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너츠 완전판> "스누피가 네 발로 기어다녔어?"
<피너츠 완전판> "스누피가 네 발로 기어다녔어?"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⑩]
2016.04.29 09:20:53
출판업계가 불황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겠지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이 9.2권, 월 0.76권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즐길 거리가 점차 많아지는 데다, 책을 읽을 삶의 여유가 없다는 점이 원인일 겁니다.

그러나 위기에도 기회는 오기 마련입니다. 언제나 불황을 이긴 베스트셀러는 나옵니다. 지금도 전국 곳곳의 출판사에서 좋은 글을 가진 작가와 새로운 아이디어의 편집자, 색다른 시도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디자이너들이 독자에게 멋진 책 한 권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은 이 불황의 시대에 독자의 마음을 훔친 베스트셀러를 이모저모 뜯어보고, 그 성공 원인을 분석하는 새로운 월간 기획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소개합니다.

출판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베테랑 두 분을 모셨습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전 민음사 대표)와 이홍 출판기획자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민음사, 황금가지, 리더스북 등의 출판사에서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직접 만든 출판계의 신화입니다.

이들이 때로는 신랄한 비평가이자 때로는 친절한 컨설턴트로 변신합니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이들이 직접 베스트셀러를 선정해 책의 성공 원인과 이후 과제를 짚어봅니다. 현장에서 그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출판사의 편집자, 기획자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봅니다. 교보문고가 전국의 판매 데이터를 제공해 분석의 신뢰를 더 높였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만화책을 다룹니다. 젊은 독자보다 조금 나이 든 독자가 더 반가워할 작품입니다. 찰리 브라운, 스누피, 슈뢰더, 루시…. 다 익숙한 이름이지요? 걸작 만화 <피너츠 완전판>(찰스 M. 슐츠 지음, 신소희 옮김, 북스토리 펴냄) 시리즈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북스토리 출판사가 한 권씩 완역판을 내고 있습니다. 피너츠 탄생 65주년을 맞아 찰스 M. 슐츠가 연재한 이 만화의 전 시리즈와 특별판을 남김 없이 수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발사의 아들로 태어난 찰스 M. 슐츠는 자전적 캐릭터인 찰리 브라운과 그의 친구들을 통해 신랄하고 코믹하게 어른의 세상을 그려냈습니다. 이 만화는 전 세계 75개국에 21개 언어로 풀이되어 소개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애니메이션이 공중파 방송사를 통해 방영되었죠.

이제는 하나의 중요한 문화적 코드로까지 자리 잡은 이 만화책은 독자의 강한 성원에 힘입어 국내 완역이라는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초반 반응이 기대 이상입니다. 전체 25권 중 3권이 발매되었는데, 1만5000부가 넘는 판매량를 기록했습니다. 개별 책이 소장용 양장판으로 두껍게 나왔다는 점, 만화책 시장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좋은 성적표입니다.

이 책을 다루면서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의 대담자들은 책의 내용보다 우리나라 만화 시장의 미래, 만화 출판사가 헤쳐나가야 할 현실에 더 집중했습니다. 총선 바로 다음날인 지난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진행된 대담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원래 스누피는 네 발로 다녔다

장은수 : 벌써 열 번째 대담입니다. 우리가 여태 심각한(?) 책을 주로 다뤘는데, 이번에는 분위기를 조금 바꿔봤습니다. 만화책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피너츠 완전판> 시리즈입니다. 그 유명한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 이야기가 국내에 처음 완역되어 나옵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이 이야기를 처음 읽어봤네요.

