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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행복’과 ‘선한 영향력’으로 향하는 어린 과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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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행복’과 ‘선한 영향력’으로 향하는 어린 과학자들

‘2021 대한민국인재상’ 경남 수상 고교생 차민준‧윤준호‧장나라‧장지원…일반부는 박송은 교사

과학반 선발에서 떨어졌던 아이는 담당 선생님께 부탁을 해달라고 부모에게 졸랐다. 학부모 전화를 받은 교사는 아이를 불러 야단쳤다. 아이는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말했다. “나도 실험하고 싶어요!” (창원과학고 차민준 학생)

로봇을 좋아했던 아이는 중학생이 되면서 각종 과학경연대회에 출전하는 걸 즐겼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상을 받기 시작했고, 로봇으로 누군가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게 더 없이 좋았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로봇분야 과학자와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경남로봇고 윤준호 학생)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2021 대한민국인재상’에 경남의 고등학생 4명과 현직 교사 1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28일 정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고교생 분야 50명과 대학생‧일반인 분야 50명 등 모두 100명이 선발돼 교육부장관상과 상금 200만 원을 받았으며, 경남에서는 창원과학고등학교 차민준 군과 경남로봇고등학교 윤준호 군, 진주 삼현여자고등학교 장나라 양, 경남과학고등학교 장지원 군을 비롯해 진해용원고등학교 박송은 교사 등 모두 5명이 영예를 안았다.

▲2021 대한민국인재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창원과학고 차민준, 경남로봇고 윤준호, 진주 삼현여고 장나라, 경남과학고 장지원 학생. 맨 오른쪽은 일반부 수상자인 진해용원고 박송은 교사. ⓒ경남교육청

“나도 과학실험 하고 싶어요!”

창원과학고 차민준(3학년) 학생은 우리나라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환경 강연을 통해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미세플라스틱 오염 수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부터였다.

남해안의 멸치와 동해안의 양미리, 도루묵 등 어종의 소화기관을 분리하고 유기물 분해와 밀도차 분리 등의 과정을 거쳐 다양한 종류의 미세플라스틱이 국민 먹을거리의 보고인 우리 바다 생물에서 검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앞으로 국내 플라스틱 사용 규제와 함께 다양한 환경정책 수립에 기반이 되는 연구자료로서 활용 가치가 높으며, 시민들의 환경교육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차민준 군은 올해 열린 제8회 APEC 과학영재 심포지엄에 초청받아 이 연구의 가치를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전 세계 청소년 연구자들에게 환경문제 해결의 중요성과 동참을 피력해 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각종 화학실험용 용액을 담는 그릇인 ‘큐벳’을 재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자동세척기기를 개발해 ‘과학영재 창의연구(I&D) 학술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과정은 친구인 도세헌, 이동현 군과 함께 진행해 수상의 기쁨은 더욱 컸다.

이외에도 2016년 경남학생창의력 페스티벌 최고창의상과 2017년 제25회 창원학생과학탐구올림픽 은상, 2019년 과학영재 창의연구(RnE) 학술대회 장려상, 과학영재 창의연구(I&D) 학술대회 최우수상, 2020년 한국전기연구원 과학영재 장학생, 제17회 화학탐구프런티어페스티벌 장관상, 제18회 대한민국과학기술경연대회(KSEF) 은상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윤은경 지도교사는 “과학자의 기본 자질은 의구심이 많아야 한다”며 “호기심은 사고(Thinking), 논문읽기(Reading), 연구과정 수집, 가설설정, 연구과정 설정 등으로 이어지는데, 민준이는 이 과정을 정말 잘해내고 있다. 그래서 사고하는 것과 과학 글쓰기가 탄탄해졌다. 과학실험을 하고 싶다며 울던 아이는 분명 훌륭한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학자는 불편함을 없애고 행복을 주는 존재”

생활쓰레기 분리배출 기준과 방식이 점점 세분화되고 일상화되면서 환경을 지키고 보전하려는 국민적 의식수준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2년 전 고교 1학년이던 경남로봇고 윤준호(3학년) 학생의 눈에 들어온 건 ‘뭔가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종이와 비닐, 빈병, 페트병, 플라스틱, 스티로폼, 우유팩 등등 구분해야 할 것도 많은데 일일이 지정된 수거함에 넣어야 하는 게 왠지 불편해보였다.

