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산토(Monsanto)'는 코카콜라에 인공감미료 사카린을 납품하는 화학회사로 출발해 베트남전쟁에서 군용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를 미군에 공급하며, 이후 농업회사로 변신하였다. 오늘날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재조합식품) 산업을 대표하며 전 세계 농업계를 좌우하는 초국적기업 몬산토의 출발과 변신, 그리고 오늘의 문제를 짚어 본다.
사카린을 코카콜라에 납품하며 시작
오늘날 종자 개발을 주도하는 대표적 기업인 몬산토는 애초 화학기업으로 출발했다. 최초의 인공감미료인 식품첨가물 사카린을 생산하여 코카콜라에 납품하는 것으로 출발한 몬산토는 1902년부터는 카페인과 바닐린을 생산하면서 규모를 늘렸고,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1917년부터는 아스피린 제조에도 뛰어들었다. 1950년대에 이르러서는 유럽에도 진출하여 다국적 종합화학 제조기업으로 성장한다.

몬산토 대표 제품: DDT에서 라운드업 레디 종자까지
몬산토의 상품들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으로 사용되었다. 산업용, 농업용 제품들과 위생용품을 표방한 각종 제품들이었다. 특히 최초의 화학 살충제로 알려진 DDT(Dichloro Diphenyl Trichloroethane] )는 '식물 위생제품'으로 불리며, 마치 식물을 보호하고 환경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다. 몬산토의 새로운 화학적 발견들은 염소화합물의 배합 비율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소량의 인공 호르몬은 식물 생장을 촉진하지만 일정량을 초과하면 식물을 죽일 수 있다는 원리는 이후 살균제·구충제·제초제를 개발하는 기반이 되었는데,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폴리염화바이페닐(PCB)
대표적 염소화합물로서 '기적의 화학제품'이라고도 불리며 플라스틱·도료·잉크·종이·접착제·각종 윤활제·변압기·산업용 수력기계의 냉각액 등에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PCB를 40여 년간 생산한 도시가 오염으로 폐허가 되고 주민들이 세대를 이어 집단 희귀병에 걸리는 이력이 알려지면서 몬산토는 1970년대 화학 부문을 매각했다.
2, 4, 5-트리클로로페녹시아세트산(2, 4, 5 T)
합성옥신의 일종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비료 및 DDT와 더불어 녹색혁명을 이끌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된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군용 제초제가 대표적으로 알려졌다. 군용 제초제를 투입한 목적은 베트콩의 움직임을 잘 관찰할 수 있도록 밀림을 제거하고 적군의 식량원이 되는 농작물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때 몬산토는 "작전에 사용될 제초제에는 전혀 독성이 없으므로 야생동물과 가축 그리고 사람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토양에도 무해하다"고 강조했으나,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대를 거듭해 문제를 낳고 있다. 토양 속에서 다이옥신의 반감기는 100년에 이른다. 빗물을 따라 지하수층·호수·강에 유입되어 식물성 플랑크톤을 오염시키고, 먹이사슬을 따라 동물성 플랑크톤·물고기·가금류·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인체 지방조직에 농축된 다이옥신의 반감기는 평균 7년으로 알려졌으며, 모유 수유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
라운드업(Round-Up)
강력한 제초제로, 적은 양으로도 모든 잡초를 제거할 수 있다는 획기적 제품이었다. 몬산토는 환경오염 기업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환경 친화적, 100% 생물 분해성, 토양에 잔류물을 남기지 않는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제초제 사용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라운드업 레디(Round-Up Ready) 종자(라운드업에 내성을 가진 GMO)
1971년 이래 라운드업은 당시 농민들이 가장 많이 쓰는 제초제가 되었으며, 회사에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20년 후 몬산토는 발전된 생명공학 기술을 가지고 라운드업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라운드업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유전자를 골라냈다. 그리고 이렇게 찾아낸 유전자를 콩에 집어넣어 라운드업 제초제를 극복할 수 있는 '라운드업 레디' 종자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동종 기업인 신젠타도 리버티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리버티 링크(Liverty Link)'라는 같은 원리의 GMO 패키지를 내놓았다.

GMO에 오염된 일리노이 주 농가를 도둑으로 몰다
이런 제품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은 있었지만, 그 효과가 확산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1996년 미국에서 라운드업 레디콩을 팔기 시작했을 때는 단지 2%의 콩만이 라운드업 레디 특허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이 되자, 미국 콩의 90%가 이 특허 유전자를 포함하게 됐다. 1985년 실용특허에 관한 판례가 나왔을 때만 해도 농민들은 특정인이 종자를 사유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말도 안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불과 10여 년 후,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했다. 몬산토는 사설탐정을 고용하고 신고를 위한 직통전화를 운영하면서 농민들이 몬산토의 씨앗을 보관하고 있는지를 감시했다.
