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국내외 올바른 입양 문화 정책 수립을 위해 활동하는 '건강한 자녀 양육을 위한 입양 가족 모임'에서 '한국 현실을 등한시한 주장'이란 취지의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현행 입양특례법이 영아 유기를 부추기므로 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음은 이 모임에서 활동하는 정현주 씨가 쓴 글입니다. <편집자>
지난해 개정된 현행 입양특례법은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를 받기 위해 아동의 친생모(부)를 아동 가족관계등록부에 명기해 법원에 제출토록 한다. 다시 말해 미혼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자신의 출산 사실이 일단 기록된다.
이 법이 시행되고 아동 유기가 늘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서울 난곡동에 있는 '베이비박스'에 예전에는 한 달에 아기 3~4명이 맡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이후 한 달에 10명 이상의 아이가 이 베이비박스에 남겨지고 있다.
그곳엔 몇몇 미혼모들이 바뀐 입양특례법 때문에 입양을 포기했다는 사연을 담은 편지를 남겼다. "호적에 아기를 올려야 한다는 말에 너무 무섭고 그럴 수가 없어 이렇게 아기를 맡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베이비박스에 한 미혼모가 남긴 편지의 한 구절이다.
입양특례법을 재개정하는 데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법 때문에 영아 유기가 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며 관련 보도를 자제하란 요구를 했다. 베이비박스에 대한 보도가 아동 유기를 외려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바뀐 입양특례법 때문에 아기를 유기한 사례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정확한 통계로 집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 있는 건가.
이런 가운데 더 발생할지도 모르는 영아 유기를 막고 미혼모를 보호하기 위해 현행 입양특례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겼다. 가장 구체적인 사례가 지난 1월 백재현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코제트법'이다. 이 법은 유기된 아기뿐 아니라, 미혼모가 원할 경우 입양기관의 장이 독립된 아동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아이가 입양되는 건 아니다
한편,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는 지난달 14일 <프레시안>에 '코제트법'을 반대하는 내용의 글 '엄마들을 위해 범법을 합법화하자?'를 썼다. 이 글에서 김 목사는 '코제트법'의 해당 내용은 사실상 허위 출생신고에 해당하는 일종의 범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김 목사는 미혼모의 아동이 입양되면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출산 기록이 삭제되기 때문에 출산 사실 기록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도현 목사, 그리고 그와 함께하고 있는 해외 입양인들이 경험한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 사회는 입양을 꺼리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아직도 비밀 입양이 많고, 입양 수요도 절대적으로 적다. 그러다 보니 입양 대기 아동 가운데 입양을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 이렇게 입양 못 간 아이들은 보통 시설에 남게 되고, 그 아동의 출생 기록은 미혼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영원히 남는다. 그런데 김도현 목사는 장애아나 특수사정으로 입양이 되지 않거나 '파양'이라는 특수한 경우에 처한 사례를 제외하고 마치 미혼모 아이들의 대부분이 입양되는 것처럼 쓰고 있다.
국제적 수준의 법이 해결책? 미혼모 현실은 '후진국'
김도현 목사는 또 자신의 글에서 가족관계 등록의 시행세칙으로 '친양자 입양관계 증명서' 발급을 신청할 때 친생모(부)의 동의 여부에 따라 정보 접근 여부를 구분함으로써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세칙을 만든다고 해서, 현행 입양특례법이 가지는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문제가 있는 법에 이런저런 덧칠을 해서 보완책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또 김 목사는 입양인들, 특히 해외 입양인들이 '친생부모에 대해 알 권리'를 빼앗긴 부당함과 그로 인한 고통을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미혼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산 사실을 명기해야 한다는 게 김 목사의 주장이다. 그런데 입양인들이 친생모(부)에 대해 알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입양 제도와 입양법을 손보는 것이 근원적 해결책일까?
그동안 입양 기관에서 미혼모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이유가 강제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라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이다. 미혼모로 낙인찍히는 두려움으로 인해 어떠한 기록도 남기려 하지 않는 일이 흔했고, 입양 기관에서도 불가피하게 친생모(부)에 대한 기록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성인이 된 입양인이 친생모(부)를 찾지 못한 것은 근본적으로 미혼모의 열악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혼모에 관한 한국의 의식 수준은 지금의 해외 입양인들이 입양 갔던 20~30년 전 상황에서 거의 변한 것이 없다. 그런 의식 수준에 따라 당연히 제도적·사회적 지원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회적 신뢰를 잃은 미혼모가 직면하는 현실은 한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 고통 수준을 넘어선다. 따가운 비난과 눈총은 물론 학업이나 구직, 결혼의 가능성마저 차단될 경우가 많다. 자신의 부모로부터 집안의 명예를 더렵혔다는 이유로 의절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먼저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지원 제도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 이런 문제들을 그대로 둔 채 입양법을 손보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자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일이다.
