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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조사관 "방호복 입고 벗는 교육 받긴 했는데…"
[단독 인터뷰] "민간 역학 조사관, 임명 받은 적 없어"
최종수정 2015.06.26 07:21:46 | 강양구 기자 | tyio@pressian.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막았다 싶으면 저쪽이 뚫린다. 급기야 정부도 "진정세"라던 지난 주말의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사실 곳곳이 지뢰밭이다. 가장 큰 걱정은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투석실이다. 165번(79) 환자는 9일 증상이 나타나고서 16일 격리되기까지 2~3일 간격(11일, 13일)으로 이 병원 지하 1층 투석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신장 기능이 망가져 몸속에 쌓인 독성 물질을 소변으로 배출하지 못하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들은 2~3일에 한 번씩 투석을 받는다.

만약 165번 환자가 이곳에서 투석을 받던 다른 환자를 감염시켰다면 정말로 큰 문제다. 신장 투석을 해야 하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서 다른 사람보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신장 투석실이 오염돼 감염자가 대거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173번(70·여)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강동성심병원도 문제다.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 이 환자는 10일부터 증상이 나타났지만 22일까지 목차수내과, 본이비인후과, 강동신경외과, 강동성심병원 등을 찾았다. 특히 증상이 심해지고 나서 방문한 강동성심병원에서는 18일부터 22일까지 정형외과, 중환자실 등에 입원해 있었다. 병원 내 대량 감염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상황을 가장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이들이 바로 역학 조사관들이다. 지난 한 달간 현장을 누볐던 34명의 역학 조사관은 이미 탈진 직전이다. 정부는 이들을 대신해 민간 역학 조사관을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주로 의과 대학의 예방의학 교수나 전공의다.

메르스와의 싸움에 전격 투입된 이들이 처한 상황은 블랙 코미디다. 6월 초부터 비공식적으로 역학 조사에 투입되었고, 이번 주부터 현장에 투입된 민간 역학 조사관 '닥터 Y'를 만났다. 그는 서울 소재 한 의과 대학의 예방의학과 전공의다. 신분이 밝혀질 경우에 발생할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 처리한다.

"민간 역학 조사관? 정식 임명 받은 적 없어요!"

프레시안 : 언제부터 역학 조사관을 활동하기 시작했나요?

닥터 Y : 잠깐만요. 먼저 확실히 해야겠어요. 저는 한 번도 공식적으로 역학 조사관으로 임명받은 적이 없어요. 현장에서 역학 조사를 하고 있지만, 정작 내가 진짜 역학 조사관이긴 한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냥 6월 초부터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서 역학 조사를 돕다가 이번 주부터는 현장에 투입되었죠.

프레시안 : 역학 조사관으로 임명을 받은 적이 없다고요? 오늘(25일)도 정부는 민간 역학 조사관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만….

닥터 Y : 그러니까 이상한 일이죠.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는 한 번도 공식적으로 민간 역학 조사관으로 위촉을 받은 적이 없거든요. 위촉장을 받은 적도, 계약서에 서명을 한 적도 없습니다. 사실 저의 소속이 정확히 어딘지도 알지 못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역학 조사관으로 활동을 하면서 보수를 얼마나 받는지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아, 한 역학 조사관은 이런 일도 당했죠. 본인이 역학 조사를 분명히 했는데, 정작 보고서에는 다른 사람 이름이 적혀 있더래요. 사정을 알아봤더니, 공식적으로는 역학 조사관이 아니니까 그 전에 역학 조사를 담당했던 공식 역학 조사관의 이름을 써 넣은 거죠. 정말로 씁쓸한 일이죠.

프레시안 : 그럼, 처음에는 어떻게 역학 조사에 투입된 건가요?

닥터 Y : 짐작컨대, 보건 당국이 대한예방의학회에 역학 조사 인력을 지원해 달라고 협조 요청을 했던 것 같아요. 이미 5월부터 대한예방의학회 소속 교수 몇몇은 평택성모병원 역학 조사 등에 지원을 했었거든요. 그 때도 전공의 몇몇은 해당 교수를 돕느라 역학 조사에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런 맥락에서 6월 5일부터 예방의학 전공의들이 역학 조사 보조 등으로 현장에 투입되었죠. 그러다 기존의 34명 역학 조사관이 과로로 탈진 상태가 되니까, 아예 그런 보조 인력이 민간 역학 조사관으로 바뀌어 현장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제가 딱 그런 경우죠. 지금 21명의 예방의학 전공의가 현장에 투입되었거나, 대기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 그럼, 현장에는 어떻게 투입되나요?

닥터 Y : 글쎄요. 새벽의 인력 용역 시장을 연상하면 될 것 같네요. 평택에서 몇 명, 구리에서 몇 명 필요하다고 '주문'이 들어오면, 여건이 되는 민간 역학 조사관이 손을 들어서 그곳으로 이동합니다. 그 과정에서 장소 전달이 잘못 되어, 엉뚱한 곳으로 갔다가 헛걸음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프레시안 : 정말 보수도 모르나요?

닥터 Y : 일당 얼마다, 이런 소문만 무성하죠. 소속이 명확치 않으니 받을 수나 있을지 의문이고요. (웃음)

"방호복 입고 벗는 교육을 받긴 했는데…"

프레시안 : 들으면 들을수록 어처구니가 없는데, 교육은 제대로 받았나요? 정부는 활동에 앞서 교육을 했다고 하던데요.

