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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한국, 곤경에 빠진 신흥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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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한국, 곤경에 빠진 신흥시장"

[해외시각]"현재 위기는 유동성 함정에 신용경색 겹친 것"

한국은행이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폭인 0.75% 포인트를 한꺼번에 인하한 '충격 조치'에도 불구하고 27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불과 7.70 (0.82%) 포인트 오른 946.45로 마감했다.

그나마 상승 마감한 것은 금리 인하 조치 때문이라기보다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5300억원을 순매수하여 코스피 지수를 간신히 떠받친 것이다.

코스피는 대대적인 금리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장중 892.45까지 떨어지면서 막판까지 900선을 밑돌다가 연기금이 뛰어들면서 900선을 회복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도 면치 못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8.50원 상승한 144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 한국의 외환위기 사태를 예견한 것으로 잘 알려진 폴 크루그먼 교수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한국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 곳으로 지목했다.ⓒ로이터=뉴시스

이처럼 특단의 금리 인하 조치조차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 가운데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The Widening Gyre' 이라는 칼럼(원문보기)에서 "정말 충격적인 것은 이번 위기가 신흥시장에 확산되는 양상"이라면서 러시아, 한국, 브라질을 "큰 곤경(big trouble)에 빠진 신흥시장들"로 꼽았다.

게다가 크루그먼 교수는 "이들 나라들은 1990년대 말 당시로서는 엄청나다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있었지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는 지금 위기에 비하면 해변가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날이었다"고 덧붙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당시 외환위기를 3년전에 정확하게 예측해 우리에게도 금융위기에 관한 상당한 권위자로 정평을 얻은 인물이다.

"신흥시장이 제2차 진앙지될 가능성"

크루그먼 교수는 모건 스탠리 통화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는 스티븐 젠의 말을 인용, "미국의 금융시장이 제1차 진앙지라면, 신흥시장의 '경착륙'이 '제2차 진앙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1차 진앙지인 미국 정부의 정책을 '정부 개입을 혐오하는 부시 행정부의 이데올로기로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맹비판한 뒤 "어떤 이유로 결함투성이의 정책이 계속되고 있는지는 차지하고, 상황은 통제되고 있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비관했다.

크루그먼 교수가 특히 개탄하는 미국 정부 정책의 허점으로 크게 두 가지 사례를 들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뒤늦게나마 은행을 부분 국유화하는 자본 투입 방안에 동의했지만, 이 방안을 주도한 영국 정부와는 달리 이 자금을 은행이 대출하는 데 쓰도록 하는 조건을 달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의 은행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그대로 끌어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책 모기지 보증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사실상 국유화하고도 미 재무부는 정부가 전적으로 두 업체의 채권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두 업체의 채권을 여전히 위험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 결과 대대적인 공적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자금 시장은 여전히 경색되어 있고, 모기지 금리는 두 업체가 파산 위기에 몰릴 당시처럼 다시 치솟았다는 것이다.

"파산할 때까지 자산 매각하는 악순환에 빠져"

독일의 거시경제 전문가 프랑크 하이네만도 26일 'Escaping from a Combined Liquidity Trap and Credit Crunch' 라는 장문의 글에서 "현재의 위기는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유동성 함정에 신용경색이 합쳐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에 자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금융업체와 투자자들이 자신부터 살고보자며 돈을 움켜쥐거나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어 '유동성 함정'에 빠졌으며, 돈을 안심하고 빌려줄 때도 없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업체는 자본 부족으로 인한 파산 위기를 막기 위해 자산을 계속 팔아대고, 그럴수록 기존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더 많은 자산을 팔아야 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결국 파산을 우려한 금융업체들이 앞다퉈 자산을 매각하다가 결국 자신들이 파산할 때까지 자산하락이 계속되고 만다는 '공포의 나선형 추락'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네만은 현재의 금융위기 양상은 국제적인 금리 인하 공조와 구제금융으로도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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