이홍 : 만화는 독자 층위와 세부 장르가 다양하게 구분되는 출판의 주요 영역입니다. 단행본 만화는 물론, 시리즈와 정기 간행물에 포함되는 연재물, 아동 타깃의 학습 만화에 이를 정도로 각 시장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최근의 웹툰 붐도 뺄 수 없지요. 아직도 만화라고 하면 아이들이나 보는 출판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 고백하자면 저도 한때 그런 독자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피너츠 완전판> 시리즈처럼 고급 장정을 입힌 고가의 소장본을 만화와 연결하는 독자는 많지 않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만화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어서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피너츠 완전판>은 내용이나 편집의 형태를 분석하고 평가할 책은 아닙니다. 이미 역사적인 평가와 검증을 끝냈고, 이 장르에서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입니다. 역사상 가장 오래 연재된 작품으로서 기네스북 기록을 가지고 있고, 뮤지컬과 영화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지요. 미 공군과 미 항공우주국(NASA)이 사랑한 캐릭터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기보다는 소유를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획으로 보고, 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었으면 합니다. 만화든 책이든 읽기 위한 대상인데, 특히 요즘 들어 소유물의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어요.

장은수 : 전 이 책을 계기로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첫 번째 주제는 출판사 마케팅입니다. 현재 출판사가 실시하는 <피너츠 완전판> 마케팅인데요, 출판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독자가 원하는 메시지와 달라요. 독자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출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둘째. 만화, 특히 <피너츠 완전판>처럼 오랜 시간 검증된 명작은 팬덤을 이야기하기 좋습니다. 출판사가 이 책을 1년에 네 권 정도씩 낼 계획입니다. 그러면 마지막 편까지 무려 6년에 걸쳐 내게 됩니다. 이처럼 거대한 작품은 출판사가 팬과 함께 가지 않으면 지속이 어렵습니다. 출판사가 팬과 함께 작품을 낼 수 있도록 돕는 마케팅은 무엇일까를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이 주제는 다른 출판사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지 않을까 싶네요.

마지막으로, 웹툰의 시대에 만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가 예전에는 만화를 코믹스로 소장했죠. 이게 점차 약화하고 있습니다. 만화가 출판에서 온라인 콘텐츠 비즈니스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코믹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코믹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이 책을 읽은 소감부터 간단히 이야기해 보죠. 제가 만화에 조예가 깊지 않아 <피너츠 완전판>을 아이들 읽는 거로 생각하고 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아니에요. 어린이가 제대로 읽기엔 조금 어려울 정도로 철학적이고 냉소적 작품입니다. 성인용 만화예요. 찰리 브라운과 친구들이 보여주는 갖가지 에피소드가 짧은 이야기로 나뉘어 소개되는데, 이건 어른의 인생이더군요. 작가가 가진 삶에 관한 묘한 통찰이 묻어납니다. 작품은 깨끗한 동심의 세계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기 마련인 삶의 편린에 깊은 애정을 보여줍니다. 성인이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역시 명작은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만족감도 들었어요. 여태까지 번역되어 나온 세 편은 초기 작품인데, 이 초기 작품에서는 우리가 아는 스누피가 나오지 않더군요. 네 발로 걸어요. (웃음) 스누피가 처음에는 두 발로 걷지 않았다는 점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번역 편집도 아주 좋았습니다. 특히 만화는 조그마한 말풍선 안에 번역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말을 한국어로 옮기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서체 선택도 좋았고, 한국말로 가독성 높게 처리한 번역의 완성도도 좋았습니다. 무척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책이 얼마나 판매됐나요?

출판사 : 1~3권을 합쳐 약 1만5000부 정도입니다. 책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보다 좋은 성과입니다. 


장은수 : 개별 코믹스로 따지면 거의 6만 부 수준이네요. 인상적입니다.

출판사 : 이 책이 이처럼 많이 팔리리라곤 저희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20~40대 여성이 특히 적극적으로 책을 샀습니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 TV로 본 만화의 향수가 독자를 자극한 것 같습니다. 키덜트 문화가 이제 어느 정도 대중화됐다는 점도 중요한 것 같고요. 피너츠 상품의 하나로써 사람들이 소장하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홍 : 여태까지 정리, 출판된 <피너츠 완전판> 1, 2, 3권은 마냥 재미있는 내용, 쉽게 친해지는 그림은 아닙니다. 작품 초기 카툰이라 그런지 몰라도 요즘 정서와는 많이 달라요. 그림에 입체감이 없다고 할까요? 풍성하게 채워지진 않았죠. 특히 배경이 대부분 생략되어 있는데 작가의 한 인터뷰를 봤더니 "배경을 잘 그리는 사람이 부럽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더군요. 스토리와 등장 캐릭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이미 검증되어 유명한 작품이라는 단서를 빼면 팔리지 않을 겁니다. 유명한 캐릭터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에 관한 강렬한 소장 욕구가 작동했다고 봐야겠지요.

