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아닌 사과문' 발표로 여전히 정신 못 차렸다는 비판을 받은 대한항공이 이번엔 승무원을 검열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조현아 부사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보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으나 부사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라 악화된 여론 무마를 위한 면피용 사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땅콩 리턴' 사태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알아내기 위해 승무원들의 휴대전화 메신저 카카오톡을 검열하고, 직원들에게 모든 책임은 사무장 잘못이라고 말하도록 종용한 사실이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한 승무원은 9일 이틀에 걸쳐 회사 측이 승무원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일일이 살펴봤다고 폭로했다. 승무원들은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검열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관리자급 승무원에게 외부에서 문의가 올 경우 "이번 사태가 해당 사무장의 자질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라고 답하라"는 메시지를 일괄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한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 참석 이후 이날 오후 귀국한 즉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임원회의를 열고 조 부사장의 퇴진을 결정했다. 조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고객 및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스럽다"며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한항공의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 부사장은 보직에서만 물러날 뿐, 부사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라 이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 부문 총괄부사장 직책을 맡았던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 부사장 및 등기이사 자리는 유지한다. 또한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의 대표이사도 계속 맡는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9일 성명서를 발표하며 "대한항공은 사주집단 몇몇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면서 "조현아 부사장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사측이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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