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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대박'에 '쪽박' 찬 노동자, 이제 해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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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모닝 대박'에 '쪽박' 찬 노동자, 이제 해고까지?"

[기고] '정규직 0명' 공장, 동희오토를 고발합니다

'정규직 0명' 공장에서 '잘 나가는' 모닝을 전량 생산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충남 서산의 동희오토에서 최근 '학력 미기재'를 이유로 5명이 재계약을 거부 당하거나 계약이 해지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른바 '위장 취업'이라는 것이었다.

과거와 달리, 법원은 위장 취업에 대해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이 같은 '해고'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5명은 자신들이 일터에서 쫓겨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달 12일 대학교 중퇴 학력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 해고 통보를 받은 심인호 씨가 <프레시안>에 보내 온 글에 그 '속 사정'이 담겨 있다. <편집자>
▲ "제가 3년간 일한 곳은 '자본에겐 꿈의 공장, 노동자에겐 죽음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동희오토'입니다. 기아자동차 '모닝'을 전량 외주 생산하는, 번듯한 '완성차공장'이지요. 그런데도 1000명 노동자 중에서 생산현장의 850명 모두, 12개 하청업체 소속으로 되어있는 '비정규직 공장'입니다."ⓒ프레시안

얼마 전 9월 12일 추석 전날, 회사로부터 징계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명절 전날, 1차 징계위원회가 열렸던 겁니다. 저는 부당해고 싸움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고향집에 잠깐 들렀습니다.

부모님께 상황을 말씀드리는데, 환갑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가 눈물을 보이시네요. 3년 전, 공장생활을 한다고 말씀드릴 때도 눈물을 흘리셨는데 추석선물로 해고사실을 전해드리는, 저는 불효자입니다.

기막히게도 9월 30일은 제가 이 공장에 입사한지 3년째 되는 날입니다. 어제 징계위원회 재심을 했고, 아마도 오늘 우편으로 '징계해고' 결과가 통보될 것 같습니다. 꼬박 3년을 이 공장에서 보내고,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줬는데 돌아오는 것이 고작 '징계해고'랍니다. 제가 잘못한 것이라고는 동료들과 함께 '안정적인 일터', '보람찬 일터'를 만들고자 했던 것뿐인데도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3년간 일한 곳은 '자본에겐 꿈의 공장, 노동자에겐 죽음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동희오토'입니다. 기아자동차 '모닝'을 전량 외주 생산하는, 번듯한 '완성차 공장'이지요. 기아자동차 직원들은 공식적으로 기아자동차 서산공장, 혹은 경차공장이라고 부르더군요. 그런데도 1000명 노동자 중에서 생산현장의 850명 모두, 12개 하청업체 소속으로 되어있는 '비정규직 공장'입니다. 최저임금, 살인적인 노동강도, 장시간 노동에 허우적대는 '절망의 공장'입니다. (☞관련 기사 : '정규직 0명' 공장이 늘어간다)

가진 자들이 그렇게 무서워한다는 금속노조! 금속노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의 씨를 아예 말려버리는 '노동탄압 공장'입니다. 해고자들이 끊이지 않는 '해고양산 공장'입니다.

그런 우리들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그 자리에 동희오토 원하청자본은 한국노총 소속 기업별 노조를 번듯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2005년 민주노조 건설 움직임이 보이자 유령노조를 앞세워서 '복수노조' 시비를 걸고, 마침내는 다수의 노동자들을 한국노총 기업별 노조로 가입시켰습니다. 저와 함께 이번에 같이 해고되는 5명의 노동자들은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와 함께 한국노총 '가입원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팔자에도 없는 한국노총 조합원이 되었고, 저를 포함해서 5명의 노동자들은 어용노조 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하다가 이번에 집단적으로 해고를 당했습니다.

