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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기억 못하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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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기억 못하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기고] 동학혁명120주년에 KBS 이인호 이사장의 발언을 생각하며

“역사의 신(柛)은 지금 여기에 현존(現存)하는가.
아직도 만연한 시대의 어둠속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지난 10월 18일(토) 전주에서 열린 동학 120주년 모악 천하대동제의 취지문 첫 구절이다.

올해는 20만이 넘는 동학군이 ‘자기 나라에서’ 외국 군대에 의해 학살 된지 두 번째 환갑을 맞는 중요한 해이다.

사람이 하늘이다 (事人如天)를 외치며 ‘자주’ ‘평등’ ‘생명’의 깃발을 높이 들었던 동학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선두에 선 개혁사상이었다. 천지 만물에 깃든 ‘한울’의 뜻을 모시는 동학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영혼의 정화와 생명의 연대를 이야기하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의 사상이다. 당시 동학이 펼쳤던 ‘집강소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의 전범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동학의 외침은 오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시대의 어둠은 짙어만 간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의 드골은 2만 명에 가까운 나찌 부역자들을 총살했다. 나찌 부역자들 중에서도 언론인과 경찰 출신은 단죄의 최우선 순위에 해당되었다. 

드골은 말했다.

“나는 위대한 프랑스의 미래를 위해, 우리 민족의 ‘정신’을 타락시킨 매국노들을 처단했을 뿐이다. 프랑스가 앞으로 다시 외국에 점령되는 일이 있더라도, 오늘의 처단이 있었으므로 다시는 민족 부역자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와는 달리 대한민국은 단 한명의 민족 부역자도 처단하지 못했다.  노덕술, 전봉덕을 비롯한 일제 고문경찰들이 고속 출세의 길을 달렸고, 만주의 독립투사들을 학살한 백선엽을 비롯한 간도 특설대 출신들이 지금까지도 온갖 영화를 누리고 있다. 간도 특설대는 독립군을 체포하면 살아있는 채로 간(肝)을 적출했다고 기록은 전한다.

이인호 KBS 이사장은 최근 백범 김구선생을 “건국을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임시정부로 인정조차 받지 못한 집단’이었다고 폄하했다.

친일파들이 자식들을 외국 유학을 보내고 온갖 호사를 누리던 그때, 조선 최고의 귀족 집단이었던 우당 이회영은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중국 땅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동지가 우당의 집을 찾아갔을 때 딸의 저고리를 팔아 죽을 끓여먹고 일가족이 기운이 없어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백범은 분단 상황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전쟁을 막기 위해 북행길에 나섰다.

백범은 서북청년단 출신에 의해 암살당했고, 전쟁은 결국 일어났으며 수백만이 죽었다. 한국전쟁 60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의 공포는 한반도를 짓누르고 있다.
백범 암살의 배후로 지목받은 이승만은 휴전선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전속력으로 뺑소니를 쳤고 한강철교폭파를 지시했다. 수많은 인명이 한강에 떨어져 죽었다. 일본군이 동래에 상륙했다는 전갈을 듣자마자 행장을 꾸려 의주로 내뺀 선조와 너무도 ‘절묘하게’ 닮았다.

4.19 민주혁명으로 추방된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지난 정부 당시 그 선봉에 KBS가 서 있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30여년 풍찬 노숙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줄기찬 투쟁의 역사였다. 백범은 동학 당시 황해도의 애기 접주였고 동학의 맥(脈)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동학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물줄기의 거대한 수원지와 같다. 헌법 전문(前文)에는 대한민국은 3.1운동과 4.19민주혁명을 이어 받는다고 뚜렷하게 적혀있다.

동학 120주년이 우리의 역사에서 결코 소홀히 취급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문화관광부 산하 특수목적법인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120주년을 기념하기위한 예산 24억을 정부에 요청했으나 24억중 23억이 삭감되고 1억만 ‘달랑’ 남았다.

이 소식을 접하고 ‘민간의 힘’만으로, 해원상생의 나라굿과 천하대동의 집체극이 추진되었다.

미륵불교의 금산사, 정여립의 대동계, 동학과 증산, 수류성당의 천주교가 자리 잡고 있는 모악산(母岳山)기슭, 전주에서 큰 마당을 열었다. 

제의가 있었고, 전 세계의 ‘학살당한 영혼’을 위무하는 ‘굿’이 있었다. 검무와 군무와 노래와 시(詩)가 방방곡곡에서 모여 어우러졌다.

20분에 이르는 주제영상의 하단에 수천 명 무명 동학군들의 이름이 자막으로 끊임없이 떠올랐다. 지난 120년간 아무도 호명(呼名)해주지 않았던 이름들이었다.

관(官)의 지원에만 목을 매고 정신과 기상이 사라진 이 땅의 문화계에 진정한 문화는 전위(前衛)임을 실천으로 보여주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평가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백범 김구 선생을 모욕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존엄을 능멸하는 발언들이 공공의 영역에서 부끄러움 없이 행해지는 이 나라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넋 빠지고 얼빠진 후손들을 바라보는 선조들의 마음은 얼마나 무거울 것인가. 동학 120주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마음이 더없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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