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자원외교 1호’로 떠들썩하게 홍보됐던 이라크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 계약 당시 한국석유공사가 지급한 서명보너스가 다른 나라 기업들이 지급한 서명보너스에 비해 2배 정도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명보너스는 상대국 정부가 계약서에 서명해주는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으로, MB정부 때 총 3301억 원을 사용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석유공사가 이라크 쿠르드 지방정부와 PSC(Production Sharing Contract, 생산물분배계약)를 체결한 2008년을 포함한 전후 3년 동안(2007~2009) 쿠르드 지방정부가 다른 나라 기업들과 체결한 유전 개발 PSC 계약서 21건을 입수,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다른 나라 기업은 이 기간 동안 평균 2245만 불의 서명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 석유공사가 쿠르드 지방정부와 PSC를 체결하면서 지불한 평균 서명보너스인 4000만 불의 절반 수준이다.
다른 나라 기업이 체결한 21개 유전의 PSC 중 석유공사가 지급한 서명보너스 평균액보다 많은 액수가 지급된 경우는 단 3건에 불과했다. 이 중 2500만 불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2000만 불이 5건이었다. 1000만 불 이하도 5건이었고, 서명보너스가 지급되지 않은 경우도 한 건 있었다. 가장 많은 6240만 불의 서명보너스가 지급된 탁탁(TaqTaq) 유전의 경우 하루 원유 생산량이 10만 배럴에 이를 정도의 쿠르드 지역 최대 유전 중 하나다.
이에 비해 석유공사는 2008년 쿠르드 지방정부와 5건의 PSC를 체결하면서 2000만 불 2건, 5000만 불 2건, 6000만 불 1건씩의 서명보너스를 지급했다. 가장 적은 액수의 서명보너스 2건 마저도 다른 나라 기업의 평균 수준이었고, 나머지 3건은 모두 평균을 2배 이상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석유공사가 MB정권이 들어선 직후 쿠르드 지방정부의 ‘호갱’ 노릇을 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정황증거도 있다.
바지안(Bazian) 유전의 경우 2007년 11월 참여정부 당시 석유공사가 SK에너지, 대성산업 등 국내 기업과 ‘한국컨소시움’을 구성해 이미 쿠르드 지방정부와 PSC를 체결한 광구로 한국컨소시움의 전체 지분 100% 중 석유공사 지분은 38%였다. 당시 한국컨소시움이 획득한 바지안 광구의 지분은 80%였는데, 이 PSC 계약 체결의 대가로 한국컨소시움은 쿠르드 지방정부에 3000만불의 서명보너스를 지급했다.
그러나 MB정권 출범 뒤 2008년 11월 석유공사는 바지안 광구의 나머지 지분 20%도 쿠르드 지방정부로부터 인수하는 PSC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석유공사가 지급한 서명보너스는 2000만 불이었다. 1년 전 80%의 지분을 획득하면서 3000만불의 서명보너스를 지급한 것에 비해 3배 정도 비싼 서명보너스를 지급한 것.
최민희 의원실은 "‘자원외교’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 초기, 석유공사가 이라크에서 서둘러 유전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쿠르드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과도한 서명보너스를 지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5건 중 3건의 개발이 실패로 귀결된 것 또한 석유공사가 유전의 생산 가능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조급하게 계약을 서둘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권 치적쌓기용으로 무리하게 ‘자원외교 1호’를 추진하면서 우리나라가 쿠르드 지방정부의 ‘호갱’ 노릇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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