<피너츠 완전판>의 인기와 달리 한국 만화 출판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은 우울합니다. 만화 시장이라면 자연스럽게 일본을 이야기하게 됩니다만, 만화 시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생산과 젖줄의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지의 존재입니다. 속칭 만화 잡지죠. 과거에는 만화 잡지에 연재되는 작품이 꾸준히 독자의 인기를 끌면 단행본으로 만들어지고, 대여점을 중심으로 수요를 창출해 잡지-단행본-유통이 함께 먹고사는 사이클이 형성됐습니다. 최근 통계를 보니 비교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기반이 무너졌더군요. 만화 전문지 시장이 힘겹습니다. 인기 작가와 독자층이 웹툰으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피할 수 없습니다. 과거 만화는 한번 보고 소비해버리는 콘텐츠였는데 그 소비의 형태마저 안정성을 잃었죠.

미국은 좀 다릅니다. 2014년에 아마존이 디지털 만화 플랫폼인 '코믹솔로지'를 인수했죠. 코믹솔로지는 <어벤저스> 등 블록버스터 만화책 콘텐츠를 보유한 강자입니다. 디지털 만화 유통 시장의 일대 혁신을 예고하고 있고, 이런 흐름이 일반 만화나 그래픽 소설 등의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됩니다.

이런 시장의 변화가 만화책 소장 독자 연령층을 바꿨습니다. 만화의 중요 소비자는 예나 지금이나 10~20대이지만, 교보문고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피너츠 완전판>의 주요 구매자는 20~30대입니다.

최근 만화 시장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는 명작의 재발매입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 <슬램덩크> 등 국내에 작품성이 공인된 작품이 계속 재발매되고 있죠. 비록 다 사려면 부담스러운 고가의 작품이지만, 작품성 있는 완전판을 소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과거 만화를 활발히 소비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소비력을 갖춘 세대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분명히 만화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보여줍니다만, 안타까운 점도 있습니다. 이 흐름에 우리나라 작품은 상대적으로 배제되어 있습니다. 소장 시장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창작물보다 외국 번역 작품을 중심으로 형성됐죠. 당장 우리가 이번에 다루는 <피너츠 완전판>도 그렇지 않습니까? (웃음)

▲ <피너츠 완전판>(찰스 M. 슐츠 지음, 신소희 옮김, 북스토리 펴냄). ⓒ북스토리


소장판 찾는 새로운 책 소비자

장은수 :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웹툰 시장 이야기는 뒤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일단 <피너츠 완전판>에 더 집중해 봅시다.

출판사가 보내는 메시지와 독자가 원하는 메시지가 다르다고 했습니다. 이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제가 <피너츠 완전판> 홍보 내용을 보니, 출판사는 계속 '이 명작을 드디어 완간할 예정'이라는 얘기를 해요. 그런데 독자 반응을 보면 '크리스마스에 나를 위해 선물하겠다' '친구에게 선물해주니 좋아하더라'는 식이에요.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책 사진을 찍어 올리는 이벤트에 강하게 호응하더군요.

독자가 이 책을 읽기 위해 산 게 아니란 거예요. 자기 표현물로 샀어요. '나는 이런 책을 갖고 있다'는 거죠. 요즘 옛 명작 소설, 시집의 초판본 재발매가 계속되는데, 그걸 사는 독자 심리 구조와 기본적으로 같아요.

그렇다면, 홍보의 초점도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완간한다는 게 중요하지 않아요. 이건 출판사에나 중요하죠. '지친 당신에게 선물하라'는 식이 되어야 해요. 찰리 브라운을 통해 잃어버린 너를 표현하라는 메시지가 와야죠.
 
