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이태리 로마에서는 국제가톨릭 미디어관련 전문가들의 모임인 ‘시그니스(SIGNIS)’가 탄생했다.
SIGNIS는 매체와 메시지 의미를 담은 sign과 불을 당긴다는 의미의 ignis(ignite)의 복합어로 올바른 의미를 전달하는 매체의 활성화를 다짐하는 강한 교회전문가들의 의지를 안고 있는 조직이다.
즉, 이제까지의 방송과 영화/영상을 초월하는 인터넷을 위시한 새로운 다양한 매체를 과감하게 수용하려는 폭넓은 틀을 만들어 나가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SIGNIS는 국제조직대표와 각 대륙별로 선출된 42명(6명x7)의 대의원과 각대륙별 2명으로 구성된 14명의 이사진으로 운영진을 구성하며, 각 대륙별 및 개별 국가별 조직으로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경우도 기존의 가톨릭방송인들의 모임인 UNDA(라틴어로 ‘전파’를 일컫는 wave를 뜻하는 별칭으로 공식명칭은 Catholic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Radio and Television Broadcasters), 가톨릭영화/영상인들의 모임인 OCIC(불어로 Organization Catholique Internationale du Cinema et Audiovisuelle의 약자)는 해체되고 새로운 SIGNIS/Korea회원을 모으는 과정에 거치게 될 것이다.
이미 UNDA/Korea는 ‘한국가톨릭방송인협회’로 존속하면서 새조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시그니스’ 조직은 매체환경 적응교육의 일환으로 전세계교회가 적극 추진해온 수용자교육의 일환인 미디어교육(media education)실천을 위시한 각급 시상제도의 활성화, 윤리/도덕성에 대한 전문인 의식고취, 여성 및 젊은층의 신진 미디어요원 양성프로그램 개발, 범기독교 및 세속미디어와의 진취적인 연계성 모색, 생명경시에 바탕한 비인간화와 폭력/섹스로 점철되고 있는 미디어의 선정성 퇴치운동 전개, 미디어 철학 및 신학적 접근을 통한 새로운 미디어관 확립 등 단계적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앞장설 것이다.
***기존 가톨릭 조직의 발전적 해체와 시그니스의 탄생**
시그니스의 발족은 UNDA와 OCIC, UCIP 등 국제적인 가톨릭 조직의 활동과 성과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그니스 출범 일주일 전인 19~20일, 로마에서는 교황님을 모신 자리에서 UNDA와 OCIC의 공식적인 해체모임을 갖고 새로운 조직의 탄생을 준비했다.
이외에도 신문/출판매체와 관련된 가톨릭교회내의 국제적 단체인 UCIP(Catholic International Union of the Press and Publication)가 있는데 이들 세 단체는 가톨릭교회가 1927년 이래 국제적인 조직으로 공적 인정을 받아온 역사깊은 모임체이다.
UCIP는 당분간 별도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일정기간동안 교회내에서 SIGNIS와 함께 독자적인 노선을 지켜나갈 것이나 언젠가는 SIGNIS의 큰 울타리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위상의 재정립을 꾀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들 세 단체는 192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당시 새로 탄생하는 각급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을 감안하여 교회차원에서 어떻게 새로운 미디어환경에 적응해야 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전문인 모임체로 출발한 이래 차츰 아메리카, 아프리카, 호주/태평양 연안지역,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국제조직으로 성장하게 되면서 World-Continental-National로 연결되는 네트위크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아시아대륙에는 1970년대 초에 소개되면서 UNDA/Asia는 71년에, OCIC/Asia는 75년에, UCIP/Asia도 같은 시기에 조직되면서 그 일환으로 한국에도 UNDA/Korea, OCIC/Korea, UCIP/Korea가 속속 조직되기에 이르렀다.
동시에 한국가톨릭교회는 주교회의 산하에 가톨릭매스콤위원회를 두어 공식적인 차원에서 미디어에 관련된 제반 사항을 주관하는 담당주교와 총무신부를 임명하였다.
아시아 차원에서도 FABC-OSC(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Office for Social Communication)를 설립하여 미디어관련 업무를 조정하는 부서를 두고 바티칸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교황직할로 Pontifical Commission for Social Communicaiton을 통해 매체담당 대주교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가톨릭교회는 1900년대 초부터 각급 미디어에 관련된 세속적인 영향력과 교회차원에서의 복음전파라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맥락에서 매체환경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또 1972년에는 ‘Communio et Progressio"(일치와 발전)이라는 공식적인 교회문헌을 통해 미디어의 제반 역기능에 대한 주의환기를 시키면서 교회가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해왔다.
그뿐 아니라 매년 5월 ’세계홍보주일‘(World Communication Day)을 선포하고 홍보주간에 따른 교황특별메시지를 통해 매년 미디어와 관련된 주요 현안이슈를 심도있게 다루면서 각급 교회가 그에 적절한 대응조처를 취하도록 독려해왔다.
‘일치와 발전’발간 이후 20년이 지난 1992년에는 그동안의 매체환경 변화를 감안한 새로운 교회문헌인 "At the Dawn of the New Era"(새시대)를 발간해 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미디어는 인간화를 위해 선용돼야**
교회의 입장으로 본다면 신문, 방송, 영화, 비디오 및 최근의 인터넷 등 모든 매체를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면서 이들 다양한 매체가 복음전파를 위시한 복음화와 생명문화를 존중하는 인간화를 위해 선용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본다면 세속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제2의神’으로 까지 불리울 정도로 현대를 사는 모든 이의 ‘생각과 말과 행위의 무엇과 어떻게’를 좌지우지하는 안방의 주인이요 가장으로서의 위치를 견지하고 있는 매체환경의 오염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금번 기존의 UNDA와 OCIC가 해체되면서 가톨릭 교회가 새로운 매체환경의 융합현상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SIGNIS를 탄생시킨 사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나라도 신문의 영상화, 방송과 통신의 융합, 모바일과 인터넷 등의 새로운 쌍방향성(interactivity)매체의 급격한 보급에 따른 디지털화, 고품위화질, 초고속, 양방향성확보, 고음질의 돌비사운드(Digitalization, High Definition, High Speed, Interactivity, Dolby Sound)의 급속한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새롭게 추진될 시그니스/코리아의 탄생은 한국적인 상황에서 매체융합 추세와 미디어의 제반 역기능현상 팽배 억제를 위한 다양한 대안모색의 중요한 촉진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특히 대안매체를 지향하는 모델개발의 시발점으로 중지를 폭넓게 모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