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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가 두려운가? 그렇다면…"

[기고] 원자력안전협정의 체결과 주민의 안전보장

오는 10월께 원자력 안전규제 독립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식 출범한다. 원자력 운영·진흥조직과 분리된 원자력 규제 체제를 세워 원자력 안전 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제로 이 위원회가 소위 '원자력 마피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런 의미에서 각 지자체와 원자력 회사가 원자력 안전협정을 맺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각 지자체는 원자력안전협정을 통해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원자력 전문가인 장정욱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가 일본의 원자력안전협정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후쿠시마 사고 4개월, 여전히 난관 속

북반구 전체에 광범위한 오염을 일으키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4개월이 되었으나, 수습 작업엔 성과가 없다. 현재 약12만 톤에 달하는 고준위의 오염수가 원전 부지내에서 고여 있는 상태로 바다 및 지하수의 오염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도쿄 전력은 계속 냉각수를 주입함에 따라 오염수가 증가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의 오염수를 처리해 냉각수로 재이용하는 설비(순환냉각장치)를 긴급 도입해 가동 중이다. 그러나 계속된 고장으로 계획처럼 진행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 순환냉각장치는 일본(도시바, 히타찌), 미국(Kurion), 프랑스(Areva)의 장치를 각각 합친 것으로 시행 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이 오염수는 고준위의 방사성뿐만아니라 기름, 원전건물의 잔해, 바닷물 등도 포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여태껏 어느 나라도 경험한 적이 없는 형태의 처리 작업으로 많은 곤란이 예상된다. 가령 이 장치가 원활히 작동하더라도 정화작업에서 나오는 고체의 고준위 폐기물이 연간 2000톤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그 처리・처분작업도 미지의 영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풍, 지진, 쓰나미같은 천연재해가 올 경우에는 미증유의 대규모 해양오염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발생할 수도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강물로 유입된 방사성 물질이 흑해로 흘러들어 간 적은 있으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고준위의 오염수가 대량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대기중으로 방사성 물질도 방출되고 있으며, 현재 부분적인 피난 권유지역도 원전으로부터 50킬로미터까지 확대되어 있다.

한편, 일본의 노동법은 연간 피폭량이 5mSv이상인 지역을 '방사선 관리구역'으로 지정하여 18세 이하의 노동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 주변의 지역주민에게는 긴급시의 피폭량인 20mSv가 기준으로 적용되어 있다. 20mSv이상의 지역 주민은 다른 곳으로 피난하고 있으나, 후쿠시마 현 지역에서는 5mSv이상의 방사선 관리지역임에도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이 지역의 학부모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태평양 전쟁 때처럼 안전한 지역으로 학생들을 집단 피난 시키라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도 학교 내 및 등교길 등에서 토양 제거 등을 통해 일반인의 허용 피폭량인 연간 1mSv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하고 학생들에게 방사성 측정기를 지급하는 한편, 전 주민의 피폭량을 검사하는 등의 조치를 실시하고는 있다.
▲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대피소에서 불안해하는 주민들. ⓒ프레시안(최형락)

'원자력회사-시·군-도'가 맺는 삼자 협정

후쿠시마현(도)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은 자체적으로 방사성을 측정하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정부에만 의지하던 자세를 바꾸어 스스로 지역주민의 안전을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 제도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인 '원자력 안전협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협정은 원자력회사, 지자체(시・군), 현(도)의 삼자가 맺는 협정이다. 이 협정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신사(紳士)협정이지만, 입지지역의 지자체가 실질적으로 원전의 안전에 관여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로서, 현재 일본에서만 도입・운영되고 있다.

이 협정은 과거의 공해 문제에 대한 지자체의 자발적인 대응에서 생긴 것이다. 1960년부터 일본에는 미나마따병, 이타이 이타이병과 같은 대규모의 공해로 인한 주민피해가 심각하여 사회적 문제로서 부각되었다. 이 무렵, 도 및 광역시의 책임자에 혁신적인 당파의 인물들이 취임하여, 중앙정부보다도 엄격한 공해기준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1964년에 도쿄 전력회사와 요코하마시가 최초의 '공해방지협정'을 맺는데, 현재의 원자력안전협정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 전력이 화력발전소를 요코하마시에 건설하는 과정에서 요코하마시의 입회(立會)검사 등을 규정하는 협정을 맺은 것이다.

