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의 목적으로 한국석유공사가 약 7000억 원에 매입한 석유회사 사비아페루는 당시 페루 대통령도 매입을 만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당시 3급 비밀문서를 보면 사비아 매매 직전 2009년 1월 20일부터 2월 6일까지 외교통상부와 페루 및 콜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6차례 대외비 문서를 주고받았다. 이 문서에서 가르시아 전 페루 대통령은 “(사비아에 대한) 부정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이를 인수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뜻을 2009년 1월말 한국 쪽에 밝혔다. 벨라운데 전 페루 외교장관도 “이번 인수 계약이 체결되면 양국 관계 발전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와 석유공사는 이런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병길 전 페루 대사는 “(나도) 사비아 거래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하겠다고 하는데, 일개 대사가 (거래를) 하지 말자는 입장을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의지가 실린 채 거래는 이뤄졌지만 페루 의회는 사비아 매매 완료 1주일 만인 2009년 2월 중순 사비아 매매의 불법성을 조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1년여 뒤 무려 4억8200만 달러의 미납 세금과 벌금 등이 부과됐다.
반면, 7161억 원이 투자된 사비야 인수는 국민들에게 선전한 자원의 확보도, 금전적 수익도, 외교에도 득이 되지 않았다.
석유공사와 페루 정부가 맺은 계약은 개발 허가권을 뜻하는 라이센스 계약이 아닌 서비스 계약이었다. 석유공사는 딸라라 해상 시설을 빌려 기름을 뽑아내는 권리를 지닐 뿐, 시추 시설이나 생산된 기름의 판매 권한은 모두 페루 정부에 있었다. 페루 정부가 기름을 생산하는 석유공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일종의 ‘하도급 계약’인 셈이다.
사비아페루는 2009년 2월 한국석유공사가 콜롬비아 석유공사와 함께 사들인 페루 석유회사다. 페루 북쪽 서해상에 위치한 해상 광구에서 석유를 생산 및 탐사한다. 석유공사 최초의 외국 석유회사 인수·합병(M&A) 사례다. 누적 투자액 7100억 원으로, 서울시 무상급식 예산(1400억 원)의 5배다. 하지만 석유나 수익을 국내에 전혀 들여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석유공사는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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