출판사 : 이 책이 완간되는 게 국내에서 처음이라 찰리 브라운을 아는 독자들이 이 점을 높이 샀습니다. 저희가 처음 목표로 삼은 독자도 좋은 만화책을 기꺼이 구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완간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게 사실입니다.


▲ 이제는 소셜 퍼블리싱 시대. ⓒ프레시안(최형락)

장은수 :
그 수가 적잖아요. 이 책을 아는 독자에게만 호소해서는 도저히 안 돼요. '이 책을 꼭 사야 한다'는 열혈독자가 아닌 이를 설득하는 게 중요해요. 메시지를 바꾸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볼 때 동력을 잃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 출판사의 홍보 내용을 보곤 독자 반응을 깊이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자 반응 중에는 '피너츠 컵 때문에 샀다'는 얘기도 꽤 있거든요.

이제 매스(mass) 퍼블리싱 시대는 끝났습니다. 소셜 퍼블리싱 시대의 핵심은 출판사가 독자와 직접 대화한다는 거예요. 독자가 창조적 위치를 차지하죠. 당장 <피너츠 완전판>만 하더라도 독자가 이 책을 (독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출판사에 가르쳐주고 있잖아요. 이에 출판사가 반응해야 합니다.

이홍 : 완전판이라는 메시지, 소장용이라는 메시지를 넘어서라는 거죠. 계속해서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야 합니다. 다만, 출판사가 정말 독자 반응을 읽지 않았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 아닐까요? 독자에 관한 해석이 우리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반대로 보자면, 아무리 새로운 독자라 하더라도 완전판 25권을 모두 사는 사람은 한정될 겁니다. 그렇다면, 장은수 대표의 말씀과 반대로 이 만화책이 지닌 가치와 지위를 계속 강조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죠. '이 좋은 작품을 한 권이라도 가져라'는 메시지 말이죠.

장은수 : 앞서 말씀드렸듯, 그 수가 적다는 게 문제예요. 이 책에 열광하는 독자가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끝까지 나올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거예요. 그들도 아는 거죠. 이 책의 진짜 가치를 아는 독자가 많지 않다는 걸요.

여태까지 우리나라 출판사 홍보는 계몽적이었어요. '우리가 낸 책이 이처럼 중요하니까, (책을 읽는) 너는 이걸 꼭 소장해야 한다'는 식이죠. 이런 메시지에 반응하는 독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만화책은 특성상 훨씬 큰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데, 왜 그런 식으로만 접근해야 합니까? 책과 캐릭터를 결합해 독자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야 합니다. 25권 완결을 독자와 약속했다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책을 내서는 안 되잖아요.

출판사에서 이 책을 박스 세트로 내는 것도 예정한 걸로 아는데, 박스 세트에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야 해요. 박스 세트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가격 할인이나 사은품 증정 등 독자 가치를 늘리려는 것이지만, 독자가 보내는 메시지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홍 : 단순히 '1~3권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피너츠의 초창기 이야기를 한 번에 보세요'하는 식을 넘어서는, 스페셜 박스 세트 자체가 색다른 욕구를 자극하는 콘셉트 상품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지금은 이 책이 연도별로 나옵니다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주제별 혹은 기능별로 묶는 특별판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판권 계약의 형태가 그런 탄력성을 인정해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독자 참여의 중요성

장은수 : <피너츠 완전판> 마케팅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이 책과 독자를 연결하는 구심점을 형성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시리즈는 6년짜리 프로젝트예요. 그렇다면 일단 이 작품만을 위한 홈페이지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한국 출판계처럼 출판사에서 펴낸 책 전체를 다루는 통합 홈페이지나 블로그만 존재하는 사례는 이제 별로 없어요. 특히 이처럼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 작품만을 다룬 독자적인 사이트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 홈페이지와 <피너츠 완전판> 홈페이지를 완전히 분리해 스누피 팬을 위한 소통 공간을 마련하는 데에서 마케팅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찰리 브라운 팬을 모아야죠. 이 사람들이 모여서 놀고,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작품 별로 마이크로 사이트를 구축하고, 거기에 모여든 팬과 소통하는 건 현대 출판 마케팅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첫 책이 나온 지 4개월이 지났는데 여태 독립적인 홈페이지가 없다는 건 출판사에서 이를 별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누피 팬이 디시인사이드나 클리앙에서 놀게 해선 안 됩니다. 이들을 모아 편집자나 판매 담당자가 독자와 곧바로 대화해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팬 여러분, 이제 4권 편집 작업 시작합니다"라고 곧바로 이야기해 줘야 해요.

