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 소각' 일파만파… 아프간 공항 테러로 9명 사망
"탈레반, 이번 사태 적극 활용"
2012.02.27 17:34:00
'코란 소각' 일파만파… 아프간 공항 테러로 9명 사망
아프가니스탄에서 '코란 소각'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27일로 일주일째 계속 계속되면서 탈레반이 주도한 보복 공격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이날 새벽 아프간 동부 잘랄라바드 공항 출입구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 공항은 민간 및 국제 군사공항 겸용이다.

▲ 코란 소각 사건 직후부터 일주일이 지나도록 미군 주둔 기지 주변 곳곳에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연합
탈레반 "코란을 불태운 군인들에 대한 보복"

이 폭발로 민간인 6명과 공항 보안요원 2명, 군인 1명 등 9명이 사망했으며, 탈레반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즉각 "이번 공격은 코란을 불태운 군인들을 겨냥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AP>는 "지난주 초 미국이 아프간 주둔 기지에서 코란 등 이슬람 종교서적 수백권을 소각하다가 아프간인 노무자들이 현장에서 목격한 사건을 탈레반이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고 분석했다.

앞서 탙레반은 수도 카불에서도 가장 안전하다는 내무부에서 미국의 군사고문단 장교 2명이 내무부 직원으로 추정되는 20대 남자에 의해 살해된 것도 자신들이 주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도 이 사건은 내무부에 탈레반 동조 세력이 없으면 벌어질 수 없는 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는 나토 직원들은 모든 정부 기관에서 전원 철수한 상태다. 아프간 전역에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북부 쿤두즈에서만 2만 여명 시위, 미군 7명 부상

코란 소각에 항의하는 시위도 아프간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다. 전날에도 아프간 북부 쿤두즈 주에서만 무려 2만여 명의 시위대가 미군기지에 몰려들어 수류탄까지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 과정에서 수류탄 폭발로 미군 7명이 부상당했으며, 미군 기지에서 응사하면서 시위대 1명도 숨졌다. 아프간 내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번 사태로 미군 4명을 포함해 32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당했다.

이번 사태의 파장에 미국 정부는 당황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실수라면서도 심각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속하게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마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카르자이 대통령과 아프간 주민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지만, 사태를 진정시키는 효과보다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정치공세에 시달리게 됐다.

오바마 사과에 공화당 대선 주자들 일제히 비난 공세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너무 저자세를 보였다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릭 샌토럼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약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고의가 아닌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밋 롬니 후보도 "미국은 아프간 국민의 자유를 위해 큰 기여를 했다"면서 "이런 시점에 사과를 하는 것은 미국 국민들로서는 지지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비난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8년 전 부시 정부 때도 의도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도 같은 말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불과 몇 주 사이, 반미 감정이 가시적 분노로 표출"

이번 사태로 미국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뉴욕타임스>는 "아프간의 군과 경찰을 훈련시킨 뒤 병력을 철수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행정부와 국방부 고위 각료들 사이에서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그동안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아프간 군경을 훈련시켜 왔지만 이들 병력 자체가 대부분 '위험할 정도로 믿을 수 없는' 자원들로 분류되고 있다"면서 "불과 몇 주 전만해도 아프간의 반미 감정은 느껴지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눈에 보이는 분노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의 한 관료는 "지금처럼 빠르게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철군 계획은 변경될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계획대로 될 수 있겠느냐고 보는 쪽에서 제시할 근거들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원론적인 입장은 어떻게 해서든 예정된 계획을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약속을 지켜내려면 정치적인 대가를 더 크게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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