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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때 FTA를 반대했어야 했는데…"

[한미 FTA 찬성했던 노건강 씨의 폐암 투병기 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보건의료 분야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를 전망해보는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기고를 26일자에 이어 싣는다. 특히 세 사람의 필자들(이정례, 서상희, 강주성)은 이번 글에서 지금으로부터 4~5년 뒤 폐암에 걸리는 노건강 씨의 예를 통해 약값이 천장부지로 솟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미 FTA로 약값 인상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데는 정부, 시민단체 모두 이견이 없다. 그러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복지부가 연간 최대 1000억 원 정도로 예상한 데 반해, 시민ㆍ사회단체는 연간 1조 원을 예상한다. <편집자>
  
  또 약값은 왜 이리 비싼 거야?
  
  나도 맨 처음엔 폐암인지 몰랐지. 가슴에 통증이 생겼는데 처음에야 뭐 흔한 협심증 정도이겠거니 그랬거든. 아프니까 일단 병원에 가서 어찌된 건지 물어는 봐야 하잖아. 일단 병원에 갔지.
  
  근데 아이고 병원이 언제부터 그랬나? 지하 식당가에 '막도날도'가 들어와서 장사하고 그 옆에는 병원이 운영한다는 모 여행사 또 그 옆에는 각종 의료기기를 대놓고 팔고, 아따 완전히 시장바닥이데…. 소아 환자들이 지하 식당가에 내려와서 막도날도 햄버거 사다 먹고 그러는데 환자 치료한다는 병원이 저래도 되는 거야?
  
  에라 내 코도 석자다. 그러고는 예약한 시간이 돼서 진찰실로 들어갔지. 환자가 아프다고 그러면 처음부터 칼 들이대는 게 아니잖아. 일단 진단방사선과 가서 엠아르아이(MRI) 찍으라 하고 혈액검사다 뭐다 검사라고 이름 붙은 검사란 줄줄이 다 했지.
  
  그렇게 돈 왕창 퍼주고 난 결과가 결국 폐암이라는 거야. 환장할 노릇이지. 원래 젊었을 때 돈 벌었다가 늙어서 병원에 다 가져다주고 죽는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내가 그 상황이 되니 영 갑갑한 게 아니더라고.
  
  근데 정말 환장할 일은 처방전 받으면서 생겼어. 그나마 예전보다 약은 좋은 게 나와 있다고 하는데 이놈의 약값이 장난이 아닌 게야. 암환자라고 건강보험에서 90%의 약값을 내주는데도 무려 한 달에 50만 원을 내야 된데. 그러니까 제약회사가 가져가는 약값이 한 달에 500만 원이라는 이야기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머지 90%도 다 내가 내는 건강보험료에서 나가는 거잖아.
  
  아무튼 병 걸려서 직장도 못 다니고, 벌이도 없는 내가 죽을 때까지 꼬박꼬박 그걸 어떻게 내냐 이 말이야. 그리고 약값만 드나. 생활비 들어가, 애들 교육비 들어가, 차비도 있어야지, 툭하면 입원하니까 다른 비용에 각종 검사비 정기적으로 들어가… 그래서 환장하는 거야. 약국에 가서 그 약을 봤거든. 크기가 좁쌀 한 10개 모아 놓은 거 같아. 그게 15만 원이래. 금보다 몇 배가 비싼 거야*.
  
* 실제로 암의 일종인 기스트(GISTㆍ위장관 기질종양) 환자들이 먹어야 할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의 신약 '수텐'은 한 알에 15만7000원 가량 된다. 실제 무게로 따져도 금보다 몇 배가 비싸다.

  약 장사하기 편해진 대한민국, 환자들은 비싼 약 때문에 '허걱'
  
  옛날에는 혁신적이다 생각하는 신약이 들어오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스위스 등의 선진국 7개국 약값을 평균내서 마진이니, 관리비니 이것저것 붙여가지고 약 80%까지 약값을 해줬대. 예전에 백혈병 환자들이 글리벡이라는 약값이 비싸다고 약값 깎으라고 보험 적용하라고 국가인권위원회 점거해서 막 농성도 하고 그랬잖아. 그 후에도 이거 없애라고 몇 년을 싸웠다지 아마.
  
  이 몇 개 안되었던 혁신적 신약들이 FTA 이후에는 수백, 수천 개 앞으로 나올 모든 약(다국적 제약회사 이 놈들은 나오면 무조건 다 신약이래)에 다 적용되고 있다는 거야**. 그나마 보험적용이 되는 환자들은 팔다리 부러지는 정도로 타격이지만 보험적용도 안 되는 환자들은 그야 말로 허리가 휘어지다 못해 부러지는 거야.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 중 A7 평균약가 산출법. 2007년 현재 그 동안 이 약가 산출방법에 의해 혁신적 신약으로 등재된 약 종류는 글리벡을 포함하여 총 13개이다.
  