이홍 : 덧붙이자면, <피너츠 완전판>은 다음 내용을 기대하면서 읽는 작품은 아니에요. 스토리 중심 구조에 익숙한 우리나라 만화 독자에게는 낯설죠. 이걸 그나마 영상으로 보면 타이밍과 느낌이 괜찮은데 종이로 읽는 건 불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피너츠 블로그 만든다고 사람들이 저절로 모이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뭔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야 합니다. 25권 완간이야 어차피 지고지순한 이 프로젝트의 절대적인 가치와 목표이지만, 서브 전략도 필요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선택지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내가 이 시리즈 전부를 사기는 어렵지만, 이 정도는 꼭 가져야겠어!' 이런 욕구를 반영하는 게 프로젝트 전반에 위협 요소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장은수 : 마이크로 블로그를 갖고 있다면, 출판사가 독자에게 뭘 원하는지 물어보면 돼요. 팬이 출판사보다 <피너츠 완전판>에 관해 오히려 더 잘 알 겁니다. 독자가 책 제작에 참여하면 독자의 숨은 욕구를 찾기가 쉬워져요. 편집,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출판사가 어떤 책을 출간하고 그 책을 위한 마이크로 블로그를 만들어도 이를 알리기는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그런데 <피너츠 완전판>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찰리 브라운, 스누피는 누구나 아니까 말입니다. 독자가 편집과 제작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만약에 출판사에서 개별 블로그를 관리할 여력이 없다면, 독자와 함께 운영하면 좋습니다.

이 정도로 유명하고, 의미가 있는 책이라면 클라우드 펀딩을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고 봐요. 책 25권을 다 사면 50만 원 정도인데, 펀딩에 참여해서 미리 비용을 치르는 팬한테는 투자 수익을 돌려준다든지, 특별판을 제작해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죠. 더불어 책에 관한 관심도 키우고요. <피너츠 완전판>은 그 규모 때문에 이미 정기 간행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3개월에 한 번씩 보는 계간지 정기구독권을 발행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이런 생각도 홈페이지에서 독자 의견을 받으면 더 다양하게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독자 목소리를 모아 외국 저작권자에게 '한국 독자가 이런 걸 원하는데, 이런 식으로 책을 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고요.

<피너츠 완전판>은 독자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작품입니다.

이홍 : 클라우드 펀딩을 시도해볼 만하다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클라우드 펀딩이 홍보 수단으로 남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장은수 : 팬의 지불 의사를 어떻게 키우느냐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팬이 지불 의사를 가지려면 제작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직접 이 책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는 느낌이 팬층을 단단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는 누구나 안다. ⓒpeanuts.wikia.com


피너츠는 몰라도 찰리 브라운은 안다

이홍 : 출간 이전에 사전 수요 조사를 했나요?

출판사 : 인터넷에서 MD(머천다이저, 구매담당자) 반응을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계간지 업무자 등에게 슬쩍 "<피너츠 완전판>을 낼 생각이 있어"라고 던져 보면 대부분 "안 될 거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웃음) 


이홍 : 이 정도의 대작을 낸다면 철저히 시장 조사를 해야죠. 시장 조사에 무관심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건 한국 출판의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안 했다면 출판사가 어느 정도 견딜 자신이 있으니 그랬겠지요. 그러나 이 정도로 거대한 시리즈 완역을 결심했다면 더 철저히 상황을 조사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드네요. 더군다나 읽는 시장이 아니라 25권을 소장해야 하는 특별한 타깃 시장인데 조사의 중요성을 미리 고려하지 않으셨나요?

