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정당이 필요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정당이 필요해!
[이상한나라의 선거기자단] 청년 정치인 4인, '이상한 선거'를 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정당이 필요해!
지방선거가 끝났다. 많은 이들이 그 누구도 이기고, 지지 않은 선거였다고, 민심은 실로 절묘했다고 이야기한다. 각자 승리와 패배의 원인에 대해 유추하고,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정세에 끼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이 와중에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정치 혐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정치를 만들어보겠다며 과감히 출마했던 이들이 경험했던 현실 정치의 높은 벽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선과 낙선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당선자나 낙선자 모두가 다 '정당'이라고 답했다. 다들 돈 없는 활동가들인데 선거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냐는 질문에 광역단체장 후보는 정치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 반면, 시·구의원 후보들은 모금할 수 없어 대출과 '엄마론'을 빌려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모두 "결국 중요한 것은 좋은 정당, 강한 정당을 만드는 것 밖엔 없지 않느냐"며 "열심히 해야죠"라고 겸연쩍게 웃는다. 

'이상한 나라의 선거 기자단'이 6.4 지방선거에 나섰던 청년 정치인들을 만났다. 목소영 새정치민주연합 성북구의원 당선자, 이기중 정의당 관악구의원 후보, 이태영 녹색당 서대문구의원 후보, 황종섭 노동당 서울시의원 후보와 함께 6.4 지방선거에서 느꼈던 현실 정치의 높은 벽과 이런 가운데 발견했던 희망과 연대의 끈에 대해 이야기 했다. 지난 12일 마포구 정치발전소 사무실에서 열린 좌담의 진행은 김경미 정치발전소 정책팀장이 맡았고, 대학생 유권자이자 선거기자단인 이심지 씨가 함께 참여했다. 총 2회에 걸쳐 좌담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목소영 새정치민주연합 성북구의원 당선자, 황종섭 노동당 서울시의원 후보, 이기중 정의당 관악구의원 후보, 이태영 녹색당 서대문구의원 후보. ⓒ이현석


선관위도 모르는 선거법,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김경미(사회): 선거를 치르다 보면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 후보자에게 선관위란 어떤 존재인가? 선관위와 관련해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태영 : 선거 초반에는 선관위에 대한 짜증이 많았는데 선거 중반에 접어드니 익숙해졌다. 우리 캠프가 서대문선관위에 제일 많이 연락했을 것이다. 선관위는 그냥 공무원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 집단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기본적으로 선거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와 서대문선관위의 해석이 다른 경우도 자주 있었다. 중앙선관위에서는 들고 다녀도 된다고 허락한 앰프인데 서대문선관위는 안 된다고 하더라. 피켓도 중앙선관위는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면 된다고 하는데, 또 어딘가에서는 '두 손으로 들고 다니면 안 된다', 즉, 한손으로 가볍게 들고 다닐 크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황종섭 : 선관위 직원들이 선거법 조항의 취지를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 애초 취지와 다르게 문자 그대로 집행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휴대용'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서 질의를 하면 선관위가 자기 임의대로 해석을 한다. 그러니 중앙선관위와 지역선관위가 다른 해석을 내놓을 때도 많다. 취지가 뭔지를 모르니까. 우리가 전화하면 자기들끼리 회의를 하더라. 만날 어딘가 물어본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에 물어보는지…. 물론 선관위도 진보정당 후보들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을 자꾸 쓴다. 예를 들면 자전거 선거운동 같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데 차량 등록증을 발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부터 어디에 등록증을 붙어야 하는지 등 생각할 것이 많아졌을 것이다.(웃음)

▲이기중 정의당 관악구의원 후보. ⓒ이현석

이기중 :
선관위는 애매하면 무조건 안 된다고 한다. 이번에 예비 공보물을 특이하게 만들어보려고, 페이스북 형식을 빌려 '고시생', '누구 엄마' 등 가상 인물이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편집을 했다. 그런데 선관위가 제3자의 추천사가 들어갈 수 없다며 안 된다고 했다. 제3자의 추천사라는 게 유명인들의 추천사를 의미하는 거지, 가상 인물들의 댓글인데 무슨 문제가 있나. 이걸 가지고 일주일을 싸웠다. 결국 페이스북 화면은 허용하되 닉네임은 지우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황종섭 : 제 선거 벽보를 보면 제 얼굴에 포커스를 맞춘 사진을 썼다. 뒤로는 다 희미하게 찍힌 사진이다. 그런데 제 뒤에 지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이 저만치 멀리에 찍혔다. 물론 누군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벽보에는 무조건 후보 외 다른 사람이 나오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 희미하게 처리했더니 통과됐다. 이것도 선거법 취지와는 달리 문자 그대로 집행하다 보니 생긴 일로 보인다. 