  ** 협정문 제5장 제5.2조 (혁신에의 접근) : 적절한 규제당국이 안전하고 유효한 것으로 승인한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에 대한 급여액을 그 당사국이 결정하는 경우, 그러한 결정이 경쟁적 시장도출 가격에 기초하도록 보장한다 : 여기서의 경쟁적 시장이란 약가가 형성되는 세계시장을 말한다. 결국 선진 A7 국가들에 기초한 약값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한국은 미국과 달라서 경쟁적 시장도출 가격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하도 답답해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아메리카 제약회사'에 다니는 내 조카 놈에게 전화를 걸어서 지랄지랄했다는 거 아냐. 그랬더니 그 놈이 어느 날 내게 이메일을 하나 달랑 보냈는데 이메일을 보다가 도리어 화병으로 죽을 거 같았어. 내 그거 보여 줄게.
  
  "약장사하기 너무 편해졌어요"
  
  이모부, 아프시다는 데 건강은 어떠신지요? 이모부 전화 받고 일단 상황을 먼저 파악하시라고 먼저 작금의 상황을 잘 설명 드려야겠다 싶었어요.
  
  한미 FTA가 끝난 지금은요, 우리 회사가 약값을 괜찮게 받는 게 너무 쉬워졌어요. 이모부가 말씀하신 것처럼 예전에는 '혁신적 신약'이라고 판단될 때만 선진국 일곱 개 나라의 평균약가를 내서 산출하는 약가 결정방식에 적용되었는데 요새는 신약이라고 나오면 무조건 다 옛날보다 높게 받아요.
  
  아시겠지만 신약이라는 게 개발하는 데까지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거든요. 일단 약값 자료를 제출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를 하고 그 자료에 기초해서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팀에서 제약회사하고 약가 협상을 한다지만 에이 우리가 바본가요? 거기랑 협상하게. 건강보험공단은 요새 애들 말로 좀 까칠하거든요.
  
  그냥 약가협상 하는 시늉하다가 파토 내버리고 복지부 내에 있는 '의약품ㆍ의료기기 위원회'로 넘기는 게 더 이득이에요. 이 위원회에는 미국의 통상공무원이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의장으로 있거든요. 그리고 문제가 있으면 양국이 실무작업반을 합의해서 구성하기 때문에 제약회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제법 들어가거든요**.
  
* 협정문 제5장 제5.7조 (의약품/의료기기 위원회) 3항 : 위원회는 각 당사국의 보건 및 통상 공무원이 공동 의장이 된다.
  
  ** 협정문 동장 동조문 중 6항 : 위원회는 (…) 작업반을 양 당사국이 협의하는 대로 설치하고 그 범위와 임무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약값이 먹히질 않는다 싶으면 방법은 또 있어요. 2단계로 한국 정부 밖에 '독립적인 이의신청기구'를 설치할 수 있는데 우리는 약값 결정이 맘대로 안 되면 요거 활용해요**. 여기에는 한국정부의 누구도 못 들어오거든요*** .
  
* 협정문 제5장5.3조 마호 (투명성) : (…) 신청자의 요청에 따라 발동될 수 있는 독립적인 검토절차가 이용 가능하도록 한다.
  
  ** 협정문 제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부속서한) 가호 : 협정문 제5장5.3조 마호 (투명성)를 이행함에 있어 대한민국은 (…)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의 가격산정과 급여에 관한 권고 또는 결정을 검토하는 검토기구를 설치하고 유지한다.

  
  *** 협정문 제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부속서한) : (…) 중앙정부의 보건의료 당국의 피고용원이나 구성원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1, 2, 3, 4단계로 드리워진 약가 결정의 장막
  
  제가 말씀드리기 좀 쑥스러운데 뭐 여기까지만 있는 것도 아니에요. 한국 정부가 색다른 정책을 내서 약값을 깎거나 우리 장사를 방해한다 싶으면 3단계로(이모부님도 알고 계시겠지만)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있고요, 4단계로는 '비위반제소권'이라는 것도 있어요.
  
  비위반제소는요, 보시는 바처럼 말 그대로예요. 비위반, 즉 협정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시장(다국적 회사들의 시장이겠죠)에 심각한 위협이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이나 행위들이라고 판단되기만 해도 협정문을 들이대고 미국이 한국정부를 제소해도 된다는 거죠.
  
  이렇게 몇 겹으로 안전장치들을 만들어 놓았으니까 우리 회사 중역들은 때때로 "야, 한국은 참 장사하기 좋은 나라야"라는 말을 종종합니다. 저야 월급 많이 받으니까 좋긴 한데 이모부는 좀 그렇긴 하겠네요. 그래도 이게 다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국가 신용도를 높이는 데 무척 기여했다고 그냥 생각하세요.
  
