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까지, 미세먼지의 계절이 또 왔다
[함께 사는 길]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대만큼 작동하려면
겨울에서 봄까지, 미세먼지의 계절이 또 왔다
똑같이 미세먼지에 단기간 노출돼도 사람마다 받는 인체 영향은 여러 수준으로 다르다. 약자의 피해 수준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대기 중 미세먼지 오염농도가 올라가기 전 조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 따른 비상저감조치는 대응 시기가 이미 오염이 가중된 뒤라 동원되는 사회적 대응 물량 대비 효과가 적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기는 겨울~봄철에 주로 집중되며, 이 시기 시행되는 긴급 처방인 비상저감조치의 효과 또한 국민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제안한 이유가 거기 있다. 일회적 고농도 오염에 대처하는 것보다 주 발생 시기를 관리하는 것은 대응 정책과 물량의 동원에 더 유연하고 탄력적인 운용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저감 위한 7대 부문 21개 과제


지난 10월 '과거와 차별화되는 과감한 미세먼지 처방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중심으로 하는 제1차 국민정책제안을 내놨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2019.4.) 이후 국민정책참여단을 구성하여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정책 논쟁, 국민대토론회, 전문가 검토 등 5개월에 걸친 숙의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제안이다.

제안의 목표는 12월부터 3월을 '고농도 미세먼지 계절'로 정해 집중적인 저감조치를 실시해 배출량을 전년 동기 대비 20퍼센트에 해당하는 2만3000톤 이상을 줄이는 것(이하 계절관리제)이다. 제안은 7개 부문(산업·발전·수송·생활·건강보호·국제협력·예보강화)의 21개 단기핵심과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한편 4대 부문(중장기 국가비전 설정·친환경 수송 혁신·에너지전환·기후대기통합관리)의 8대 중장기는 추가 공론화 작업을 거쳐 내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목표에서 수단까지, 보완할 곳은?

오는 12월부터 시행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이발지시(已發之矢),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다. 미세먼지 20퍼센트 저감 목표 달성이라는 과녁에 명중하기 위해 필요한 보완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많은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규모가 아쉽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의 요구는 집중 관리기간 중 총 석탄발전소 절반의 가동 중단을 요구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가동 중단 석탄발전소를 더 늘려야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둘째 여수산단에서 발생했던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 사건 등을 볼 때, 전국적으로 이런 사건의 재발 방지에 1000명의 민관합동점검단으로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인력과 역량 확충이 필요하다.

셋째, 수송 부문에서는 경유세 조정, 유가보조금 개편,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실시 등 핵심 정책 시행이 미루어진 상태다. 미세먼지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제도 개선과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에 덧붙여 중요 과제를 뒷받침할 법안 마련도 필요하다. 지난 3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대기환경보전법', '학교보건법' 등 미세먼지 관련 8개 법안이 제정·개정 의결됐지만, △대형 사업체 배출통계 감시 △소규모 배출사업장 환경정보 등록 △과다 배출 노후차 대상 제작사 의무 조기 폐차 비율 권고 △자동차 등급별 환경개선부담금 조정 △자동차 배출가스 검사 강화 및 환경등급제 확인 등 산업과 수송 부분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중요한 과제 수행을 뒷받침할 제도 정비가 빠졌거나 누락됐다. 법 정비 못지않게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역할분담과 협력체계도 현 수준보다 강화돼야 한다.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이 직면한 지역의 이슈와 논점에 맞게 권역별 미세먼지 관리체계와 계절관리제가 정책적 조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미세먼지종합계획', '권역별 대기환경기본계획' 등 정부의 미세먼지 법정계획 수립과정에서 계절관리제 제안 내용이 연계 반영돼야 한다.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에서 국외 유입 요인과 국내 배출 요인의 기여율 차이에 관한 논란이 여전하다. 이 논란이 정부의 기존 미세먼지 대응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돼온 점을 생각할 때 '한·중 푸른하늘 파트너십' 구축의 실효성을 높일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파트너십 구축의 핵심사업으로 '미세먼지 저감 실증사업을 지역 거점 클러스터 사업으로 확대'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협력을 넘어서는 에너지 전환정책에 관한 공동의 이해 구축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탄소·저공해·탈전원 에너지원으로의 변경에 대한 기후정치상의 양국 공동의 이해가 존재하므로 파트너십을 양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연계해 더 높은 수준의 대기에너지기후협력체제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외교역량의 집중적 투자가 요구된다.

정책 수행을 시민이 감시하게 하라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집중된 기간에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국민, 기업, 정부 등 국가 구성체의 상호 지원과 협력이 중요하다. 협력이 체계화되려면 계절관리제 제안 과제들의 추진 일정표, 업무분장, 예산, 추진체계 등에 대한 더욱 분명하고 공개적인 제시가 필요하다. 시민사회 가 그 정보에 접촉할 수 있어야 시민에 의한 정책 감시가 가능하다. 시민 감시가 어려운 그 어떤 좋은 정책도 의도만큼, 의도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계절관리제는 시민들이 함께 만든 미세먼지 관리정책이다. 시민들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의 체계적이고 일상적인 공개와 이를 통한 사회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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