이태영 : 선거운동 과정에는 이렇게 꼼꼼하게 사사건건 간섭을 하면서, 정작 선관위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다. 선거제도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있는 분들의 거의 없었다. 시민들에게 우리 지역구의원은 14명이라고 말하면, 구의원은 한 명 아니냐며 놀란다. 중대선거구, 지역의회의 구성, 역할에 대해 누구도 친절히 설명해준 적이 없는 것이다. 

연세가 있는 분들에게 "7개 뽑으시면 되고, 시의원은 이런 역할을 하고, 구의원은 이런 역할을 합니다. 정당기호는 이런 원리로 정해진 것이구요" 등등 이걸 다 설명하고 있으려니 내가 선관위 직원인지 후보인지 모르겠더라.

김경미 : 명함, 어깨띠 사이즈부터 선거사무소 개소식 인사말, 명함 돌리는 사람에 대한 규제까지 현 선거법이 지나치게 규제 중심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목소영 : 돈과 관련한 규제를 제외하고는 다 풀었으면 좋겠다.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거기에서 돈을 쓰는 것에 대한 규제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지자, 당원들과 모일 때 요즘은 더치 페이 문화가 일상적이라 돈 문제가 별로 없다. 선거운동도 자원봉사자들이 자원해서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이기중 : 방식을 규제하지 않으면 돈을 규제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일일이 감시하기도 어렵다. 원론적으로는 비용 제한 외에는 다 푸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우리는 지금 있는 규제 수준을 따라가기도 어렵고, 규제를 풀면 더 비용이 많아질 것이다. 물론 선거 비용이 많이 드는 것보다는 정치자금 모금이 금지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기초단체장 후보 이하는 모금을 할 수 없다.

정치후원금 모금할 수 없는 시·구의원, 선거 비용은? "'엄마론'과 대출로"  

김경미 : 이야기가 나왔으니 자연스럽게 정치자금법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정치자금법상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후보, 당 대표 경선 후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를 제외하곤 정치후원금을 모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여기 모인 사람들 모두 2030대 시의원, 구의원 출마자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없었을텐데, 선거비용을 어떻게 마련했나? 

목소영 : 2010년 선거 때는 다 대출이었다. 거기다 '엄마론' 조금 보태서 선거를 치렀다. 이번에는 '목소영 펀드'로 3000만 원, 1000만 원은 '엄마론'으로 해서 총 4000만 원 정도 썼다. 

황종섭 : 저는 공식 선거비용이 5800만 원인데, 뭘 해도 저촉이 안 되더라.(웃음) 정치 자금은 중앙당 300만 원, 서울시당 300만 원에 당원들의 특별당비 등 거의 당 지원금으로 채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고. 

이기중 : 나도 '이기중 펀드'를 열었고 모자란 것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했다. 정당 지원은 300만 원이 있었는데 그것은 어차피 반환해야 할 돈이었고, 보전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4400만 원 다 채워서 썼다. 하지만 사무실 비용 등 비보전 항목이 있는데, 그것만 해도 몇백만 원이 넘는다. 그런 것들은 그냥 깨지는 것이다. 

이태영 : 녹색당은 선거 비용을 후보가 부담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있었다. 지역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서울경기는 2억 원 특별단위 모금을 결의하고, 1순위로 지역구 후보에게 2000만 원 씩을 지원해줬다. (일동 '우와~' 환호) 거기다 시당에서도 모은 돈이 있었고, 그래서 2200만 원가량이 그냥 들어왔다. 이 비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선거를 치렀다. 녹색당 후보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신 지역구 후보에 다 지원하는 바람에 비례후보 캠프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공보물을 두 군데 지역 밖에 못 보냈다.

김경미 : 여기서 정당 지원금이 녹색당 2200만 원, 노동당 600만 원+특별당비, 정의당과 새정치민주연합 300만 원 순이다. 오히려 선거 비용을 생각할 경우 녹색당이나 노동당 후보들이 유리한 편이다. 앞서 이야기한 군소정당은 정치신인이 데뷔할 때 출마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 한다. 만약 심지 씨가 정치를 하고 싶다면 이 경우 어떤 것을 택할 것 같나? 

