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강대국, 중국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도 중국이 '기회'인 이유
글로벌 강대국, 중국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ASEAN+5, RCEP 협정문에 합의하다

지난 11월 4일 아세안 10개국과 한, 중, 일,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이하 RCEP) 정상회의에서 협정문에 서명했다. RCEP은 이들 국가들에 인도까지 참여하는 '메가 FTA'이다.

협정문의 서명은 2011년 11월 아세안이 동아시아 역내의 경제 통합을 주도하기 위해 아세안+6 형태의 RCEP에 관련한 '기본안(ASEAN Framework)'을 제시하고, 2012년 11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관련한 협의를 시작한 지 7년 만의 일이다. 2013년 5월, 제1차 협상 이후 7년에 가까운 기간 총 3차례의 정상회의, 16차례의 장관회의, 28차례의 협상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 쉽지 않은 결과다. 실제 최초의 타결 목표는 2015년이었으나, 다양한 이유로 지금까지 지연된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인도의 경우 중국산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을 우려하며 자국 시장 보호의 차원에서 보류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에 본 협정에 서명한 15개 국가는 2020년 타결을 목표로 협정문 검토를 개시하고, 서명을 보류한 인도가 최종 타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협정이 타결이 아닌, '협정문 합의'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목표한 연내 타결은 실패라고 한계를 지적하고 있지만, 최종 타결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간 것은 분명하다.

이를 둘러싼 논의와 갈등

사실 RCEP 논의 초기에 중국은 당시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이하 TPP)에 대항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했다. 그러나 2017년 미국에 들어선 트럼프 정부는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TPP 탈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남은 11개 국가는 일본 주도로 명칭을 바꾼 CPTPP를 체결했다. 그러자 중국은 더욱 협상 속도를 높였고, 마침내 전 세계 인구 47.5%, GDP 32.1% 규모의 초대형 FTA 협정문 합의가 성사됐다.

그런데 중국이 주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RCEP 협정문 합의가 알려진 4일, 미국 국무부는 공교롭게도 인도-태평양 보고서(A Free and Open Indo-Pacific: Advancing a Shard Vision)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전반을 서술하는 것으로 역내에 협력이 필요한 국가로 호주, 일본, 한국 등을 언급하고, 공동 대응해야 하는 위협으로 중국의 악성 사이버 공격, 역내 항행 제한, 해양 안보, 환경 문제 등을 강조하며 중국 견제 의도를 강하게 드러냈다.

중국도 뒤를 이었다. 다음 날인 5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中国国际进口博览会)를 방문하여 중국은 국제협력 선도자이자 다자주의 지지자로서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반대하며, 향후에도 국제협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근거, 국제사회 각종 협력 노력들을 훼손하고, 타국에 무역 통상 압박을 가했으며, 중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세계 경제를 위협해왔던 일방적 행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중국의 연성균형, 기회를 맞이하나?

이는 미중 간 전략 갈등 일환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 중국의 부상은 더욱 두드러졌고, 이는 글로벌 및 동북아 정세와 질서에 막대한 변화를 초래했다. 나아가 중국은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소프트파워 신장에도 노력해왔다.

반면 미국은 2000년대 이후 상대적 쇠퇴가 더욱 표면화되고, 2008년 그가 초래한 금융 위기는 그나마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였던 소프트파워 부분도 타격을 입혔다. 그러자 미국은 지난 몇 년간 다각적인 중국 견제로써 이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이 고립주의 전략으로 국제협력에 소극적 태도를 드러내면서 비군사적 수단으로 상대를 견제하는 중국의 연성 균형(Soft Balancing) 전략이 기회를 맞이했다. 연성균형 전략이란 소프트파워 확대로 자국에 동조하는 국가를 늘리고, 이로써 상대방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그간에 하드파워 중심의 경성 균형(Hard Balancing) 전략과 동시에 비군사적 견제방식, 주로 적극적인 국제협력 참여와 주도를 통해서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현재는 국제경기 침체와 미국과 갈등으로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은 어려워졌다. 글로벌 악재와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의 갈등도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소프트파워 확대에 꾸준히 노력해왔고, 그러한 측면에서 이번 협정문 합의는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최종적인 타결은 아니지만, 글로벌 강대국으로 성장하려는 중국의 중장기적 목표에 단계적 성과이자, 국내외 경기 침체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란 불확실성 속에서 거둔 쉽지 않은 승리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편, 미국과의 갈등이 길어지며 중국의 미래를 비관하는 이들이 늘었다. 미국의 견제에 결국 주저앉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 2위 규모 경제 대국이고,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더 이상의 고속 성장은 본래 불가능한 것이었다.

실제로 수출은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내수에서 소비와 투자도 부진하다. 나아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듯이 중앙 및 지방 정부와 공기업을 포함하는 국가부채, 그림자금융, 부동산거품 등 구조적인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세계가 우려하는 중국의 6%대 성장률은 미국 2.4%, 글로벌 평균 3%에 비하면 우수하고, 그 하락 폭도 -0.4%로 미국 -0.6%, 글로벌 평균 -0.6%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나아가 중국은 14억 명 규모의 국내 시장을 가지고 있기에 내수의 진작으로 성장이 가능하다. 그리고 중국은 현재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하여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는 동시에 장기전에 대비, 금리개혁, 관광 및 소비촉진, 취업률 제고, 유통업 활성화 등의 종합적인 국내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미래를 비관하는 다양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실상은 조금 다르다. 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목표인 2020년, 2010년 GDP 2배로의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 2019년을 기준으로 2010년 GDP 2배 목표의 94.1% 수준에 도달했고, 2020년 5.9%만 달성하면 실현된다. 그리고 소프트파워 확대를 통해서 명실상부한 강대국으로 성장하려는 노력도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섣부른 판단으로 중국을 놓아버리기엔 중국은 여전히 기회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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