이러한 공해방지협정이 발전하여 본격적으로 원전이 도입되던 1970년대에는 전력회사가 입지 자치단체(시・군, 도)와의 원자력안전협정을 맺게 됐다. 시・군의 경우, '원자력 방재대책법'에 근거한 원전으로부터 8~10km지역내의 행정구역을 의미한다. 덧붙이면 국내의 원자력 방재대책법에도 이 지역 범위는 동일한데, 일본의 법을 인용하면서 그 의미를 확인하지 않은 채 그냥 도입한 탓이기도 하다. 즉 시마네(島根)원전의 경우, 10km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시마네현의 도청 소재지인 마쓰에시(약 9 km)가 포함되므로 대규모의 피난훈련 등의 대책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마쓰에시를 제외하기 위해 8km의 규정을 별도로 넣었던 것인데, 국내법에도 그냥 적용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원전 지역의 모든 지자체가 원자력 안전협정을 맺고 있다. 다만 각 지역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내용이 약간 다르다. 또 원전의 인근 지역의 지자체도 조금 완화된 내용의 협정을 맺고 있다. 그러나 최근 후쿠시마 원전의 피해지역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10km밖의 인근 지역의 지자체들도 협정 체결의 대상 지역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협정 내용의 보다 엄격하게 하자는 주문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교오또후(府)는 원전에서 30km까지의 지역을 협정 체결지역으로서 포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원전 시설의 설치, 변경에 시군 및 도지사의 동의 '필수'

원자력 안전협정은 방사성 물질의 방출 관리, 폐기물의 보관 관리 및 처분, 핵연료의 수송, 온배수등의 수질의 관리, 방재대책, 손해배상, 사전적인 연락과 보고, 지자체의 입회조사, 지자체의 조치 등의 폭 넓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가장 특이한 내용이라면 지자체에 입회 조사의 권한을 부여하고, 사고・고장 발생 시에는 원전 회사의 보고 의무를 부과한 점, 그리고 원전시설의 설치・변경시에 시군 및 도의 책임자와 협의 및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한 점 등이다.

특히 시군 및 도지사의 동의는 중요하다. 원자력안전협정 자체는 비록 법적인 구속력이 없으나, 원전이 사고 또는 정기 검사 후에 재가동할 때에는 반드시라고 할 만큼 시군 및 도지사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관습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또 전력회사도 정부의 허가만으로는 재가동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왜나하면, 도지사는 바다의 매립에 대한 허가 권한, 시군 책임자는 소방법 및 도로법 등과 같은 지방법에 근거하여 발전소의 운영에 직접적인 제한을 가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일본에서 후쿠시마원전을 포함한 원전 35기가 가동 정지 중인 것은 재가동에 대한 도지사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또 1995년 고속로 몬쥬 사고의 경우에는 사업자가 감추고 있었던 사고 직후를 촬영한 비디오 필름을 지자체의 입회검사로 발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 내에서도 사고・고장의 보고에 따른 특이한 규정으로 유명한 이카타(伊方)원전의 원자력 안전협정에 따르면, 전력회사는 '정상 운전 이외의 사태'는 이상(異常)사항으로 전부 의무적으로 지자체에 연락하게 되어 있다. 사태의 중요도에 따라 A, B, C 의 3단계로 나누어 A에 해당하는 사항은 '즉각 공표', B는 '48시간 이내 공표', C 는 '다음달 공표' 로 되어 있는데, 연락을 받은 에히메 현이 책임을 지고 직접 주민에게 공표한다. 다만, 이러한 조항은 과거 전력회사의 사고 연락이 불성실하였다는 판단에서 도입된 것으로 아직도 연락이 지체되는 경우가 가끔 있으며 도 입장에서는 경고 및 주의를 주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는 한계가 있다. 한편, 이 이카다 협정에는 방사선 유출이 없으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사고의 경우-예를 들면 수산업자들이 소문에 의해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에도 보상을 위한 자금을 전력회사가 미리 확보해 두도록 하는 조항도 규정되어 있다.

원자력 협정, 지자체의 성숙도에 따라

이러한 협정이나 주민투표 등과 같은 제도의 존재 여부는 각국의 지방자치제도의 성숙도와 문화적인 배경의 차이에서 원인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원자력안전협정이 비록 법적인 효력을 지니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나, 지자체가 지역내의 주민보호차원에서 협정을 도입하는 것은 일정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협정이 법적인 효력을 가지도록 중앙 정부 차원에서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것을 기대한다.

동시에 지자체 특히 도 또는 광역시에는, 자치제 단위에서 원자력안전을 검토・분석할 수 있는 조직의 도입이 바람직하며, 만일 단일 지자체에서 부담이 될 경우에는 다른 입지지역의 자치제와 공동운영하는 조직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자세야말로 진정 주민에 가까운, 주민을 위한 지자체로서의 존재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원전 입지 시군의 의회구성원에 있어서 전력회사와의 경제적인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일정한 제한, 즉 본인 및 가족 또는 사촌이내의 인척이 경영하는 회사와 전력회사와의 경제적인 거래관계를 규제하는 제도적인 장치의 도입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규정을 담은 조례의 채택은, 투명한 의회제도 및 자치제도의 운영은 주민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결한 요소이다. 덧붙이면 전력회사관계자의 의회구성원으로서의 참가를 규제하는 조항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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