이심지 : 300만 원을 택할 것이다.(웃음) 

김경미 : 정치 자금을 기초단위에서는 모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종섭 : 시의원, 구의원을 정치인으로 안 보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만 나오라고 하는 것이다. 만약 모금이 가능하다면 4년 동안 계속 모아서 다음 선거 나가면 된다. 이 사람을 믿고,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아주면 큰 돈이 모아진다. 일 년에 몇 백이라도 모으면 큰 힘이 된다. 선거를 뛰어보니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돈 모으는 일이었다. 

이기중 : 게다가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본 선거 기간에만 모금할 수 있는데, 국회의원 경우는 예비 후보자인 경우에도 모금 할 수 있다. 자기들이 법을 만드니까 이렇게 하는 것이다. 정치자금의 기준으로 보면 국회의원만 '진짜 정치인'인 것이다. 각 당 지방의원협의회에서 공천제가 아니라 이런 문제를 얘기했으면 좋겠다. 사실 부모님한테 받는 것도 증여세 내야 한다.

목소영 : 친지들이나 친구들이나 후원금을 주고 싶어 한다. 그것 자체를 못 받게 하는 상황이 말이 안 된다. 결국은 뒤로 받게 하는 것인데, 나는 단돈 만 원을 후원하시더라도 펀드로 넣어주시라고 이야기했다. 1인 한도액을 너무 높지 않게 정하고, 전체 한도액을 정해서 자기가 지원하고 싶은 후보에게 후원하게 해야 한다. 또 거대 양당의 경우 경선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감사하게도 나는 경선을 안 치러도 됐지만, 많게는 1500만 원이 든다고 한다.  

김경미 : 이런 상황에서는 대학 졸업 후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을 꿈꾸는 이들이 그 첫 시작으로 구의원, 시의원에 도전하는 것은 집이 부유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할 것 같다. 

▲'이상한나라의 선거 기획단'의 이심지 씨. ⓒ이현석

이심지 :
후원금을 아예 모을 수 없다는 것은 몰랐고, 그냥 돈이 많이 들겠구나 생각했다. 고향이 시골인데, 시의원 나오는 사람들 중에 정작 정치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한 자리 해보겠다고 나온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돈 있는 사람들이 선거에 나오겠거니 생각했다. 

김경미 :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들의 경우에는 정치후원금이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 "시의원·구의원은 지역 유지이고 원래 돈도 많은데 왜 돈을 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들 이야기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황종섭 : 안 해보면 잘 모르지만 한 번만 해 보면 별로 힘든 것도 아니고 본인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후원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일단 한 번이라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후원을 해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목소영 : 국회의원들을 봐도 후원금을 꽉 채우는 사람도 있고 못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들이 선택하는 문제다. 펀드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차용증도 줘야 하고 이자증도 줘야 하고, 이런 절차들이 귀찮아서 안 하는 분들도 많다. 나 같은 경우는 만 원 주시는 분들은 나를 찍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복잡해서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제도가 있는데 복잡해서 안 하는 것과 제도 자체가 없는 것은 다르다.

황종섭 :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정치 후원금센터 홈페이지가 있는데, 여기서 국회의원 후원은 정말 쉽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로그인 하면 자기가 후원한 사람 나오고 그 사람이 요즘 뭐하고 있는지 나오고 그러면 더 좋을 것 같다. 시의원, 구의원 같은 경우도 그냥 여기에 명단만 넣으면 되지 않을까.

이기중 : 황 후보 얘기를 들으니 왜 안하는지 알겠다. 국회의원에게 갈 돈이 시의원, 구의원들에게 갈까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시의원, 구의원이 재정적으로 자립이 가능하면, 국회의원 눈치를 안 볼 것이니까 관리도 힘들고. 

선거 기간 정당 홍보는 '불법', 정당이 선거 주체 아니었나요? 

김경미 : 현재 선거법상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특별한 정치적 현안없이 지역을 순회하면서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확성장치 등을 이용하여 정책홍보 연설을 하는 행위, 소속당원의 단합·수련·연수·교육 그 밖에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가 실시중인 선거구 안 또는 선거 구민인 당원을 대상으로 일체의 당원집회를 개최하는 행위, 예비후보자 홍보물에 비례대표 지방의원선거에서 소속 정당에 투표해 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을 게재하는 행위" 등의 정당 활동을 할 수 없다. 정당의 공천을 받고 나온 후보가 선거 기간 내 당원들과 공식적 모임을 가지거나, 정당 홍보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참 당황스럽다.

목소영 : 당원 개별적으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나 당 모임을 공식적으로는 못한다. 