그런 공장에서도 조금씩 희망이 싹트고 있었고 그 중심에 저희 해고자들이 있었습니다. 어용노조에서 대의원 등의 활동을 하면서 신뢰를 쌓아나가고, 작년 화이널(진양기업) 업체 폐업 때부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계약해지, 업체 폐업을 통해서 해고를 숨 쉬듯이 반복하는 '단물 빠지면 뱉어버리는 껌' 같은 저희들의 처지에서 화이널 폐업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그런 문제의식을 공감하면서, 2008년 임단협 과정에서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올바르게 반영되기 위한 활동들이 있었습니다. '모닝은 대박, 노동자는 쪽박' 차는 현실에서, 자식 분유값, 교육비를 걱정해야하는 우리들의 현실이 너무 참담했기 때문입니다. 작년까지 적자에 허덕이던 기아자동차. '모닝'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몇 천억대의 영업이익을 자랑하고 있었기에 저희 노동자들은 일말의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 조합원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한국노총 기업별노조 위원장들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겁니다. 어용노조 민주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겁니다.

결정적으로는 올 여름, 시간당 32대에서 36대로 UPH(시간당 생산대수) 상승을 할 때, 노동강도 강화를 저지하는 싸움이 있었습니다. 군대를 막 전역한 새파란 청춘들이 몇 개월만 지나면 골골거리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공장을 그만둬 버립니다. 그런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완화하기는커녕, 모닝이 대박을 터뜨린다고 막가파식으로 생산대수를 늘린다는 겁니다. 우리 노동자들을 콘베어벨트 라인의 부속품으로 취급하는 저들의 태도에 치를 떨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솔직히 노동강도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이라는 '존엄성'의 문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상 인원보다 많은 업체당 1~2명의 인원충원과 전체 노동자들에게 위로금 격려금 20만 원 지급으로 어정쩡하게 정리되긴 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노동강도 강화에 대한 어떠한 문제제기도 없었고, 특히 '어용노조'가 꿈쩍도 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극복해 낸 것으로 의미를 가지는 싸움이었습니다.

이대로만 가면, 여기서 조금만 더하면, 현장 전체를 뒤엎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은 오히려 술안주거리밖에 되지 않았지요. 솔직히 동희오토 원하청 관리자들은 저를 비롯한 활동하는 동료들에 대한 미행과 감시, 동료 노동자들에 대한 면담과 협박, 급기야 연말에 업체 폐업까지 들먹이며 필사적으로 고립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규모와 기세가 확대되는 것에 심히 놀랐고, '학력 미기재'를 이유로 추석전후해서 단칼에 해고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그것도 나 혼자만이 아니라, 4인에 대한 징계해고, 다른 1인에 대한 계약 해지 등 활동가 및 같이 움직이는 노동자 5인을 집단적으로 한칼에 정리해버린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계약해지와 업체폐업 등의 문제로 안정적인 활동을 하기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준비된 싸움이라기보다는 그때 그때 닥치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이 위장 취업을 걸고 들어올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당장 있을 몇몇 핵심에 대한 '계약 해지'와 연말에 있을 우리 업체 폐업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던 시기였기에 그 충격은 더 했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현대·기아차 차원의,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의 준비와 기획이라고 판단됩니다.

저희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저 악질자본 동희오토가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지난 9월 5일 징계위원회 및 재계약해지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죽을 힘을 다해서 싸워나가고 있습니다. 동희오토 사내하청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결성해서 의장에 이백윤, 사무장에 최진일과 사무국 지병길, 정책국 심인호, 조직쟁의국에 박태수로 해서 체계도 잡았습니다. 그래서 현장과 분리된다는 우려를 몸을 사리지않는 싸움으로 극복해나가고 있습니다. 한국노총 조합원이라는 어려운 조건도 지역 노동시민단체들의 도움으로 극복해나가고 이제 지역차원의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현장 밖에서 진행되는 저희들의 싸움이 지역으로 확대되고, 그 힘으로 동희오토 850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밖에서의 지지와 관심이 저희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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