출판사 : 관련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실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는 알아도 <피너츠 완전판>을 아는 독자는 별로 없으니까요. 


이홍 : 사명감으로 책을 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대목입니다. 물론 지금 반응이 좋지만, 그래도 위험이 컸어요.

장은수 : 지난해 개봉한 영화 <스누피 : 더 피너츠 무비>와 맞춰 출간했다는 생각이 들고, 그 덕분에 초기에 큰 관심이 쏠렸다는 생각도 드네요. 만일 영화라는 계기가 없었다면 이만큼 잘 팔렸을까요?

출판사 : 영화 효과를 무시하지 못합니다. 영화와 함께 이 책이 출간돼 언론사에서 잘 다뤄줬습니다. 


장은수 :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이 영화가 아니라 만화에서 출발했다는 건 중요해요. 그러나 이들 캐릭터를 판매하는 사람이 "이 캐릭터가 만화책에서 왔어요"라고 말하진 않죠. 그렇다면, 출판사가 이 책을 중심으로 캐릭터 상품과 네트워킹을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서로 도울 수 있잖아요? <피너츠 완전판>의 팬 중에 스누피, 찰리 브라운의 팬이 많으니까, 연계 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면 이들에게도 만화의 존재를 알릴 수 있겠죠.

어쩌다 보니 출판사 홍보에 관해 아쉬운 점을 많이 얘기했는데, (웃음) 북스토리가 동영상을 중심으로 온라인 홍보를 진행한 건 매우 긍정적으로 봅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모바일 앱 홍보의 핵심은 동영상입니다. 북스토리의 영상 홍보는 다른 출판사도 꼭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영상은 외주했나요?

출판사 : 담당자가 직접 만듭니다.


장은수 : 외국에서는 '북튜버(북 유튜버)'라는 직업까지 생겼어요. 점차 팟캐스트를 통한 책 홍보가 모바일 영상으로 이동하고 있죠.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영역인데, 북스토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했습니다. 독자 반응은 좋나요?

출판사 : 기대보다 조회 수가 꽤 나옵니다.

장은수 : 흔히 유튜브 홍보를 하려면 100개 정도의 콘텐츠를 올려야 한다고들 하는데, 출판사가 독자적으로 이 정도 영상물을 만들긴 어렵겠죠. 하지만 외국에서 이 작품을 홍보한 영상물을 빌려 오는 식으로 외국의 홍보 도구를 받아들여도 될 것 같아요. 외국에선 편집자가 직접 영상에 출연해 책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출판사 : 앞으로도 대중이 많이 아는 스누피를 중심으로 홍보하려 합니다. 두 분께서 말씀하신 대로 팬덤을 강화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리라고 봅니다.


▲ 이제 만화의 중심은 웹툰이다. ⓒ조석


 웹툰 시대, 만화책의 미래는?


장은수 : 이제 이 작품을 넘어 웹툰의 시대로 들어가 보죠. 웹툰의 시대에 만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웹툰은 만화책과 다릅니다. 대부분 작품을 포털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아요. 그렇다면, 책으로 만화를 보는 데 큰 가치를 두지 않는 독자가 나중에 (<피너츠 완전판>처럼) 무거운 작품을 읽으려 할 것인가. 이는 출판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이슈입니다.

<피너츠 완전판>을 주로 산 사람이 30대이고, 넓게 잡으면 20~40대가 주축인데, 이들은 과거에 만화책을 열심히 봤습니다. 반면 요즘 만화 독자의 대부분은 오로지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으로 작품을 소비하죠. 그렇다면, 과거 만화책 구매 경험이 있는 독자가 사라진 다음에도 만화 출판은 존속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미생>(윤태호 지음, 포털 다음 연재, 위즈덤하우스 펴냄)의 성공에서 알 수 있듯, 이제 성인 독자를 겨냥한 만화가 더 폭발적 인기를 누립니다. 독자가 늙어가면서 만화의 주제도 변합니다. 출판이 만화의 주도권을 포털에 넘겨줬습니다. 이렇게 빠져나간 독자 중 출판으로 돌아올 독자가 얼마나 될까요?