황종섭 : 선거법 자체가 선거를 정당이 치르는 것이 아니라 후보들이 치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토론회를 해도 당신 정당의 정책을 묻지 않고 당신의 생각을 묻는다. '당 대 당'의 토론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 정당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법이 이렇다 보니, 선거 기간 동안 정당은 가만히 있어야 한다.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어 정당 투표를 하게 되어 있는데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비례대표 선거 운동을 어디로 확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의논되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다. 

김경미 : 후보가 당 인지도 외에 정당에 기댈 수 있는 것이 없는 셈이다. 사실은 정당이 선거를 뛰고, 후보들은 그 정당의 대리인으로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정상 아닌가? 

목소영 : 실제로는 정당이 뛰는 것인데, 그것을 한 번에 모아놓는 집회를 못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조항이다. 

이기중 : 진보정당과 거대 양당은 당원들의 범위가 다르다. 활동이나 소속감 등이 다르다. 새누리당, 새정치연합은 경선에 대비해서 당원을 많이 모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당원 수가 몇백, 몇만 단위가 되는 것이다. 그런 당원을 모아놓는다면 진성 당원들의 결의대회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모이는 친목회 정도의 개념인 것이다. 그래서 동문회 규제하듯 규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설사 그렇다고 해서 규제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태영 : 정당을 정치 참여의 행위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풀뿌리, 풀뿌리 하는데 정당을 풀뿌리 행위 주체로 보지 않는 것이다. '정당은 안 순수하고, 풀뿌리는 순수하고' 이런 식의 시선이 팽배해 있다. 정당이 선거에 개입하는 방식을 제약하는 것이다. 정당의 대리인으로서 후보가 있는 게 아니라, 후보가 정당이라고 하는 망토 하나를 입는 식이다. 녹색당의 경우는 어차피 조직표가 없었기 때문에 '녹색당'이라는 이름이 알려지면 좋은데, 공개적인 장소에서 당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판단의 준거는 정당에 기초해 있으면서도 정작 정당의 정치행위는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문제가 크다. 

목소영 : 뭔가 사먹이고 하는 식의 예전 선거 스타일 때문에 집회 규제가 있는 것 아닐까. 시대는 바뀌어가고 있는데 법은 옛날에 머물러있다.

이태영 : 문제적 상황이 있을 때 규제를 많이 만드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무엇이 바뀌었나. 단적인 예로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의 경우 처음에는 선거법상 규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사전투표 독려 현수막이 걸렸다. 이후 옥외광고법에 근거해 철거 되었다. 규제만으로는 정치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는 결론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김경미 : 2000년대 초 조직 동원, 금권선거 등을 금지하기 하기 위해 도입된 정치관계법이 정치 자체를 규제하고 해체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제는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기중 : 정치 혐오, 정치 축소가 긍정적으로 포장이 되면서 돈 쓰고 시끄럽게 사람 동원되는 것 등을 막기 위해 2004년에 선거법이 정비가 되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공천제 폐지 논란도 정치 혐오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성정치는 내부적으로는 할 것을 다 하면서, 법을 지키며 정당정치를 제대로 해보려는 사람들을 옥죄고 있다.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를 정치의 동력으로 삼으면 안 된다.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야 하는 것 아닌가. 안철수 대표는 자꾸 정치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가는데, 정치가 약해질수록 주도권을 쥐는 것은 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제도를! 

김경미 : 지금 입법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하고 싶은가? 선거제도, 사전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어떤 것도 좋다. 

목소영 : 기초의원들도 정치후원금 모금을 가능하게 하는 것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미혼 후보자가 갖게 되는 차별 문제를 시정했으면 좋겠다. 

황종섭 : 장기적인 과제부터 말하자면 비례대표제가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정당기호제를 고쳤으면 좋겠다. 이번 교육감 선거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기호가 없어도 잘 뽑지 않았나.  

이기중 : 비례대표제 확대에 동의한다. 결선투표제도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고 선거를 자주했으면 좋겠다. 미국은 하원의원 선거가 2년마다 있다. 국회의원 기득권 줄이자면서 정수 축소 얘기를 하는데, 기득권을 줄이는 것은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게 아니라 임기를 줄이면 된다.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 같은 경우는 안정성을 위해 임기가 짧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의원의 임기는 짧아도 괜찮다. 그럴수록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다. 선거는 자주 할수록 좋다. 또 지방선거는 한 번에 많은 선거를 하니까 이것도 나눠서 하면 좋겠다. 어느 설문조사를 보니 기초의원 후보가 누군지 모르고 뽑았다는 유권자가 44%가 나왔다. 아마도 기호나 당을 보고 뽑았을 것이다. 투표를 한 사람 중 56%만 후보를 알고 찍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정당이 필요해 

김경미 : 낙선한 후보들은 앞으로도 정치를 계속 할 것인가?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것처럼 우리 정당체제가 갈수록 양당제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군소 정당 후보로서 고민이 깊을 것 같다. 지금의 고민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듣고 싶다. 

