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에 빠진 한국, 한국에 빠진 마블
마블에 빠진 한국, 한국에 빠진 마블
[인피니티 워 100% 즐기기 ③·끝]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한국
2018.04.26 04:02:34
25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10년을 정리할 대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했습니다. 영화 개봉에 맞춰 <프레시안>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0년을 정리하는 최원택 칼럼니스트의 글 세 편을 연재합니다. 최원택 칼럼니스트는 과거 <프레시안>에 그래픽 노블 관련 글을 여러 차례 연재했습니다. 올해 영화계 최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를 연재를 통해 더 깊이 즐기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3. 평창의 아이언맨부터 컬벤져스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0년의 한국

<아이언맨>(2008)부터 <어벤져스>(2012),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을 거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까지 전 세계를 휩쓴 마블 슈퍼 히어로 열풍은 한국도 강타했습니다. 관객 숫자부터 영화 관련 콘텐츠 제작 열풍에 이르기까지,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마블 스튜디오 제작진과 배우들까지 인정할 정도였습니다. 

▲ 최근 한국을 방문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출연 배우들. 왼쪽부터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 '닥터 스트레인지' 베네딕트 컴버배치, '로키' 톰 히들스톤, '맨티스' 폼 클레멘티에프. ⓒ마블 코리아 페이스북


<아이언맨>으로부터 10년. 한국인에게 아이언맨을 비롯한 마블 슈퍼 히어로들은 이제 홍길동이나 전우치 만큼 친숙한, 어쩌면 세대에 따라서는 그들보다 더 친숙한 영웅이 되었습니다. 마블 10년간 아동은 청소년을 거쳐 성인이 되었고, 청소년과 성인은 부모가 되어 자녀와 부모가 함께 마블 슈퍼 히어로를 즐기는 가족도 생겨났습니다. 마블을 좋아하는 아들에게 DC 슈퍼 히어로 영화 <저스티스 리그>(2017)를 보러가자고 했더니 "마블을 배신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나, 조카들과 마블 히어로를 통해 친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 자식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부모들이 모여서 마블의 슈퍼히어로를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소셜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아이언맨> 개봉 이후 태어난 아이들도 어른들을 통해 아이언맨을 비롯한 마블 히어로들의 팬이 되고 있습니다. 2013년에 태어난 저의 쌍둥이 조카들도 아이언맨의 팬입니다. 

ⓒ최원택

 
영상 매체의 발달이 한몫했습니다. 극장 상영이나 비디오로, IPTV와 케이블TV, 카카오TV나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누구나 마블 히어로의 활약을 수시로 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날로 영향력이 커져가는 새로운 대중매체 유튜브의 유튜버들도 마블 영화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뿐 아니라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한데 엮어서요. 덕분에 한국에서 일본 망가와 아니메에 힘을 못 쓰던 미국 코믹스와 애니메이션이 마블 코믹스를 필두로 본격적으로 번역 소개 되었습니다. 게임과 완구, 옷이나 신발 등에 이르기까지 마블 슈퍼 히어로 영화들은 한국에서 유행했던 그 어떤 영화 프랜차이즈보다 한국 대중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습니다. 

ⓒ레고 코리아


마블의 이런 영향력을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썰매 종목 중 그간 대중에게 봅슬레이보다 생소했던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윤성빈 선수는 아이언맨임을 자처했습니다. 헬맷과 유니폼을 아이언맨을 테마로 제작했습니다. 1994년생인 윤성빈 선수도 중고등학생 때 개봉한 <아이언맨>을 재미있게 본 모양입니다. 윤성빈 선수의 아이언맨 테마 헬멧 사용에 저작권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마블 코리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윤성빈 선수를 응원했고 <아이언맨> 1, 2편의 감독 존 패브로도 윤성빈 선수의 사진을 트위터로 공유하고 "얼음 위의 아이언맨!(Iron Man on ice!)"이란 트윗(링크)을 남겼습니다. 마블의 모회사인 디즈니 역시 페이스북에서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공유(링크)했습니다. 

▲ 출처는 마블 코리아 페이스북. 현재는 게시물이 사라졌다.


지난 16일에는 드디어 윤성빈 선수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시사회 행사에서 진짜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만났습니다. 이 만남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자신의 인스타스토리로 생중계했고, 윤성빈 선수의 아이언맨 헬멧에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아이언맨을 좋아했던 소년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어 아이언맨 소속 회사의 초청으로 아이언맨을 연기한 월드 스타와 만나게 된 것은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SBS


자신을 마블 슈퍼히어로 팬이라고 밝힌 한국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또 있습니다. 바로 온 국민에게 컬링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 컬링 은메달리스트 팀킴입니다. 안경선배 김은정 선수의 "영미"를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주목받은 팀킴은 선수들이 의성 출신이라는 이유로 의성의 특산물 마늘을 딴 '갈릭걸스'라는 별명으로 잠시 불렸습니다. 하지만 팀킴은 곧 갈릭걸스보다는 다른 별명으로 불러주기를 요청했습니다. 바로 컬링에 어벤져스를 더한 '컬벤져스'라는 별명이었습니다. 팀킴 컬벤져스는 어벤져스 히어로들을 자신들 한명 한명에 대입하기도 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 http://theqoo.net/index.php?mid=square&document_srl=684035396


