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제국주의'란 일반적으로 미국의 문화적 침략 행태를 지칭해온 말이다.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 언론 매체를 통해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정신적 가치를 다른 나라에 전파하는 의미로써 사용되어 왔다. 이런 의미로 보면 중국은 그 기준에서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이미 다양한 방식을 통해 '문화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였다. 올림픽 역시 중국에게는 자신들 문화 발양의 중요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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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먼저 중국은 외국인들에 대한 중국어 보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언어는 문화의 의상이자 문화를 전파하는 도구이다. 중국어 사용자는 13억 이상으로 수치로만 보면 세계 제일의 언어지만 그 영향력으로 보면 유엔의 5대 언어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노력과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제고됨에 따라 전 세계에 '중국어붐'이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언어의 보급과 전파는 문화제국주의의 선봉장이다. 중국정부는 이러한 목표에 따라 2004년 서울에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을 설립하였다. 이러한 공자학원 프로젝트는 지난 3년 동안 69개국에 238개를 설립하면서 이른바 '사흘마다 한 곳이 설립'되는 경제발전에 비유되는 '중국적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 사업은 매년 약 2억 위안(한화 300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Alliance Fransaise)가 1883년 설립 이래 120년 동안 130여개 국가에 1,100개 기구를 설립하였고, 영국은 영국문화위원회(British Council for Relations with Other Country)를 70년 동안 해외에 230개 설립했으며,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Goethe-Institut)가 50년 동안 128곳을,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문화원이 1991년부터 오늘날까지 23개 국가에 36곳을 설립한 것과 비교해 보면 중국의 조바심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한편 중국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과거의 영화를 회복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중국인들은 '중국'과 '중화'를 구분하여 사용한다. '중국'은 정치적인 의미요, '중화'는 문화적인 의미이다. 이렇게 볼 때 1992년부터 시작한 <중화대전(中華大典)> 사업은 문화의 핵심 사업 중에 하나이자 중국인들의 자부심을 갖게 하는 프로젝트다. <중화대전>은 중국 고대전적의 백과전서 발간을 중국 국가의 명의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당대의 <예문류취(藝文類聚)>, 송대의 <태평어람(太平御覽)>, 명대의 <영락대전(永樂大典)>, 청대의 <고금도서집성(古今圖書集成)> 이후의 최대의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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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1989년 계획하여 1992년부터 총 4억 위안(한화 600억 원)을 투입한 대형 사업으로 향후 2억 위안(한화 300억 원)을 더 투입할 예정이다. 2010년, 모두 출판을 완성할 예정인 이 사업이 완성되면 전체 2만 여 부로 중국 역대 한문으로 된 고적이 총 정리된다. 24전(典)에 100여개의 분전(分典)으로 2만 종 이상의 고적을 분류하여 정리하는 이 작업은 총 글자 수만 9억 자에 달한다. 이는 <영락대전>의 2배, <고금도서집성>의 4배에 달하는 거대한 작업으로 이미 속속 출판이 되고 있다.
올림픽을 통해 자국민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려는 중국의 조바심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올림픽 축구게임에서 사용될 아디다스사의 올림픽 공식 축구공에는 상표 이외에 최초로 한자로 '중국'이라고 써놓았다. 이는 독특한 발상으로 한자라고 하는 문화를 전 세계인에게 알리고자 하는 중국의 의도가 숨어 있다. 또한 한자의 필획 순으로 국가별 입장 순서를 정했다.
중국은 월드컵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중국 스스로 축구의 발상지는 중국이라고 주장한다. 춘추전국 시기에 이미 축국(蹴鞠)이 시작되었다면서 영국이 축구의 발상지라는 점을 부정한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 선수가 거의 없는 중국이 골프의 원조는 중국이라고 주장한다. 비록 논쟁이 있지만 그러한 근거로 추환(捶丸)이라는 운동이 기원 전에 있었고, 명조에 이미 이러한 운동을 했고, 스코틀랜드보다 중국이 이미 400년 전에 골프게임을 했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점들은 마치 영국의 메카트니 사절단이 중국을 방문하여 영국과 교역을 하자는 요청하자 "중국에는 모든 것이 다 있어 교역이 필요 없다"라고 했던 청대 건륭(乾隆) 황제의 오만함을 다시 느끼게 한다.
1990년 조지프 나이(Joseph S. Nye)는 국가의 응집력, 국민들의 보편적인 문화수용 능력과 국제기구의 참여 정도를 가지고 한 국가의 소프트파워라는 개념을 주창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 추구하는 문화제국주의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국가적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려는 계기로 삼고 있음이 분명하다.
후진타오 총서기는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중국이 100년, 즉 한 세기의 구상을 거쳐 마침내 개최하는 올림픽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중국인들에게 '이바이니엔(一百年)'이라는 의미는 단순한 숫자적인 의미가 아니다. 가장 오래라는 의미도 있지만 기다리고 기다렸다는 절실함이 묻어나는 숫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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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층 더 들어가 보면 단순하게 기다림과 인내심의 의미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의 자부심으로 '정신'을 강조해 온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으로부터 항일 전쟁을 거쳐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탄생까지 약 100년간의 외국 열강으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당한 치욕의 역사였다고 인정한다. 오죽하면 마오쩌둥은 이 시기를 '구사회 구민주주의'로 규정하고 공산혁명 이후의 시기를 '신민주주의'라고 했겠는가.
중국 정부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단결, 우의, 평화'라는 목표아래 '환경, 과학, 인문'의 올림픽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환경올림픽은 베이징 올림픽 개최 이전부터 가장 의문이 가는 슬로건이었다. 일 년에 맑은 날이 30일을 채 넘지 못하는 베이징의 하늘을 어떻게 정화할 것인가가 큰 문제였는데 결국 크게 개선하지 못한 것 같다. 과학적이라고 하는 것은 최근 중국의 과학적 성과를 만방에 과시하려는 것이지만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결국 인문을 문화로 바꾸어 보면 중국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이다. 중국 스스로 경제적으로 낙후해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후진타오 총서기도 이번 올림픽이 남길 가장 큰 유산으로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정신'은 상위 개념으로 바로중국 문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중국 문화의 우월성을 강조함으로써 대내적으로는 단결과 대외적으로는 중화문화의 우수성을 과시함으로써 장차 중화 문화의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통해 보다 긍정적으로 열린사회로 진전하길 기대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이 문화를 강조할 경우 주변국과의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결국 이른바 '동북공정' 문제와 '한류'의 파급에도 분명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그들의 문화제국주의에 맞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이른바 '문화안전'을 위한 일관되고 장기적인 계획이 절실히 요구된다. '문화안전'이란 우리가 지켜야할 정치문화와 국가관리체계, 언어와 정보뿐만 아니라 교육체계 등도 포함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미국은 경제를 내세워 세계를 호령하고 있고, 중국은 자국 문화의 자부심을 내세워 문화제국주의의 길을 추구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봐야 할 것이다.
필자 이메일: chinaih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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