계속 상황이 이렇게 간다면 만화 시장은 결국 출판이 아닌 다른 영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만화를 주관하는 단체는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아니고 콘텐츠진흥원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죠. 상징적입니다.

외국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하겠지만, 조금 다릅니다. 일본의 전자 출판은 종이 만화를 웹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형태입니다. 미국의 코믹스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코믹 출판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종이에서 줄어드는 매출을 전자 출판으로 회복하죠. 반면 우리의 만화는 웹툰이라는, 완전히 다른 시장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출판사가 획기적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이, 기존 출판 만화 독자는 불법 다운로드 시장으로 넘어가 버렸죠. 서점이나 대여점 채널을 통해서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종이 만화책을 내겠다'는 욕심 때문에 변화하는 시장에서 독자를 한꺼번에 놓쳐버린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만화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결국 전통적으로 만화책을 내던 출판사가 약해지고, 오히려 기존에는 만화책을 내지 않던 출판사가 적극적으로 만화책 시장에 들어오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문학 출판사 등에서 예술성 있는 그래픽노블을 출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죠. 다만 이 시장은 아직 대중적으로 큰 파급력은 없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문턱을 낮추지 않는다면 만화 출판 시장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만화책 가격이 계속 오르는 악순환에 빠질 겁니다. 이를 타개할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한국 만화 시장은 여태 만화를 중요한 작품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프레시안(최형락)

이홍 :
한국 만화 출판이 가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지속성이 없고, 그래서 역사를 만들지 못한다는 겁니다. 만화 출판에 만화가 없어요. 지난 2012년 KBS에서 허영만 작가의 <각시탈>을 드라마화했지요. 때에 맞춰 출판사에서도 <각시탈>을 복간하려 했는데, 원작의 복간이 벽에 부딪혔어요. 온전한 원판이 없었습니다. 최근 작고하신 이상무 작가님, 586세대라면 누구나 아는 독고탁을 창조하신 분인데, 이런 거장의 회고전을 하려 해도 보존된 작품이 없어서 난감한 지경이랍니다.

<피너츠 완전판> 출간을 보고 부러웠습니다. 이들은 옛 자료를 전부 갖고 있어서 언제든 복간할 수 있습니다. 10여 년에 걸쳐 옛 작품을 현대에 맞게 다시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게 가능합니다. 우리는 이게 안 됩니다. 옛 콘텐츠를 되살려 지속성을 갖도록 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우리 만화 시장이 스스로 창작한 캐릭터도 지키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독자가 자연스럽게 소멸할 수밖에 없죠.

장은수 : <피너츠 완전판>에서 우리가 진정 시사점을 얻어야 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작가 관리입니다. 출판사가 (창작) 만화를 낼 때 가장 중요한 건 작가와 장기적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겁니다. 함께 캐릭터를 개발하고, 관련 상품을 기획하고, 나아가 스토리도 함께 고민하면서 다양한 파생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의 필요성은 제가 출판사에 입사하던 20여 년 전에도 거론됐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일을 안 했습니다. 단순히 외국 만화를 수입해서 팔아도 수익이 잘 나니 굳이 (추가 비용을 들여) 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수익을 내는 미국의 그래픽노블을 보세요. 만화는 캐릭터 비즈니스로 파생합니다. <피너츠 완전판>이 그 사례입니다. 사람들이 이 만화를 몰라도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는 압니다.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는 크리스마스 앨범으로, 장난감으로, 열쇠고리로 재등장합니다. 여기서 중심은 작가 관리입니다. 책에서 캐릭터를 구축하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부가상품을 개발하는 최종 지휘자가 작가입니다. 이 작업에 출판사가 관여하죠. 이처럼 산업적으로 만화를 이해하는 밑그림이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거대 만화 출판사 중 여기에 주력한 곳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편집 능력은 출판사가 포털보다 낫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만화 시장을 키울 수는 없습니다.