아울러 김도현 목사는 현행 입양특례법은 재작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지지를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유엔인권이사회의 한국인권문제 정례검토회의(UPR)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헤이그 협약 정신에 부합하기에 이 법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의 열악한 현실에 맞지 않는 국제적인 수준의 법을 가진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누더기에 금팔찌를 한 격일 수 있다. 김 목사는 한국 미혼모들의 '두려움'을 얘기했다. 그 두려움이란 피상적인 감정의 수준이 아니다. 아직도 순결을 잃었다고 자살하는 여자들이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과 비난, 차별, 미혼모에 대한 억압은 한국 사회 여성 지위에 대한 국제적인 연구 결과도 뒷받침하고 있다. 작년 10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세계 135개국 중 108위였다. 재작년 한국 남성과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각각 73.1퍼센트, 49.7퍼센트였다. 지난해 4월 미국의 비영리재단 아시아소사이어티가 발표한 '아시아 여성 지위 실태 보고서'는 한국을 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 중 남녀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로 평가했다. 우리는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
현재 한국 상황에서 입양이나 미혼모 문제에 있어서 '국제적인 수준'이란 것은 무의미하다. 이 문제에서 필요한 것은 그 나라의 상황과 맥락에 따른 현실적인 법체계다. 국제적인 수준을 갖추었다고 자랑하는 것은 서구 중심적인 발상일 뿐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참가했다고 자동으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통받는 한국 여성들과 유기되는 미혼모의 아이들 앞에서 권리협약은 휴지 조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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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쓰는 사람을 위해 국가기관이 지출, 원칙적으로 불가
더욱이 김도현 목사가 글 후반부에서 '제3지대 임신출산여성 긴급지원센터 설립'을 제안하며 그 정신을 다음과 같이 역설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김 목사가 제안한 긴급지원센터는 미혼모가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아동을 양육하고 보호할 수 있는 센터다. 그는 이 센터가 베이비박스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센터 설립 정신을 들었다.
'당분간 함께 지내요. 홀연히 떠나도 괜찮아요.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가명으로 도착하셔도 돼요. 그냥 같이 살아요. 용기가 나면 출생신고도 하고 자립을 꿈꾸고 그렇게 해요. 너무 일찍 떠나진 마세요. 그러나 키우다가 아이 두고 홀연히 떠나시면, 그 아이 기아라는 이름을 얻겠지만, 일가 창립해서 입양 보낼 수도 있어요. 아무튼, 당분간 그냥 같이 살아요. 우리나라가 조인한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은, 온 세상의 모든 여성은 임신과 출산과 수유의 기간 동안 따뜻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래요. 맞아요. 우리 힘내요.'
문제는 김 목사가 자신의 글에서 미혼모의 출산 사실을 명기하지 않도록 하는 입양법 재개정안을 '범법'이라 칭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가 제안하는 '제3지대 임신출산여성 긴급지원센터'의 정신도 그가 역설한 범법과 다르지 않다.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가명으로 센터에 도착해도 되고, 키우다 아이를 두고 홀연히 떠나도 된다는 것. 이는 결국 현행 입양법을 그 스스로 '범법'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이 센터에 들어오는 미혼모들은 김 목사가 지키고자 하는 현행 입양법의 예외인가. 김 목사는 지금 현행법은 일단 그대로 두고, 필요하면 탈법을 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혼모를 위한 긴급 지원 정책은 법 개정 문제와는 별도로 당연하고도 시급한 문제이다. 그러나 국민 세금으로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센터의 지출은 명확한 근거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가명으로 등록된 대상에 대한 지출은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다.
미혼모가 입양 기관 앞에서 발길 돌리는 이유
다음에 인용한 김 목사 글의 마지막 대목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입양기관은 어디까지나 민간복지기관이다. 민간복지기관은 개인별 복지 서비스 제공에 대한 사항을 국가에 보고하고, 그 보고에 기초해서 국가 지원금을 받는다. 민간기관이 익명을 부탁하는 미혼모들을 문전에서 되돌려 보내고, 이것이 결국 미혼모로 하여금 아동 유기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리는 이유가 된다.'
그동안 김도현 목사가 주장해 왔던 대로 입양법이 개정되었고, 그의 말대로 '범법을 합법화'할 수 없기에, 개정된 입양법에 따라 미혼모들은 익명으로 아이를 입양 기관에 맡길 수 없게 되었다. 또 현행 입양법은 '익명'이 불가(不可)함에 한술 더 떠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산 사실을 명기하도록 하고 있다. 입양기관은 그러한 사실을 전했을 뿐이다. 문전에서 미혼모가 발길을 돌리는 것은 바로 김도현 목사가 지키고자 하고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합치된다는 그 '입양법' 때문이지, 입양 기관이 임의로 한 일이 아닌 것이다. 이것을 입양 기관이 국가 지원금 때문에 매몰차게 미혼모를 되돌려 보냈다고 호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백재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입양법 재개정안은 일명 '코제트법'으로 불린다. 코제트는 빅토르 위고의 작품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발장이 입양한 딸의 이름이다. 그녀의 엄마, 미혼모 판틴은 미혼모라는 사실이 공장 동료에게 알려지며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결국, 판틴은 코제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팔다가 목숨을 잃는다. 사회적 냉대와 편견이 미혼모를 죽인 것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프랑스다. 시간이 흐르며 프랑스는 각고의 사회적 노력을 통해 장발장과 같은 이들에게도 처벌이 아닌 복지를 제공하게 되었고, 판틴과 같은 미혼모를 죽음으로 내몰지 않는 사회를 만들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은 어떤가? 우리 주변에는 판틴을 모욕하고 쫓아내는 공장의 동료들이 가득하다.
<레미제라블>에는 개인이 놓인 사회문화적 맥락과 무관하게, 경직된 법 원칙을 지키려는 자베르 경감이 등장한다. 사람을 살리고 주변을 밝히는 변화와 생명은, 자베르로부터 오지 않는다. 그것은 미리엘 신부의 자비, 장발장의 약자에 대한 끝없는 연민과 책임감으로부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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