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쇼크**
지난 4월 말, 중국이 부분적 금융긴축을 단행하자 아시아 증권시장은 급락세를 보이고 외환시장에서도 아시아 통화가 약세로 전환하는 파동을 겪었다. 중국경제의 버블이 터지는 신호가 아니냐는 시장의 위구로 투기성 자금이 아시아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조치가 월가에 까지 영향이 있었다고 하니 세계 GDP의 4%에 불과한 중국경제는 규모에 비해 훨씬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아시아 무역의 과반이 중국과의 무역이고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수출증가의 대부분은 중국의 수입증가 때문이다. 긴축 조정으로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감속하기 시작한다면 의존도가 높은 주변국은 단기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어있다. 1999년 아시아에서 중국무역 비중이 11%였던 것을 상기하면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아시아의 경제지도를 바꾸고 있다.
***동아경제의 상호의존과 윈-윈 게임**
그러나 아시아에 있어 중국경제의 영향력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중국경제 역시 일본을 비롯해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의 해외투자와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무역의 상당부분은 하청과 같은 지역생산체제에서 일어나는 중간재 무역이어서 어느 곳보다도 긴밀하게 상호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국경제와 주변국 경제의 안정과 성장은 상호 충돌하는 목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목표다. 제로 섬(zero sum) 게임이 아니라 윈-윈(win-win) 게임인 것이다.
경제구조가 이렇게 상호의존적이고 경기가 동조화(synchronization)된 국가간에는 서로 상대국가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의 흐름에 관한 정보교환과 주요 정책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선진국 경제가 G-7, G-5 등 회의를 수시로 여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동아시아 경제권은 이런 의존관계를 공동으로 협의하고 관리할 지역적 기구가 없다. 1997년 태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빠른 속도로 동남아, 동북아에 전염되고 있을 때도 이런 메카니즘의 부재로 속수무책이었고 아시아 전역이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이제 중국과의 상호의존도가 당시를 상회하고 있어 중국경제 변화에 대한 민감성은 더욱 높아졌다. 또 중국경제는 규모도 방대하고 복합적이며 필요한 경우, 정부가 직접 개입해 규제하는 중국 특유의 시장경제체제여서 순수한 시장지표만으로 경제흐름을 예측하기 힘들다. 중국경제는 금융부문 등 부실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급성장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주변국들은 그 질주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쇼크도 이런 구조 하에 있는 중국경제가 배경이 불투명한 조치를 하면서 주위 시장에 민감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서로 경제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협의할 기구만 있었어도 이런 쇼크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동아시아에서는 이런 협력을 못하는 것일까.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현주소**
지금 세계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해 있고 남미나 동남아에서도 지역통합이 도미노 현상처럼 확산되고 있다. 다자주의보다 지역주의가 우세한 시기다. 그러나 동북아만 이런 추세에서 빗겨 있다. 가장 초보적 통합단계인 자유무역협정(FTA)만 보더라도 일본은 싱가포르와, 또 한국은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지만 이는 본체는 외면하고 지엽에 매달린 것이다. 또 중국은 아세안과, 일본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제안해 놓고 있어 오히려 실타래 엉키듯 복잡하고 왜곡된 무역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동아시아의 분업체제가 재편되면서 시장에서는 무역과 투자에 의해 통합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나 정부간 협의가 안돼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다. 유럽에서 보았듯 경제통합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동북아에서는 역사 청산도 안돼 수시로 걸림돌이 된다. 일본 총리는 연초가 되면 전범이 안치된 신사를 방문해 주변국을 자극한다. 중국은 종종 이데올로기의 공백을 채울 대안을 민족주의에서 찾는 듯하다. 한반도는 아직도 남북이 대치해 긴장상태고 한국사회는 아직도 냉전 중이다. 북한과 일본은 무슨 납치문제를 풀지 못해 한없이 대치하고 있다.
주변 환경도 통합에 불리하다. 일본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노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아시아인만의 지역기구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1990년대 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결성 초기에 말레이시아가 제기한 동아경제협력체(East Asian Economic Caucus)를 반대해 결성을 무산시켰고 아시아 경제위기 때 일본이 제안한 아시아통화기금(Asian Monetary Fund)의 설립도 무산시켰다.
미국은 세계가 미국ㆍ유럽ㆍ동아의 삼각체제로 정립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삼각체제는 항상 둘이 연합해 하나를 공격하는 불안정한 체제라는 이유지만 아시아에 대한 패권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다.
***50년 뒤진 동아시아 공동체 의식**
동북아, 또는 동남아를 포함하는 지역통합, 내지 협의기구의 출현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실천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1950년대 초부터 그 숱한 ‘유로비관론’(euro-pessimism)에도 불구하고 확신에 차 통합을 추진한 유럽통합의 리더십은 이곳에서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유럽의 역사에서 단기적인 경제이익이나 감정에 매달려서는 통합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통합의 바탕이 될 공동체 의식과 장기적인 비전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 동아시아의 의식수준이 유럽에 비해 50년 이상 뒤떨어져 있다면 지나친 비관일까.
프레시안에 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