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서 구속영장 청구에 '스텝' 꼬인 국민의당·안철수
이준서 구속영장 청구에 '스텝' 꼬인 국민의당·안철수
"당 자체조사와 내용 같아", "정치검찰", "과잉·충성 수사"라지만…
2017.07.09 18:39:19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 관련 '제보 조작' 사태로 휘청거리던 국민의당이 추가타를 맞았다. 검찰이 '조작' 행위의 실행범 격인 이유미 씨와 국민의당 지도부를 잇는 핵심 인물,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따라서다. 국민의당은 "정치 검찰"의 "과잉·충성 수사"라고 반발하며 이 전 최고위원을 방어하고 나섰지만, 당이나 안철수 전 대선후보에게는 이번 영장 청구 자체가 정치적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은 9일 오전 이 전 최고위원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혐의의 공범으로 지목했다.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릴 전망이다. (☞관련 기사 : 검찰, 이준서 구속영장 청구…'공범' 혐의 굳힌듯)

이 전 최고위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국민의당의 자체 조사 결과와는 달리 검찰은 이번 사태를 '이유미의 단독 범행'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서 짐작할 수 있는 다른 사실 하나는, 향후 검찰이 이 전 최고위원을 기소해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사건 재판 전체가 종료될 시점까지 이 전 최고위원의 혐의는 불확정으로 남게 됐다. 이는 이 사건의 성격이 '이유미의 단독 범행'이냐 '당 윗선이 개입한 조직적 정치공작'이냐를 규정하는 데 걸릴 시간이 그만큼 길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3일 당 자체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당원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자신들이 대선 나흘 전인 5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유미 씨가 동생 등 가족들을 동원해 만든 '가짜 증거'에 속았기 때문이라면서도 당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고 했었다. 이 씨로부터 가짜 증거를 전달받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나 공명선거추진단 간부들인 이용주 의원과 김성호 전 의원, 김인원 변호사, 당시 당 대표였던 박지원 의원이나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는 조작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게 국민의당 측 모든 인사들의 주장이었다. (☞관련 기사 : "이유미 단독 범행" 결론…검찰 수사에 국민의당 명운)

그러나 당시에도 국민의당의 이같은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의심하는 반응이 더 많았고, 때문에 만약 검찰 수사 결과가 국민의당 자체 조사 결과와 다를 경우 국민의당은 추가적인 신뢰도 하락을 겪으며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이 전망이 9일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민의당은 다급한 모습이었다.

국민의당은 일요일인 이날, 예정에 없던 긴급 지도부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당 대표 격인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했고, 이태규 사무총장, 정호준·배준현·김정화 비대위원이 참석했다. 원내 지도부에서도 이용호 정책위의장과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했다.

국민의당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을 상대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 내용을 들여다보고 당의 조사 결과와 비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검찰이 이 전 최고위원에게 청구한 영장 내용은 당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사실관계가 다르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 내용을 보더라도 제보 조작 사건은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임이 확인됐고,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사전에 공모하거나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없었다는 것은 더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단지 '유감' 수준이 아니라 '영장을 봐도 이준서는 사전 공모·지시 사실이 없다'고 이 전 최고위원의 결백을 적극 주장한 점이 눈에 띈다. 이와 관련,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인 김경록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나는 그 친구(이준서)를 믿는다"고 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당 지도부가 영장 내용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이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적법 절차를 거쳐 입수했다"고만 했고, 영장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서술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당은 그러면서 검찰과 여당을 향해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김 대변인은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라는 일부 주장은 악의적 정치공세임이 분명해졌다"며 "검찰이 이 전 최고위원에게 '미필적 고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의 자의적 판단으로 인한 과잉·충성 수사"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미필적 고의' 운운하며 검찰 수사를 압박한 것이 이번 영장 청구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여당도 겨냥했다.

손금주 당 수석대변인도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4번의 소환조사와 대질신문을 하고도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던 검찰이 돌연 사전구속영장 청구라는 강수를 둔 것"이라며 "여당 대표가 미필적 고의 운운하며 검찰에 대놓고 수사 지휘를 하더니 검찰이 이를 외면하지 못했음에 다름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손 대변인은 "검찰이 박근혜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도 정치검찰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결국 추 대표가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당 진상조사단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검찰의 이번 영장 청구로 인해 하지 않느니만 못한 일이 됐다.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며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로우-키'식 접근법이 아니라, "이유미의 단독 범행"이라는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해 버림에 따라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 내내 당은 부담을 안게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국민의당은 처음 이 사건을 발표한 지난달 28일부터 자체 조사 결과까지 오로지 '이유미 씨 단독 범행' 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당의 '셀프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그동안 국민의당이 주장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공세를 폈다.

백 대변인은 특히 박지원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를 겨냥해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민주주의 파괴를 불러온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민들이 대통령을 탄핵시킨 상황에서 이뤄진 대선에서, 또다시 민주주의 파괴를 시도한 엄청난 범죄에 국민들은 경악하는 것이고 책임 있는 인사들의 입장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여전히 대선 당시 책임 있는 인물 그 어느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안철수 전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11일로 예고된 만큼, 당일 밤이나 익일인 12일 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대단히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검찰에서 철저하게 진상이 밝혀져서 하나도 남김 없이 밝혀졌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한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전 대표의 경우 아예 사건 초기에 입장을 밝히거나 아니면 검찰 수사 결과가 윤곽이 나온 이후에 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그러나 사건 초기에 입장을 밝히는 방안은 이미 선택하지 않은 길이 됐으니 검찰 수사결과 발표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차라리 나을 거라고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말을 뒤집으면, 사건 초기에 바로 입장을 밝히는 게 더 나았을 거라는 지적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하는 단계까지 온 시점에서는 안 전 대표가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한 셈이 됐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린다고 할 경우, 이는 민주당 쪽에 '안철수 나오라'라는 공세를 할 시간을 사흘 더 준다는 의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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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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