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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원피스' 전시 취소…갑이 버린 18억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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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원피스' 전시 취소…갑이 버린 18억은 어디로?

[언론네트워크] 전범기 등장 논란에 전시 하루 전 취소 통보

"3년 동안 준비했고, 1년간 제작에 몰두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엎어졌다."

'원피스 특별기획전-메모리얼로그: 정상결전 완결편(이하 원피스 특별기획전)'을 기획한 (주) 웨이즈비 이준 대표의 변이다. 오는 12일 개막을 앞두고 있던 이 전시는 돌연 취소됐다. 오늘(7월 10일) 오전 11시 30분경 개최 예정지인 용산 전쟁기념관 측으로부터 "대관을 취소한다"는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날은 일반 공개에 앞서, 국내 언론 및 초대객을 위한 VIP 프리뷰가 열리기로 한 날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레 전해진 일방적인 취소 통보에 3년간 기획한 전시는 관객에 첫선을 보이기도 전에 물거품이 됐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홍보가 돼왔고 전시를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황에서, 개막을 단 이틀 남겨둔 유료 전시가 취소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 ‘원피스 특별기획전-메모리얼로그: 정상결전 완결편’ 전시관 내부의 모습 ©뉴스컬처(김재연)

'원피스 특별기획전' 취소 사태의 시작은 전시의 원작인 만화 '원피스'에 전범기가 자주 등장한다는 한 제보로부터였다. 지난 2일 전쟁기념관 게시판엔 '원피스 전시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이 발단이었다. "전쟁기념관에서 전범기가 등장하는 만화를 전시한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번 전시는) 일제에 맞서 싸웠던 호국 영웅에게 모욕을 주고, 전쟁을 기억하여 평화를 이룩하고자하는 전쟁기념관의 존재 의의에 대한 큰 의문이 생길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이 글을 시작으로 취소가 발표되기 전인 전날(9일)까지 이번 전시를 반대한다는 6개의 글이 게시됐다. 이러한 논란이 일자, 전쟁기념관 측은 지난 9일 오후 전시 주최 측에 구두로 "전시 불가" 통보를 전해왔고, 다음 날(10일) 아침 YTN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이날 오후 4시 본래 VIP 프리뷰로 예정되어있던 행사는 이번 취소 사태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으로 변경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 대표는 "불미스럽게도 어제 전쟁기념관 측으로부터 대관 취소 통보를 받았고, 오늘 오전 11시 30분경 공식 문건을 전달받았다"라며 "전쟁기념관이라는 정부 측 기관에서 중소기획사를 상대로 한 일방적인 전시 취소 통보에 매우 당혹스러운 입장이며,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작의 저작권자인 집영사와 토에이 애니메이션 측으로부터도 (전시 취소에 대한) 항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전시를 위해) 원작자와 오랜 기간 협의를 해왔다. 이번에 전시될 예정이었던 콘텐츠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확인된 바이며, 원작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 또한 내용적인 면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번 전시가 그러한(우익) 정치적 성향이 있는 것인지 직접 보고 판단을 해달라"라며 취재진 및 초대객들에게 준비된 전시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전시는 원작 만화 '원피스'의 내용 중 주인공인 루피가 형인 에이스와 재회한 이후의 에피소드를 재현한 것으로 전범기에 대한 묘사, 혹은 우익 성향의 전시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문제가 된 원작에는 전범기를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가 다수 확인이 된 바 있어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있다. 지난 1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내각이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문을 발표한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민 정서상 논란이 있는 전시를 강행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 제기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만화의 내용 상 전범기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깃발을 사용하는 것은 주인공인 루피 해적단과 대립하는 해군이다. (원피스는) 오히려 정부 및 해군을 악으로 규정하는 반 제국주의적 작품"이란 해명과 함께 "이미 대만에서는 성공적으로 전시를 마친 바 있다. 전쟁기념관 측 또한 3차에 걸친 대관 심사를 거치며 콘텐츠를 점검했다. 단지 의혹만으로 전시를 취소한다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만화 '원피스'는 1997년 첫 연재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11월 누적판매부수 3억 4500만 부를 돌파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화로 기록됐다. 한국에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KBS에서 방영되며 애니메이션 중 지상파에서 최장기 방영되었으며 현재 케이블 방송에서도 방영 중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원피스 특별기획전' 또한 각종 예매사이트에서 전시 부문 예매 1위를 기록 중이었다.
전쟁기념관 측은 오늘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식 입장을 통해 "전시 내용에는 없으나 원작 중 일부 욱일승천기로 보일 수 있는 이미지가 수차례 등장하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전시 개관에 임박하여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에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날 전시를 관람한 이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초대객으로 참석한 이정숙 씨(30대, 여성)는 "(전시 취소에 대한) 대응 부분에 있어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반일 감정이 높은 요즘 시기에 전쟁기념관에서 전범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의 전시를 한다는 것도 잘못이지만, 개막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진행된 일방적인 취소 통보와 일부 네티즌의 책임 없는 문제 제기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의견 하나로 수많은 노력이 없어졌다는 것이 유감이다"라고 전쟁기념관 측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또 다른 초대객인 20대의 한 남성은 "단지 '전쟁기념관이라는 장소에서 전범기 논란이 있는 작품이 전시회를 한다'라는 것만 보면 분명 옳은 일은 아닐 것"이라며 "하지만 전시 자체에선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했고, 원작 만화 또한 우익적인 성격의 작품이 아니다. 자극적인 기사로 인해 민간 기획자만 피해를 본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전시 취소 사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시 주최 측은 "이미 5000장 이상의 입장권이 판매됐고, 18억 원 가량의 제작비가 들었다"라며 "이번 사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전쟁기념관 측과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전쟁기념관 측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택한 것은 극단적인 처방이었다. 대관 결정도 취소도 신중하지 못했던 절대 갑의 선택이 아쉽다.

뉴스컬처=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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