이기중 :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양당 구도가 이렇게 짜였으면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20대부터 정당 당원으로 활동하며, 선거를 2번이나 나갔는데 또 나가야 되나 이런 고민도 있다. 지금까지는 2년 단위, 4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살아왔다. 어쨌든 당 때문에 떨어졌다고 하면 당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다. 

황종섭 : 정치를 하고 싶다. 그런데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확답하긴 늘 어렵다. 돈도 없고 후원금도 모을 수 없다. 이걸 직업으로 가지고 사는 것은 굉장히 불안정한 일이다.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정치와 관련된 일은 계속 하고 싶다. 지금껏 계획해도 계획대로 안 되어 왔기 때문에, 순간순간 현명한 판단을 해서 굶지 않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웃음)

김경미 : 노동당 후보였다는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나? 

황종섭 : 오히려 좋았다. 하지만 정당의 벽이 엄청 높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됐다. 쉽지 않다. 나는 정당정치가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앞으로도 진보정당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정당 만들기 위해 열심히 할 것이다.

▲이태영 녹색당 서대문구의원 후보. ⓒ이현석

이태영 :
"지역구민을 만날 때마다 긴 호흡으로 해야겠다", 이런 말을 했더니 긴 호흡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더라. 그때그때 현명한 판단을 하는 수밖에 없다. 나도 정치라는 것을 계속 해 가고 싶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가장 뼈 아프게 다가왔던 것은 녹색당이 뿌리가 없는 정당이라는 점이었다. 

'탈정치화'라고 말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급격한 정치화가 한편으로는 존재한다 생각한다. 먼저 내용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모이면서 정치 조직으로 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정치조직이 만들어지고 바람을 기다리는 정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때는 관련 현안이 터지면 녹색당이 주목을 받을까도 생각 했지만 그렇게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세월호 이후, 후쿠시마 이후에 어땠는가. 그런 바람으로 정당 조직이 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할지를 고민하고 있고, 그것이 정치 활동이라고 생각을 한다. 후보자가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녹색당은 다음 선거에서는 당선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표방하며 활동해야 한다. 선거는 축제처럼 해야 한다고 하면서, 당선과는 별 상관없이 선거를 치르면 안 된다. 그리고 지역 조직, 뿌리없이 하면 안 된다. 당선을 노골적으로 표방하는 것, 그것이 더러운 것이 아니다. 이건 나 스스로에게도 하는 이야기다. 

김경미 : 목소영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재선 의원으로 앞으로 어떤 계획과 구상을 가지고 있나? 

목소영 : 초선 때는 정당과 정치에 대해 배우는 입장이어서 내가 하고 싶은 정책들을 좀 더 전투적으로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선택을 받으니까 이것저것 힘 있게 해보고 싶다. 2010년 출마하기 전까지는 밖에서 민주당, 새누리당을 많이 욕했다. 중앙정치에 대해선 지금도 불만이 많다. 그러나 지역에 오면 밖에서는 '묻지마 투표'라고 비판하지만 그만큼 1,2번을 좋아하는 당원들이 실제로 있다. 연령대가 높을 뿐이지 그들이 당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은 대단하다. 그런 면에서 지난 4년은 민주당을 다시 보는 시간이었고,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도 당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가진 건강한 부분이 당 내에서 확산되고 외부로도 드러나게 하는 역할을 재선 의원으로서 해 보고 싶다.

김경미 : 한국 정치 문제점에 대해 논할 때 늘 큰 단위의 추상적인 것들만 논하지, 정치의 실질적 내용을 채우는데 영향을 끼치는 정치관계법의 문제에 대해선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리 정치가 늘 추상적 담론 수준에서만 머물고 있는 것 같다. 바닥에서 뛰며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고, 현 정치관계법의 문제점을 몸으로 경험해본 여러분과 같은 구의원, 시의원 출마자들이 한국 정치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정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치관계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여기 모인 우리들부터 계속 연대해갔으면 좋겠다. 

황종섭 : 열심히 하겠다!(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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