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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한미FTA 반대 주장도 옥석 가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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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젠 한미FTA 반대 주장도 옥석 가려야"

[기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맥락 놓쳐서는 '공허'

2006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쟁점 중 하나로 한미 FTA를 꼽는 이들이 많다. 당연한 일이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의 기억이 여전한데, 한미 FTA는 그 이상의 충격을 한국경제에 가져오리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노무현 정부의 핵심에서 정책설계자 역할을 했던 이들 가운데서도 한미 FTA에 대해서만큼은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정태인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한미 FTA, 세계화 그리고 한국사회의 대안적 발전전략'라는 주제로 지난 11일 중앙대에서 열린 학술단체협의회 연합심포지엄도 이런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정우 전 실장(현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세계화와 시장경제를 존중하되 한미 FTA 체결로 도입될 영미식 시장경제는 거부한다"는 평소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미 FTA 반대 측 인사들의 주장도 대체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대해 답답함을 느낀 참가자도 있었다. 사회진보연대에서 활동하면서 이날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가한 정지영 씨도 그 중 하나다. 정 씨는 한미 FTA 추진의 배경에 있는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반대하면서 대안적인 세계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에 대해 "극단적인 주장"이라거나 "무조건적인 반대"라고 규정하는 발언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어 "만약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뒤라면 한미 FTA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되묻고는 "1970년대 세계경제 위기로부터 배태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맥락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인지, 미국에 사로잡힌 민족적 이익을 구하기 위한 차원에서 반대하는 것인지를 구별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 추진의 배경인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11일 심포지엄이 끝난 뒤 정 씨는 이런 주장을 담은 글을 <프레시안>에 기고했다.
  
  정 씨의 주장은 올 한 해 동안 '한미 FTA 반대'라는 구호 아래 활동해 온 다양한 운동세력 중 일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반박과 논란의 여지도 크다. 정 씨는 다양한 반론을 기대한다며 이번 <프레시안> 기고가 한미 FTA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 간의 생산적 논쟁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편집자>
  
  지난 11일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2006 학술단체협의회 연합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가했다. '한미 FTA, 세계화 그리고 한국사회의 대안적 발전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심포지엄은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기조발제로 시작됐고, 20명이 넘는 발표자와 토론자가 참석한 커다란 자리였다.
  
  필자는 '한미 FTA와 사회운동'이라는 세션에서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 전략과 이에 맞서는 대안세계화 운동에 대해 발표하게 됐다. 발표자로 요청받은 이유는 필자가 속한 사회진보연대가 한미 FTA를 반대하는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 왔기 때문이리라 여겨진다.
  
  한미 FTA, 학계의 논의는 이제 시작점
  
  무엇보다 한국의 학자들이 한미 FTA 문제에 대해 집단적으로 토론하고 논의할 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에 이번 심포지엄의 의의가 있을 것이다. 사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안에 교수학술공대위(공대위)가 소속돼 있어서 공대위가 범국본의 내용을 생산하기도 했고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또 한신대 이해영 교수처럼 공대위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TV 토론회 등을 통해 한미 FTA 반대의 입장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광범위한 학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미 FTA를 주제로 한국사회의 대안적 발전전략까지 논의한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FTA를 반대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기 위해서는 한미 FTA가 의미하는 바나 지향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대중에게 알리고 이를 통해 대안적인 사회를 모색하기 위한 합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출발점이고, 따라서 한미 FTA를 분석하는 이론적인 틀과 내용 등이 꼭 필요하다. 학계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는 점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래서 이번 심포지엄은 학계의 그런 역할에 대해 기대하게 한 자리였다.
  
  하지만 아직은 시작점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 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한미 FTA를 저지하는 투쟁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과정이 시작되는 지점인지, 아니면 한미 FTA를 둘러싼 동상이몽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불분명한 판단들이 얽히고 설키다 좌초하는 과정이 시작되는 지점인지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세계화 인정하며 대안 찾자?…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의 맥락은 어쩌고?
  
  이것은 우선 FTA나 세계화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기조발제를 한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세계화라는 대세는 거부하지 않으며, 영미식 자본주의의 시장주의가 문제이고 이를 보완하는 방식의 한국의 발전전략을 찾자고 제안했다. 마지막 종합토론에서 이병천 참여사회연구소장은 '개방과 연대의 만남'이라는 발표문의 제목처럼 세계화 시대의 대안적 개방 전략은 한 축으로는 글로벌 플레이어를 키워 개방을 통해 이득을 얻고 그렇지 않은 분야와 삶의 공간은 세계화와 거리를 유지하는 두 다리 전략이라 주장했다. 실제 이들은 현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일견 인정하고 이에 편승하는 대안을 마련해보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 FTA를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의 맥락에서 살펴보고 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판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 이는 한국의 진보학자들의 이론적 연구와 고민에 대한 아쉬움을 포함한다.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위기에 대한 초민족자본의 대응으로서 금융화를 핵심으로 하는 것이고, '초'민족자본이 주체인만큼 이런 금융화의 세계화 또한 당연한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인식한다면 영미식, 일본식, 유럽식으로 자본주의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이런 구분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구체적으로 표출된 지역적인 형태일 뿐이다.
  
