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황금시대'를 만화로 만난다
[프레시안 books] <라 벨르 에뽀끄>
2019.12.14 09:12:17
'유럽의 황금시대'를 만화로 만난다
유럽의 황금시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은 지금도 그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시대다. '벨 에포크'라는 영어로 우리에게 알려진 '라 벨르 에뽀끄(la Belle Epoque, 아름다운 시대)'다. 세계 각지를 피로 물들이며 세운 제국주의 식민 시장이 건재했고, 유럽 내에서는 화염이 사라졌다. 식민 착취로 부를 거머쥔 제국 열강의 귀족과 부르주아들은 세기말의 영광에 올라타 다가오는 신세기를 잔뜩 기대했다. 당시를 향수하는 시각은 이후에도 스팀 펑크 문화 등을 통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영광이 가득하던 유럽은 여전히 이면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피카소가 몽마르트에서 사랑을 키워가던 동시에 같은 곳에서는 빠리꼬뮌의 전사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빅토리아 왕조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영화로움을 즐기던 시기 착취적 자본주의의 광기는 식민지는 물론 자국 영국 노동자들의 등골까지 빨아먹고 있었다. 이에 분노한 무정부주의자들은 테러로 추악한 영국의 제국주의에 맞섰다. 식민 자본주의를 향한 분노는 마르크시즘을 낳았고, 이를 받아들인 레닌이 사상 최초의 공산 혁명을 일으킨 시기도 이 때다. 

아시아에도 평화와는 거리가 먼 거대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었다. 휘청이던 청 왕조가 무너지며 거대한 대륙 중국이 서구 식민주의와의 싸움, 봉건 체제와의 싸움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식민주의자들에 맞서 인도에서 거대한 민족주의 항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긴 시간 평화 속에 잠자던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과거적 왕권 강화와 동시에 근대화의 발걸음을 시작해 조선을 식민지화했다. 

결국 라 벨르 에뽀끄의 평화와 번영이 축적한 자본과 기술력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막을 내리고, 평화는 끝났다. 이 전쟁으로도 해결되지 못한 식민 체제의 잔재는 2차 세계대전으로까지 이어져 전 세계를 화마로 휩쓴 후에야 20세기 질서의 문을 열었다. 

<라 벨르 에뽀끄>(신일용 지음, 밥북 펴냄) 시리즈는 이 번영과 착취, 평화와 혁명의 동시기를 정리한 만화책이다. 오는 20일 3권이 나올 예정이다. 

작가는 이 시기 유럽은 물론, 격동한 아시아 등 세계 다른 나라 역사까지 함께 훑는 거대한 작업을 책에서 이어갔다. 어느 일각의 시각에 치우치지 않은 채 넓은 시각으로 이 시대 지구를 조명한다. 거대하고 담대하면서도 세밀한 눈을 가져야만 가능한 대담한 시도의 결과다. 

저자는 만화책 마니아에게도 익숙한 이가 아니다. 30년 가까이 해외 마케팅을 한 기업인 출신이다. 저자 신 작가는 1984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한 후 삼성 SDI 상무, 갤럭시아컴즈 대표, 세아창원특수강 전무 등을 지냈고 지금도 코스닥 상장 기업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내용은 탄탄하고 알차며, 작화는 세밀하다. 

▲ <라 벨르 에뽀끄>(신일용 지음) ⓒ밥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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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