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지 않지만 꼰대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최재천의 책갈피] <90년생이 온다>
"심각하지 않지만 꼰대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요즘 애들 효과(kid these days effect)'라는 학문 용어가 있다. 늘 시대의 연구주제이기도 하다. 세대론 일수도 있고, 구세대가 느끼는 신세대에 대한 당혹감일 수도 있다. '요즘 애들 효과'란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인의 점토판이나 로마 시대의 유적에서도 발견됐다는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한탄에서 착안한 용어다. 역설적으로 이런 방식의 용어를 사용하는 자체가 우리식 표현으로 '꼰대' 일 수 있다. 

전직 기자 출신 기업인이 젊은 친구들을 이해해야 한다며 <90년생이 온다>를 선물했다. 놀랐다. 초판이 2018년 11월이고 지금 펼치고 있는 책은 19년 10월 11일 인쇄인데 무려 128쇄 째다. 우리사회의 관심일 것이고 나의 무지, 혹은 게으름 탓일 게다. 책 중간에는 23개 문항으로 된 '직장인 꼰대 체크 리스트'가 있다. ('꼰대'는 청소년들이 '권위적인 어른'을 비꼬는 은어에서 시작된 말이다.편집자) 다행스럽게도(?) 딱 3개만 해당했다. 둘만 적자면 1)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요즘 세대를 보면 참 도전정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2)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후배 사원이 거슬린다. 1개부터 8개까지가 "꼰대입니다, 심각하지 않지만 꼰대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에 해당한다. 어쨌든 책에 따르면 나도 꼰대다.

책은 90년대 생의 특징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간단함이다. 이들은 길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둘째, 재미다. 80년대 생 이전의 세대들이 소위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90년대 생들은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셋째, 정직함이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정직함이란 성품이 정직하다거나, 어떤 사실에 솔직하거나 순수하다는 'Honest'와 다르다. 나누지 않고 완전한 상태, 온전함이라는 뜻의 'Integrity'에 가깝다. 이들은 이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다. 

90년대 생들을 이해해보겠다는 순수한 목적으로 이 책을 훑었다. 한두 가지 덧붙이고 싶은 특징이 있다. 첫째, 90년대 생들은 혼자라는 것. 외동이로 태어났고 휴대전화만 있으면 혼자서도 잘 놀고 혼자서도 잘 먹고 잘 마신다. 사회성과 반대되는 차원이 아닌 독자성, 혹은 홀로섬이다. 둘째, 불안감이다. 구세대의 특징은 성공이라는 목표의 단일성 혹은 우직함에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 복잡한 미래가 장벽처럼 자리한다. 그런 차원의 불안감이다. 내가 90년대 생들에게 느끼곤 하는 특징이다.

▲ <90년생이 온다>(임홍택 지음) ⓒ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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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