  그리고 한미 FTA 역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좁게는 한국, 넓게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구체화되는 형태'라는 인식에 따른 분석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군사적 패권이 작동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설명해야 한다.
  
  이런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한미 FTA 반대를 외치는 주장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미 FTA 반대 및 저지는 이런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와 이를 넘어서려는 운동과 대안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제기하는 것으로 논의의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
  
  대안적 세계화 모색이 '극단적 주장'이나 '무조건적인 반대'라고?
  
  게다가 이런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민중의 삶과 권리를 박탈하는 과정과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세계사회포럼을 중심으로 모인 운동세력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을 넘어서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한 모색과 행동, 토론을 진행해 왔다. 대안적인 세계화를 모색하는 이런 운동들은 세계화가 무엇을 위해 추진되는 것인지, 그리고 세계화는 무엇을 대가로 하는지를 분석하고 폭로해 왔다.
  
  그리고 각 지역별로 세계화가 때로는 전쟁, 때로는 외채, 때로는 구조조정을 동반하고 심화시킨다는 점을 인식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경제적인 동시에 군사적인 과정임을 폭로하며 반대해 왔다.
  
  그러나 심포지엄에서 이런 운동들을 통해 인식하고 폭로한, 현실에 대한 분석은 찾기 어려웠다. 단지 이런 운동들을 가리켜 '극단적인 주장이나 무조건적인 반대'라 명명하는 발언만 있을 뿐이었다.
  
  이런 아쉬움은 내용의 부족함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싸움의 전망과 방향을 둘러싼 쟁점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기조발제와 종합토론에서는 어쨌든 한미 FTA 자체를 막아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듯하다.
  
  '왜' 한미 FTA를 막으려 하는가?…반대 진영의 동상이몽
  
  그렇지만 한미 FTA를 막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합의가 있었던 것일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와의 FTA를 통해 좀 더 경쟁력을 갖춘 후에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아니면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성장하려는 한국의 전망을 위해서? 아니면 민중의 이해를 위해? 개인적으로는 심포지엄의 논의에는 이 모든 것이 혼합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미 FTA는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의 구체적 매개 중 하나이므로 어떻게든 한미 FTA를 막아내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은 한계가 있다. 이정우 전 실장의 말처럼 세계화는 대세이므로, 한미 FTA가 아니더라도 다른 형태로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한미 FTA에서도 강요하고 있는 농업 개방은 이미 WTO 체제 하에서도가 강요돼 왔던 것이 아닌가.
  
  따라서 한미 FTA 저지 투쟁이, 협상을 중단시키고 난 후에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는 투쟁으로 지속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FTA의 배경에 있는 것은 금융세계화다. 금융세계화는 1970년대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세계경제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세계경제의 불안전성을 부추기고 세계적인 강탈과 착취의 메커니즘을 새롭게 구축하며, 노동자 민중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체제 하에서 노동자운동, 농민운동, 여성운동이 코포라티즘(corporatism)에 빠지지 않고, 다시 말해 선거정치에 제한되지 않고 자율성을 확대하는 가운데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는 전혀 다른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한미 FTA 반대투쟁은 이러한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기 위한 진지한 모색의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절실
  
  그것은 노동조합이 자본의 경제위기 극복 전략에 편승한 채 기존의 성과를 방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코포라티즘과 단절하여 민중의 삶의 위기의 원인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이를 구체화하는 한미 FTA를 저지하는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농민운동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초민족적 농·식품 산업 복합체에 포섭되어 착취당하는 농민의 현실을 인식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투쟁을 벌여나가는 것을 뜻한다.
  
  또 여성운동이 '여성인력 활용방안,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여성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보충자원으로 동원하는 전략에 편승하는 경향과 단절하고 가족 내에서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활동의 일차적 책임자인 동시에 저임금·불안정 노동자로 이중착취를 겪는 현실에 맞서 여성권을 실현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대안적 전망은 이런 인식에 기초한 대중의 운동과 투쟁을 통해 모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한미 FTA의 배경과 의미, 이 둘의 관계를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한 비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부분 학자들의 몫이다.
  
  '한미 FTA 반대'의 목적, 민중의 생존과 평화인가? 민족적 이익인가?
  
  11일 심포지엄이 제목 그대로 '한미 FTA, 세계화 그리고 한국사회의 대안적 발전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면 무엇보다 한국사회가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한 분석과 비판에서 출발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이에 대응하는 남한 자본과 지배세력의 전략에 대한 분석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입장이 무엇을 핵심에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즉 민중의 보편적인 생존과 평화의 권리를 중심에 두느냐, 혹은 미국에 사로잡혀 있는 민족적 이익을 중심에 두느냐에 따라 한미 FTA를 반대하는 운동은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된다. 신자유주의 금융-군사 세계화에 대한 대안을 형성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심포지엄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분석과 토론이 치열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마무리가 '미국식 시장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의 발전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것만이었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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