고 있기도 했고 닉슨 대통령이 중국에 방문하기도 하면서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준비 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미중 간 관계도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남북교류를 해야한다는 김대중 후보의 연설을 듣고 정말 놀랐다. 당시 저는 대학원 1학년 학생이었는데,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던 학생을 놀라게 했고 감동을 느끼게 할 정도의 연설이었다. 그 연설을 생각해 보면, 요즘 남북관계 둘러싼 여야 간 설전을 보면 그 때보다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SLBM은 위협적인 무기다. 그런데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앞두고 발사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1일 오후 6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4일 북미 예비접촉을 하고 5일 실무협상을 하겠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이 이러한 담화를 발표한 이후에 SLBM을 발사했다는 것은 미국에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확실하게 자신들의 체제에 대해 군사적으로 안전보장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만약 자신들을 건드리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을 표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지난 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떴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여기에 대한 대응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자신들도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있는 SLBM 발사를 두고 소위 '남한 패싱'이라고까지 해석하는 것은 자유당 시절로 퇴보하는 해석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오는 5일 열릴 북미 실무협상이 좋은 결과가 나올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몇 가지 근거는 있다고 본다. 우선 지난 24일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11월 하순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고 한다. 국정원장이 국회에 보고할 때 근거가 없거나 그저 낙관적 전망만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책임 문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저는 국정원장의 국회 보고를 듣고 김 위원장이 11월 말 경에 부산에 올 가능성이 있고 이를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10월 중 또는 10월 말에서 11월 초쯤에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북미 간 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가 시작되려면, 미국이 셈법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27 또는 9.19에서 합의했다가 유엔 대북제재 때문에 하지 못했던 남북 간 경제협력 사업 등을 활성화하기 위한 회담을 한 번은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선희 제1부상의 1일 담화에는 그동안 북미 간 협상이 어떻게 진전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표현들이 숨어 있기도 했다.

우선 최 부상에 앞서 지난 9월 20일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담화를 통해 "미국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북미) 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최 부상은 1일 담화에서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희망적 관측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다 못해 단어 하나를 쓰더라도 그 선택에 상당히 신중을 기하면서 말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말을 종합했을 때 북미 간에 상당한 정도 물밑에서 진도가 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새로운 방법'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물론 이것이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계산법'과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도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계산법 사이에 접근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최선희나 김명길이 낙관하고 싶다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 정세현 수석부의장 ⓒ프레시안(최형락)


그렇다면, 지금까지 애매모호하게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엄청난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만 하면서 체제 안전보장이나 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던 미국이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이는 10월 말로 예정돼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에서의 탄핵 조사를 의식한 것 아닌가 싶다. 만약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 즈음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뉴스 가치 면에서 하원의 탄핵 조사를 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계산이 깔려있어서 미국이 지금 서두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 이렇게 움직이면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구원투수' 역할을 하면서 양측의 접점이 빠르게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긍정적 진전을 일궈내고 합의가 가속화되기 시작하면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야 하는데 그 때가서는 어떤 일을 해야할지에 대해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시에 이야기됐고 조문화됐던 것이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그리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문제다.

이 중 철도‧도로의 현대화는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연내 착공식을 명시했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26일 개성에서 실제 착공식을 열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은 9.19 때부터 이 공동선언에 불만을 드러냈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착공식이 12월로 미뤄진 측면도 있다.

물론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북한에게는 좋은 카드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서는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보다 훨씬 더 중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이뤄져야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지정했던 22개 경제 특구가 작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안이 먼저 이뤄지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8.15 경축사에서 강조한 평화경제로 나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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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