  근데 이모부,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것은 이미 다 만들어진 약의 약값을 결정할 때 변화된 상황이구요, 실제 우리 회사가 짭짤하게 재미 보는 건 한국 제약회사들이 싼 복제약을 못 만들게 하는 거예요. 물론 우리 회사도 그간 전 세계적으로 돈이야 많이 벌었지요. 근데 그간 가장 속 썩였던 게 다른 중소 제약회사에서 복제약 (제네릭, 일명 카피약)을 만드는 거였거든요.
  
  물론 판매야 특허기간 안에는 못했죠. 근데 이것들이 약을 미리 만들어 놓고 특허가 끝나자마자 약장사를 하는 거예요. 한미 FTA에서는 이거를 확실히 잡았다 아닙니까. 이 문제의 가장 핵심이 그것들이 약을 미리 연구해서 만들 수 있도록 우리가 냈던 자료를 열람하고 취득할 수 있었던 제도 때문이었거든요.
  
  그래서 요걸 시판 승인일로부터 5년에서 10년간 못하게 만든 겁니다. 개발자의 노력도 있는데 뭐 이정도의 지적재산권은 보호되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또 그 정보를 가지고 약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봐서 소송을 걸어버리면 나중에 만든 약은 자동으로 시판정지가 되거든요. 좀 야비하긴 하지만 똑같은 약이라도 중간에 새롭게 약효가 승인 것은 또 그것대로 다시 걸면 시판정지가 또 연장이 되니까**.
  
* 협정문 제18장 제18.9조(특정 규제 제품과 관련된 조치) 1항 : (…) 정보를 이전에 제출한 인(다국적 제약회사)의 동의가 없이는 다른 인이 (…)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 의약품에 대하여는 최소한 5년 그리고 농약에 대하여는 최소한 10년간 승인하여서는 아니 된다.
  
  
** 특허소송기간동안 후발의약품의 시판허가 정지된다. 미국의 경우, 자동정기기간을 30개월로 한정하지만 한미 FTA 협정문에서는 "국내적으로 이행가능한 적절한 이행방안을 강구한다"로 표현되어 정지기간이 무한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모부, 저도 이렇게 살긴 싫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해야 개발자의 지적재산권이 보호되고, 이렇게 모은 돈으로 또 다른 신약을 개발해서 환자들을 살리는 거 아니겠어요? 이모부가 드셔야 할 약이야 우리 회사가 만든 약은 아니지만 제약회사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해주세요. 근데 이모부가 드시는 약은 좀 비싸긴 하네요. (그 놈들 너무 많이 남겨 쳐 먹는 거 아녜요?)
  
  이모부, 너무 화내지 마시고, 몸 관리 잘하시고 얼른 병을 이겨내세요. 조만간 찾아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때 FTA 반대 했어야 했는데"
  
  '이 놈이 누구 열 받아서 죽는 걸 보려고 하나?' 그나저나 어쩔까? 이미 병은 걸렸고, 세상은 변했는데 우리처럼 힘도 없고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우리네는 이제 어쩔까. 병이야 내가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것도 아닌데 이제 어쩔까. 돈이야 다 까먹으면 파산신청이라도 하지만 병든 이 몸은 어쩔까. 몸의 파산신청은 죽는 것인데…. 그냥 죽어버려?
  
  병원 다녀오다 전철역 화장실에 몇 년 전 한미 FTA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이 붙여 놓았던 스티커가 아직도 있더라구. 그거 읽어주고 난 이제 집에 간다. 그래도 살려면 약은 먹어야지. 아, 그때 FTA 반대 했어야 했는데!
  
  전 국민들의 삶을 짓밟는 한미 FTA 반대!!!
  
  약이 비싸서 1년에 에이즈 환자 1000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다국적 제약회사를 살인죄로 국제 법정에 세워라!!!*
  
  의료의 공공성을 확립하여 국민이 주인인 의료를 만들자!!!
  
지금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약소국의 에이즈 환자와 암이나 희귀난치질환에 걸린 환자들이 1000만 명 이상 매년 죽어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죽은 사람들의 숫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매년 그렇게 죽어가는 것이다. 단지 약값이 비싸서 그 약에 접근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만든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개발비로 8억 달러가 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다 인정한다하더라도 약 판매 출시 5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벌어들인 돈이 무려 60억 달러다. 특허가 끝날 때까지 앞으로 벌어들인 돈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국내에서는 한 알에 2만3045원에 판다.
  
  이외에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에 대해 우리 정부가 약값을 고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약값이 낮다는 이유로 아예 판매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단 1명이라도 그것을 사용해야 할 에이즈 환자가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꼭 자신들의 사명인 것처럼 떠벌리고 다닌다.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의 추악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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