기사 '여자컬링 인기 비결? '함께'여서 아닐까요? "우리는 컬벤져스"'(링크)에 따르면 김영미 선수는 캡틴 코리아, 김초희 선수는 헐크, 김경애 선수는 토르, 김선영 선수는 스파이더맨, 김은정 선수는 호크아이, 김민정 감독은 아이언맨을 자처한다고 합니다. 김민정 감독은 "어벤져스와 우리의 느낌이 어울린다. 각자 특징이 있으면서 함께 뭉치면 힘이 된다"고 컬벤져스 별명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래 젊은 여성들이 즐기는 아이돌과 연예인, 야구 등의 문화 가운데 어벤져스같은 마블 히어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인들이 일방적으로 마블 슈퍼히어로들을 짝사랑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마블은 수많은 히어로들을 소개하면서 아시아,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마블 영화 흥행에 주목했습니다. 한국에서의 흥행이 아시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한 듯 마블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울트론이 훔쳐온 비브라늄으로 육체를 만드는 곳을 한국으로 설정했습니다. 한국의 발달한 과학기술이 비전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탄생에 기여한 셈입니다.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한 영화 프랜차이즈가 한국을 촬영지로 선택했다는 것에 마블 팬뿐 아니라 정부와 기성세대도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서울시 공식 관광정보 웹사이트의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의 서울시내 촬영지로 떠나는 영화여행’(링크) 게시물이나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속 국내 촬영지 8곳 방문기!'(링크 http://blog.hyosung.com/2225 ) 글에서  서울의 공간이 어떻게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속에 재구성되었는지 읽어볼 수 있습니다. 마블 영화가 한국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삼은 것은 <블랙 팬서>로 이어졌습니다. 블랙 팬서는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부산의 야경을 배경으로 긴박한 자동차 추격전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 부산에서의 <블랙 팬서> 촬영 장면. ⓒ마블코리아


마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주요 히어로를 연기한 배우들이 내한하여 국내 팬들의 환대에 감동하고, 자국 매체에서 한국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한 것이 다시 국내 팬들에게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아이언맨>(2008), <아이언맨3>(2013),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의 개봉에 맞춰 세 번이나 내한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언맨>의 국제적인 흥행을 한국 흥행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링크)

▲ 인사동에서 쇼핑 중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인스타그램.


<토르: 다크월드>(2013) 개봉 때 마블 스튜디오의 사장 케빈 파이기와 함께 내한한 톰 히들스턴은 직접 내한을 자청했다고 합니다. 레드카펫 행사에서 파격의 춤사위(링크 https://youtu.be/7GaO0oMniMQ)를 선보이고 <SNL 코리아>에도 출연(링크 https://youtu.be/g-3z_lBmQtE )한 톰 히들스턴은 3년 뒤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개봉에 맞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와 함께 내한한 헐크 역의 마크 러팔로도 후에 토크쇼에서 한국에서의 환대를 "비틀스가 된 기분"이라며 "한국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링크) 마블 스튜디오 사장 케빈 파이기 역시 마블이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한국어로 인사해가며 강조했습니다. (링크) 이렇게 동시대 최고의 흥행을 갱신하는 영화 프랜차이즈와 그 배우들이 한국을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국 사람들의 인정욕구를 채워주었습니다. 

▲ 마블 대표 케빈 파이기의 한국말 인사 영상. 출처 https://youtu.be/X-_kgItVmR0


한국의 관객 중 몇몇은 단순한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마블의 세계에 영향을 주는 창작자가 되기도 합니다. 한국을 배경으로 마블 슈퍼 히어로들이 활약하는 웹툰 <어벤져스: 일렉트릭 레인>(링크)에 첫 등장한 한국인 슈퍼히어로 화이트 폭스는 이후 마블 코믹스의 정식 히어로로 다른 작품에 등장하게 됩니다. 그동안 아마데우스 조 같은 한국계 미국인 캐릭터가 있었지만 한국인 슈퍼히어로는 흔치 않았습니다. 마블 세계 속 한국인 혹은 한국계 캐릭터는 여기(링크)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게임 <마블 퓨처 파이트>에 새로운 한국인 캐릭터 루나 스노우가 추가되었습니다. 본명이 설희인 루나 스노우는 케이팝 아이돌 가수 출신으로 이름처럼 냉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입니다.   

▲ <마블 퓨처 파이트>의 한국인 슈퍼 히어로 루나 스노우.


아직은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한국인 슈퍼히어로가 웹툰이나 코믹스와 게임에서부터 차근차근 존재감을 드러내는 셈입니다. 생각해보면 북구 신화의 신 토르나 그리스 신화의 신 헤라클레스도 등장하는 마블 코믹스에 한국의 도사가 등장한다 해서 더 이상할 건 없습니다. 강동원 주연의 영화 <전우치>의 전우치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그 능력이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그래서 마블 코믹스에 바로 합류해도 될 만한 캐릭터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 영화 <전우치>와 <닥터 스트레인지> 포스터.


마블 코믹스와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한국 출신 히어로, 혹은 한국 문화 배경의 히어로가 합류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한국인 창작자에 의해 마블 코믹스의 세계처럼 매체와 국경을 초월하는 세계관의 창작물이 등장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미래를 그리는 데 현재 마블의 위상과 전략은 참고할 만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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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어 보이는 것 따라다니다가 인생 저당 잡힌 솜씨 없는 밈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