포털 웹툰에도 편집자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겁니다. 출판사 편집자는 아무리 훌륭해도 1년에 작가 서너 명과 일하면 끝일 겁니다. 포털 만화 편집자는 그 몇 배의 일을 합니다. 출판사에서 보기엔 왜 맞춤법 교정도 하지 않은 저급한 작품을 독자에게 내나 싶겠지만, 그들은 그들 상황에 맞게 편집 모델을 만든 겁니다. 작가를 계속 홍보하고,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파생 비즈니스로 작가를 끌고 갑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만화 시장 자체를 혁신했습니다.

단순히 만화 출판사 편집자보고 일 더 하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출판사는 어떻게 다른 편집 능력을 만들 것이냐. 출판사가 포털보다 더 높은 수준의 편집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에 맞는 다른 부가가치를 찾아내야 합니다. 아니면 경쟁이 안 됩니다.

어떤 부가가치가 정답일까요? 스토리 공동 개발, 캐릭터 비즈니스, 부가판권 시장 진출 등 종합 매니지먼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작가로서 굳이 출판사와 일할 필요가 있겠어요? 단순히 '책 잘 만들자'는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이슈가 출판사에 닥쳤다는 겁니다. 우리가 <피너츠 완전판>에서 배워야 할 건 전통적 만화를 어떻게 현대화하느냐, 만화 부가가치를 어떻게 키우느냐는 겁니다.

이홍 : 좋은 만화란 결국 독자의 상상력을 유발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가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게끔 해야 합니다. 그래야 캐릭터 산업도 힘을 받습니다.

앞으로의 만화가 캐릭터 중심으로 가야 함은 자명합니다. <노블레스>라는 웹툰을 종이 서적으로 출간할 때의 경험입니다. 웹툰을 단순히 종이책으로 옮겨봤자 큰 반응은 없습니다. 당시 <노블레스>는 만화에 나오는 액세서리를 책과 결합해 와인박스와 같은 케이스에 담아 출시했습니다. 여기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더군요.

기존에 <노블레스>(글 손제호, 그림 이광수, 포털 네이버 연재, 재미주의 펴냄)를 보지 않은 독자가 대상이 아닙니다. 읽어본 사람이 소장하고 싶게 해야 합니다. 결국, 독자가 '애정하는' 작품을 갖고 싶다는 욕구를 줘야 합니다. 지금 만화 시장의 트렌드입니다. 단순히 내용 편집만 잘한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 <피너츠> 캐릭터들은 수많은 상품에서 살아 숨쉰다. 크리스마스 앨범은 매해 겨울 세계적으로 팔리는 음반이다. ⓒwikipedia.org


시도해야 바뀐다

이홍 : 이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우선, 이 책을 정말 좋게 읽었습니다. 이런 대작 출간을 결심한 출판사에 지지와 감사를 보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 시리즈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음 편을 궁금하게 만드는 게 중요한데, 이 작품은 특성상 한계가 있습니다. 10권 정도를 넘어가면 초기의 호응을 기대하기는 좀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언론이 계속 홍보해 줄 것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고요.

블로그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관리할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면 만들기만 하고 내버려둘 가능성도 큽니다. 그래서 이 책은 뭘 잘했느냐보다 앞으로가 더 궁금합니다. 새로운 책을 이야기했습니다만, 여기서 우리가 쉽게 답하기 어려운 주제를 찾아냈습니다.

장은수 : 우선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가 끝까지 나오기를 응원합니다. 너무나 좋은 작품입니다.

그러나 콘텐츠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팬의 힘이 필요합니다. 출판사가 팬을 모으길 기대합니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스누피 팬의 요구사항을 출판사가 찾아주길 기대합니다.

오라일리미디어의 창업자 팀 오라일리(Tim O’Reilly)가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팬덤을 만들기 위한 끝없는 시도에서 우리 출판 전체가 배우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북스토리가 우리나라에서 선도적으로 이런 기회를 잡았다고 봅니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살려나가느냐가 관건이 되겠지요.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음 달에 다시 뵙죠.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