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조현아의 반격...한진그룹 '남매의 난' 발발
경영악화 속 경영권 분쟁 조짐에 주가는 오히려 급등...왜?
2019.12.23 16:20:21
'땅콩회항' 조현아의 반격...한진그룹 '남매의 난' 발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조현아 측은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내고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 왔으며,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복귀를 시도하는 등 경영권 공동 행사를 원했으나 좌절되자, 내년 3월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회장에 대해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4월 8일 작고한 선친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에 따르면, 가족과 협의 없이는 조 회장이 독자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조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은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을 따라 상속돼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모친 이명희 고문 5.27%로 사실상 거의 균등 분할돼 있다.

조원태 회장도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면서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조 회장은 "선친이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앞으로 나한테 결재 올리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하되 누나·동생·어머니와 협조해서 대화해서 결정해 나가라'고 했다"며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삼남매가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선친의 유훈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누나 조 전 부사장이 공개 비판하자 크게 당황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조 전 부사장 측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혀 경영권 행사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러나기 전까지는 대한항공 부사장, 칼호텔네트워크 사장 등으로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쳤다. 사건 3년 4개월 뒤인 지난해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으나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과 함께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재차 물러났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한진그룹 삼남매간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와 관련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하여 행사돼야 한다"면서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며, 국민과 주주 및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양상이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10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3분기에는 흑자전환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1년 전보다 70%나 감소했다. 최근에는 2013년 이후 약 6년 만에 희망 퇴직 신청에 돌입했다.

이 와중에 한진칼은 내년 주총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인데, 조 전 부사장 측이 제동을 걸면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모친 이명희 고문도 조 전 부사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등 지분 대결이 벌어질 경우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펀드·15.98%)가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하는 대주주로 떠오른 상황에서 조 회장 일가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는 등 주가 상승을 자극하는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우외환이 벌어지는 한진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진칼의 주가는 이날 20%, 한진칼 우선주는 30% 가까운 상한가로 급등했다. KCGI 측은 이날 한진칼의 지분을 최근 장내 매수로 추가 취득해 직전 보고일인 5월 28일의 15.98%에서 17.29%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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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