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은 현대중공업에 수금하러 온다"
"정몽준은 현대중공업에 수금하러 온다"
[조선소 잔혹사]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하청 탓'
2015.09.01 14:02:21
"하청 노동자 쥐어짜서 거기서 나오는 단물로 계열사를 늘려왔다. 그런데 이제는 적자라면서 쥐어짜는 것도 모자라, 죽음을 강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A하청업체 대표) 

2013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적자액만 3조5000억 원에 달한다. '조선업 세계1위'의 현대중공업 이야기다. 조선소 창립 이후 최대 적자 폭이다. 하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했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계열사만 27개다(2014년 12월 기준). 현대상선, 현대오일뱅크, 호텔현대 등 셀 수 없이 많다. 현대중공업은 2002년 '왕자의 난' 이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뒤, 2000년대 하반기부터 계열사를 확장해왔다. 

2008년 하이투자증권을 시작으로 2009년에는 비상장사인 호텔현대를, 2012년에는 신고려관광 등을 사들였다. 2010년 2월 이후 M&A 현황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모두 3조872억 원을 들여 5개 기업을 인수했다. 이 중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는 데 2조8933억 원이 들었다. 전체 인수 금액의 94%에 해당한다.

▲현대중공업 정문. ⓒ프레시안(허환주)


잊지 않고 매년 챙긴 주주배당금

보유 주식도 상당하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등 3개 계열사는 현재 모두 3조1000억 원을 웃도는 매도 가능 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3분기 감사보고서상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은 현대차(440만주, 7400억 원), 기아차(8만8000주, 4900억 원), 현대엘리베이터(21만7000주, 129억 원), 현대상선(2300여만 주, 6400억 원) 등으로 모두 1조4000억 원에 이른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차(226만5000주, 3800억 원)와 현대상선(1000만 주, 2880억 원), 포스코(130만8000주, 3800억 원) 등의 주식을 1조5000억 원어치 갖고 있고 현대미포조선은 KCC(39만7000주, 2300억 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인 지난 7월에는 자신의 계열사인 현대호텔에 2486억 원을 출자했다. 현금 735억 원과 현물출자 1751억을 합한 수치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하는 주식 일부만 팔아도 지금의 적자를 어느 정도 충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주들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주주들에게 2조820억 원을 현금으로 배당했다. 이 가운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주식 배당금은 1조1030억이다.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이 불황이라고 할 때도 주식 배당금은 꼬박꼬박 챙겼던 셈이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씨는 2008년 615억 원, 2009년 616억 원, 2010년 287억4000만 원, 2012년 308억 원, 2014년 153억 원의 주식배당금을 받았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하게 만든 장본인 이재성 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2014년 9월 퇴직하면서 36억99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임원 보수도 2014년보다 19억5000만 원이나 올려 61억5000만 원으로 늘려잡았다. 적자라면서도 임원들은 돈잔치를 벌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돈잔치를 벌리고 계열사가 늘어나고 조 단위 주식배당금 잔치가 열려도 하청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잘 될 때는 '내 탓’, 잘못되면 '남 탓'?

ⓒ매일노동뉴스(정기훈)

물론, 늘 잘나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현대중공업이 적자구조로 접어들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에는 1710억 원의 잠정 영업 손실을 냈다. 

현대중공업은 이것을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려 한다. 사무직 1500명을 구조조정했고, 하청노동자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2015년 7월 현재 3000여 명의 하청노동자가 해고됐다. 48개 하청업체가 폐업하면서 자연스럽게 하청노동자들이 구조조정됐고 그 자리는 단가가 더  낮은 하청업체로 채워졌다. 

하청업체가 폐업하는 이유는 '무리한 기성(톤당 단가) 후려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하청업체 '후려치기', 노동자 '목 조르기')

이러한 '단가 후려치기'는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단가 하락-자금 부족-공사기간 단축-인건비 축소-하락 단가 적용' 도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사기간 단축'은 산업재해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익이 날 때는 계열사를 확장하고 주주에게 배당금을 주는 등 회사가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였지만, 적자가 발생할 때는 그 손실이 모두 하청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식이다. 

"대주주가 가져가는 돈만 없어도 잘 돌아간다"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흑자일 때는 막대한 부를 챙기고,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늘리면서도 그 이익을 하청노동자와 나누지 않았다"며 "그런데 적자가 되자 곧바로 그 고통을 하청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지회장은 "수많은 하청업체가 '기성 후려치기'로 줄도산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하청노동자들은 임금체불, 정리해고뿐만 아니라 죽음에도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들이 가져가는 천문학적인 돈만 없어도 현대중공업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정몽준은 중공업에 돈을 수금하러 올 뿐이다. 주주들이 욕심을 가지는 이상, 답이 없다. 자기네 먹을 주머니를 채우려고 쥐어짜다 보니 이젠 하청노동자를 쥐어짜고 있다." 하청업체 대표의 말이다. 

(이 기획 시리즈는 사단법인 '다른내일'준비위원회와 <프레시안>의 공동기획으로 제작되었으며, 이후 별도의 책자와 영상제작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