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틈으로 쏟아진 빛이 관객의 시선을 자극한다. 관객의 시선은 당연한 듯 흘러나온 빛을 향해 좇아간다. 좁다란 틈으로 새어 나온 빛이 번지자 무대 위 붉은 물체가 눈에 들어온다. 붉은 물체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듯 끊임없이 움직인다. 허나 이 붉은 생명체의 움직임은 부드럽지 않고 투박하다. 움직인다고 하기엔 뭔가 미심쩍다. 붉은 생명체와 더불어 관객의 귀를 자극하는 소음이 들려온다. 음악 소리라고 할 수 없는 이 거북한 소리는 점점 커져 무대에 이어 객석을 가득 메운다. 붉은 생명체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된다. 곧 한 남자가 등장한다. 붉은 생명체와 대치하는 이 남자는 잠들어 있는 붉은 생명체의 자아를 깨우기라도 하듯 생명체를 잡아당기고 내던진다. 이 생명체는 붉은 남자의 도움으로 빨간 허물을 벗고 세상과 마주하지만 이내 붉은 주머니 속으로 다시 들어가려 한다. 이 둘은 온 무대를 돌아다니며 대치를 이루지만 사각형의 무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사각의 틀에 갇혀 대치를 이루고 자아를 성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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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움과 인위의 조화, '변형된 감각(솔로&듀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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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에 머무는 산자와 망자, '터- 無始無終(경연대상)'
무대 위 피어나는 나무에 시선이 집중된다. 나무는 자라 이내 꽃을 피우고 꽃은 나비를 부른다. 하늘거리는 나비는 어디론가 향하고 어두웠던 곳에 불을 밝히자, 여인의 모습이 드러난다. 남편을 잃은 여인은 슬픔으로 충만해 있으며 동작 하나하나에 슬픔이 묻어난다. 한에 어린 여인의 몸짓은 무대를 너머 객석까지 슬픔으로 물들인다. 여인에게서 나비가 떠나자 여인이 있는 곳은 이내 암흑으로 물든다. 터라는 공간에 같이 있는 망자와 산자는 서로를 보지 못한 채 머문다. 망자의 그리움 역시 산자와 다르지 않다. 손에 잡힐세라 뛰어도 보고 만지면 느낄세라 손을 뻗어보지만 식어버린 그의 몸에 느껴지는 온기란 없다. 그렇게 같은 곳을 떠돌던 둘은 윤회사상에 기대 다음 생에서의 인연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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