“음성인식 분리수거함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윤준호 군은 용도별 수거함들이 원형으로 배치되게 만들고 음성 인식으로 회전하며 해당 뚜껑이 열리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 발명품과 아이디어는 지난 2019년 제18회 대한민국 청소년 발명아이디어경진대회에서 교육부장관상 수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주목받는 또 다른 발명품과 아이디어는 ‘사물인터넷 소화기’이다. 지난해 강원도 산불이 발생했을 때 뉴스를 보며 가정에서 발생하는 화재에 대해 조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각종 화재감지기 등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을 활용한 제품들도 있지만 스프링클러를 제외하고 나면 제대로 된 화재진압장비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집안에서 불이 났을 때 압축 이산화탄소(CO2)가 뿜어져 나와 끌 수 있는 사물인터넷 소화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소화기 여러 개를 동시에 설치하고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촉박해 소화기 한 대만으로 만들었는데도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사물인터넷 소화기는 지난해 제19회 대한민국 청소년 발명아이디어경진대회에서 대상인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당시 참가한 팀 수는 2301개였다.

윤준호 군은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로봇 분야의 길이 맞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며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행복을 주는 로봇분야 과학자이자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발명가가 되려고 해요”

지난 2019년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던 9살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 이를 계기로 관련법 개정이 진행돼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되고 구역 내에서 과속과 교통사망사고가 일어나면 형을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이 그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2월 24일 공포 후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됐다.

“당시 민식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뉴스로 보면서 교통안전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사회적 약자를 돕고 사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 교통안전과 관련한 발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을 한 것이죠.”

진주 삼현여고 장나라(3학년) 학생은 ‘입체적 글씨를 활용한 교통사고 방지 고보 라이트’를 발명해 지난 2019년 제32회 대한민국학생발명품전시회에서 최우수상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고보 라이트’는 바닥이나 벽에 빔을 쏘아 이미지를 나타내는 장치이다. 여기에 도로나 교통 관련 정보를 비롯해 전방에서 발생한 사고현황 등을 담아 운전자가 입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하고 2차 충돌 등 추가적인 불상사를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밤길 운전이 위험한 고속도로에 적용하면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장나라 양의 설명이다.

지난해 제33회 대한민국학생발명품전시회에는 ‘고보 라이트와 경보기를 이용한 속도 감속기’를 출품해 최우수상을 2년 연속 거머쥐었다. 어린이보호구역을 통과하는 차량의 속도를 고보 라이트를 활용해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제한속도인 30㎞/h를 넘어서면 경보음이 울리도록 고안했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포함한 보행자들에게 직접적인 위험신호를 줘 사고를 예방하는 방식이다.

‘소리 나는 교통안전 경광봉 깃발’도 개발했다. 교통안전 지도 담당자들이 등‧하교 때 건널목에서 위험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버튼을 눌러 경보음을 울릴 수 있고, 거추장스러웠던 깃발을 롤 방식으로 펴고 감을 수 있도록 했다. 장나라 양은 2021년 6월 7일자로 특허청으로부터 특허증을 받았다.

“발명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된 유용한 물건들을 하나씩 만들다보니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장나라 양은 “이번에 대한민국인재상을 받으면서 제가 가고 있던 길이 올바른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정보기술(IT)분야와 결합된 발명을 많이 해보고 싶고,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발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천문학 발전 위한 세계적 인물 될 것”

경남과학고 장지원(3학년) 학생의 꿈과 희망은 ‘하늘’에 있다. 대한민국의 천문학 분야를 발전시키고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세계적인 천문학 분야 인물이 되고 싶은 꿈을 가졌기 때문이다.

장지원 군은 올해 국제원격천문올리피아드(IRAO) 국가대표로 선발돼 은메달을 수상했다. 제15회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IESO)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국제원격천문올림피아드에 국가대표로 참가하기 위해 자리를 양보한 뒤 얻은 소중한 결과이다.

제67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는 ‘지구 및 환경부문’에서 학생부 특상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5월부터 3개월 동안 진행된 제22회 전국학생통계활용대회에서는 ‘나선은하의 HII영역의 통계적 분석을 통한 은하 물리량의 상관관계 파악’으로 은상을 차지하는 등 천문학 관련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 대학생‧일반인 분야에서 대한민국인재상을 수상한 진해용원고 박송은 교사는 학생들의 창의력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 교사는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를 비롯해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창의력챔피언대회 등에서 다수의 학생들을 지도해 수상과 학생 특허 출원의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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