닥터 Y : 지난 19일(금) 오송(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본부에서 간단한 교육을 받았죠.

프레시안 : 어떤 교육이요?

닥터 Y : 방호복 입고 벗는 법 등.

프레시안 : 이전에 방호복을 입어본 적은 있나요?

닥터 Y : 감염 내과 전공이 아닌 다음에야 다른 의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텐데, 저는 이전에 한 번도 방호복을 입어본 적이 없어요. 강릉의료원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레벨 D'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179번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되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레벨 D 방호복조차도 이번에 처음 입어봤습니다. 사실 지금도 제대로 입고, 벗고 있는지 의문이죠.

프레시안 : 다른 분은요?

닥터 Y : 사정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이번 주부터 처음 현장에 투입된 다른 민간 역학 조사관도 레벨 D 방호복을 벗다가 장갑부터 벗은 모양이에요. 사실 방호복은 입을 때보다 벗을 때 훨씬 조심해야 하거든요. 방호복이 바이러스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아무튼 그 분도 그런 실수를 하고서 굉장히 찝찝해 하더라고요.

"자칫 감염이라도 되어 바이러스 전파자가 되면…"

프레시안 : 그러고 보니, 만약에 역학 조사 과정에서 감염되면 어떻게 되나요?

닥터 Y : 저희가 제일 걱정하는 것도 그 부분이에요. 감염 가능성이 큰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건 확실하니까, 감염될 수도 있죠. 자신이 감염되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자칫하면 가족, 지인 또 다른 이들에게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잖아요. 그게 사실 제일 무섭습니다. 그건 정말 역학 조사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큰 잘못이잖아요?

프레시안 : 그런 잘못을 했을 때 책임은 누가 집니까?

닥터 Y : 그게 답답한 부분이라니까요. 저희가 역학 조사 과정에서 감염 가능성을 말하면 어떤 공무원이나 교수는 웃어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는 식인데요. 그렇게 방심하다 의료진 감염이 계속 나오고 있는 거잖아요. 더구나 저희는 신분도 불확실하니까, 도대체 우리가 해서는 안 될 잘못을 저질렀을 때 도대체 그 책임 문제는 어떻게 되는지….

"메르스 유행에 주판알부터 튕기는 분들을 보면…"

프레시안 : 현장에서 역학 조사 업무는 잘 이뤄지나요?

닥터 Y : 그럴 리가요. 현장을 가보면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메르스 신속 대응 팀, 역학조사반, 지방자치단체 대응 팀, 보건소 대응 팀, 병원 대응 팀이 섞여 있어요. 이들이 중구난방으로 움직이니 어떻게 효율적인 대응이 되겠어요. 역학 조사에 필요한 자료 열람하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그러고 보면, 정말로 우리가 참 운이 좋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이렇게 대응이 엉망인데도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낮고, 또 그 독성도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니까 이 정도에서 그치고 있잖아요. 만약에 메르스가 아닌 다른 무서운 감염병이 돌았을 때도 이런 엉망진창 대응이라면…. 정말로 무섭습니다.

프레시안 :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현장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바이러스와 싸우는 분들 덕분도 있죠.

닥터 Y : 그렇죠.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로 살신성인의 자세로 일하는 역학 조사관들이 있습니다. 거의 일당백으로 밤새 가며 역학 조사에 몰입하는 교수도 있고, 또 이런 상황에서도 군말 없이 정말 역학 조사에 헌신적인 전공의도 있고요.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자세를 다잡게 됩니다. 어떤 분들의 불편한 모습과 대비되죠.

프레시안 : 어떤 모습이요?

닥터 Y : 당장 주판알부터 튕기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메르스 유행을 계기로 어느 학회로 돈이 많이 들어올 거라는 둥, 국가 방역 체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자리가 많이 생길 거라는 둥. 심지어 메르스 유행을 논문으로 쓰면 세계 최고 과학, 의학 잡지 게재는 기정사실이라고 신나 하는 분들도 있죠. 제가 너무 삐딱한 건가요?

"메르스 유행, 지뢰밭이 터지지 않기를…"

프레시안 : 메르스 유행은 어떻게 될까요?

닥터 Y : 지난 주말부터 "조기 종식"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잖아요.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사실 지뢰밭이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다행히 지뢰가 안 터지고 메르스 유행이 끝나면 좋겠지만, 지뢰밭이 터지면 어떻게 되겠어요? 중구난방 대응 체계에다가 저처럼 미숙한 역학 조사관 등까지 염두에 두면 아찔하더군요. 이렇게 언론에 나서기로 결심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프레시안 : 당장 현장에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닥터 Y : 우선 앞으로 당분간 현장에서 메르스와 싸우게 될 민간 역학 조사관의 신분을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신분이 확실해지면 저희의 책임 소재도 덩달아 명확해질 테고요. 또 지금이라도 현장의 대응 체계를 어떤 식으로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정말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뒤늦게 민간 역학 조사관을 어떻게 운용할지를 놓고서 대한예방의학회 차원에서 보건 당국과 공식적인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한 대학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민간 역학 조사관 운용에 대한 용역을 받는 식이 될 거라고 하던데…. 아무튼 그런 협의가 끝나면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해 봐야죠.

프레시안 : 항상 건강 챙기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닥터 Y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메르스 유행이 얼른 끝나야 할 텐데요. 제발!
 
 
강양구 기자 (tyio@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