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를 재활용한 재생종이로 복사지를 쓰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종이 원료인 나무를 자르지 않아도 되고 나무로 종이를 만들 때보다 물과 에너지를 덜 쓰게 된다. 그만큼 지구환경에 이로운 일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마땅히 재생복사지 쓰기를 권하고, 그 사용량이 지속해서 늘어났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재생복사지 쓰기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재생복사지는 품질이 나쁠 것이다'라는 소비자의 오랜 선입견을 바꾸지 못하고, 단순히 생활 환경보전과 폐기물 절감 같은 이유만으로 재생복사지 사용을 호소해왔다는 한계를 들 수 있다. 복사기와 개인용 프린터 성능 개선과 재생복사지 품질이 많이 개선되어, 이전에 재생복사지를 사용할 때 발생하던 용지 걸림, 종이 휨 문제, 종이 먼지 같은 것이 지금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복사기나 프린터로는 더 이상 재생복사지와 기존복사지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재생복사지의 품질이 개선되고 인쇄기기 역시 발전한 결과이다.


현재 재생복사지 가격은 기존 복사지보다 다소 싸지만 그 정도 차이로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힘들다. 재생복사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격을 싸게 만들어 소비자들이 경제면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이 부분은 우리나라 폐지, 곧 순환제지자원이 재활용되는 동기이기도 하다. 국민소득이 높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폐지를 모아 생계를 유지하는 빈곤층이 폐지 유통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폐지를 모으고 판매하는 일에 경제 이익이 없다면 재활용 체계가 유지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재생복사지를 싸게 생산하려면 원료인 '백색 인쇄용지 폐지'가 원활히 공급되고 또 그 가격 또한 낮아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오랫동안 지속해온 논쟁에 마침표를 찍어야겠다. '백색 인쇄용지 폐지'를 원료로 재생종이를 생산하는 제지회사들은 원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재생복사지 가격이 비싸진다고 하고, 폐지를 수거 공급하는 업체들은 '백색 인쇄용지 폐지'를 다른 종류 폐지에서 골라낸들 사주는 곳이 한정돼 있기에 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이런 논쟁을 끝내려면 먼저 제지회사들이 재생복사지나 재생 인쇄용지를 많이 생산해야 한다. 원료 업체들이 '분류된 백색 인쇄용지' 같은 폐지를 골판지나 신문지 폐지와 섞이지 않게 제지회사에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아울러 정부나 지자체가 앞장서서 재생복사지를 우선 구매하면, 앞서 말한 폐지 분급 재활용이 더욱 촉진될 것이다.
백색 인쇄용지는 골판지에 섞여 원료로 쓸 때 종이 강도가 떨어지고 공정 용수를 오염시킨다. 포장용지 재활용 측면에서 보면 찬밥 신세이지만, 따로 분리해 재생복사지로 만들면 부가가치를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도 폐지 분급 재활용은 큰 의미를 가진다. 더군다나 화장지 원료로 주로 쓰는 백색 인쇄용지가 부족해 해마다 많은 외화를 지불하고 폐지를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폐지 분급 재활용'은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이다. 폐지를 모을 때 흰 인쇄용지만을 따로 모아 수거하면 재생복사지 활성화는 물론 재생 골판지 생산도 손쉬워지고 아까운 외화를 쓰지 않게 된다.
공동주택이 많은 우리 주거환경은 폐지 분리수거를 실천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부터 우선 재생복사지를 쓰셨으면 한다. 아울러 재생복사지 쓰기가 활성화되도록 폐지 분리수거 때 반드시 신문지와 백색 인쇄용지, 우유팩, 골판지로 구분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 월간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환경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생활문화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종이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 <작은것이 아름답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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