미국의 데이비드 루연이라는 농민은 일리노이 주의 마지막 씨앗을 보존한 농민이었다. 몬산토 씨앗을 쓰지 않기 위해 '나 하나만이라도 재래종을 쓰겠다'고 했으나, 이내 이웃들이 사용하는 GMO에 오염됐다. 이웃들이 심은 작물의 GMO가 날아온 꽃가루나 우연히 떨어진 씨앗에 의해 옮겨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GMO에 오염된 농가 스스로가 몬산토 씨앗을 도둑질하지 않았다고 입증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농민들은 특허 침해·계약 위반 등을 이유로 벌금을 물거나, 몬산토와 같은 기업들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해야 했다.
몬산토는 현재 옥수수·목화·콩·카놀라, 채소의 종자를 교배·배양·생산·판매하는 업종에 주력하면서 전 세계 GMO 식품의 90%에 대한 특허권을 소유하고 있다. 전 세계 46개 국가에 해외지사를 두고 있으며, 몬산토코리아는 한국의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합병해 만들었다. 현재 몬산토코리아는 '동부팜한농'에서 인수했지만, 한국의 청양고추와 같은 주요 기술들에 대한 특허는 여전히 몬산토가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경제-학계의 유착
몬산토에서 지속적인 이윤 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거짓 선전을 하며 평범한 농민들을 파산으로 몰아넣는 소송을 전 세계적으로 벌였지만, 초기에 몬산토에 관한 진실은 좀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몬산토는 정경유착의 전형인 '회전문 인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정부기관에서 몬산토 출신의 인사를 고용하거나, 퇴직한 정부 인사가 몬산토에 임용되는 것이다. 몬산토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유전자 조작 호르몬을 연구한 교수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논문 감수자로서 제자의 논문을 감수하여 과학 전문지에 실었으며, 그 제자는 미국식품의약국에 임용돼 다시 몬산토가 제출한 자료들을 심사했다. FDA같이 권위 있는 기관은 지속적으로 문제시되는 몬산토의 제품을 승인했으며, 과학 전문지들은 몬산토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연구를 방해하거나 불허했고, 여론을 조작했다.
경영학계·산업계의 평가, 변신의 귀재
몬산토와 같은 다국적기업들은 그들의 주장대로 농업을 개선하고 세계를 식량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 현재 종자 및 먹을거리 문제와 관련해서 몬산토에 대한 상반된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먹을거리와 환경문제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종자 독점을 추구하며 개발도상국 농업체계를 파괴하고 있는 기업으로 몬산토를 비판하는 한편, 경영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외부환경의 변화에 맞게 핵심 사업을 이동시키면서 발전해 온 '변신의 귀재'로 평가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식량위기, 경제위기가 급속히 확산되던 2008~2009년에 몬산토는 역대 최대 수익을 올렸으며, 미국 경제잡지 <비즈니스위크>의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0대 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그런데 몬산토 같은 다국적기업의 성장 배경을 보면 환경오염, GMO 안전성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해 환경보전, 식량위기 해결 같은 슬로건으로 혁신의 이미지를 내세워 대응해 왔다.
몬산토, 신젠타와 같은 다국적기업의 성장기를 살펴보면 우리의 먹을거리가 화학산업과 결합해 '식품'이 되는 과정, 최근 생명공학과 결합하여 바이오산업으로 확대되는 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다국적기업들의 주장과 달리 종자는 농민의 손에서 점점 멀어지고, 이윤은 기업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과연 이런 기업에게 우리 종자와 먹을거리의 미래를 맡겨도 좋을까? 1990년대 초반 8억 5000만 명이던 기아 인구는 현재 약 10억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늘날 약 10억의 인구가 기아와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중 80%가 농촌에 살고 있고, 그중 50%가 소농이라는 보고 자료도 있다. 즉, 세계를 식량위기에서 구하려면 소농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된 과제가 된다. 소농은 개발도상국의 빈곤층이 식량위기 등으로 겪는 취약성을 낮추고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중요하지만, 이것이 기업의 이윤 창출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몬산토 따라하려는 한국 농촌진흥청과 기업들
한국은 그동안 GMO의 상업 재배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GMO의 폐해에 대한 체감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세계 최대 GMO 수입국이며, GMO 종자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GM벼 시험재배를 마쳤으며, 이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상태이다. GMO 작물로 단작화되면서 제초제 투입량이 늘어나 농약비가 내리는 아르헨티나, 종잣값이 폭등해 대다수 소농들을 파산시키고 집단적 자살로 몰아넣은 인도와 같은 곳의 이야기들이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편으로, 몬산토의 문제는 '제2의 몬산토'를 꿈꾸는 국내 기업들과 관련된 사안이기도 하다. 하루에 한 끼도 자급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농촌진흥청 및 국내 유수 기업들은 수출용 종자 개발에만 주력하고 있다. 몬산토와 같은 개발전략을 가지고 몬산토를 따라잡는 방식이다. 종자 개발을 위한 보조금과 연구들은 자급형 종자의 안정적 생산이 아니라, 생물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이윤창출에 목적을 두고 있다.
몬산토의 영향은 여전히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이다. 소수 기업의 행위에서 비롯된 사건들이 생태계 전반, 인류의 먹이사슬을 위협하고 있다. 몬산토는 '독약의 군주'라는 반발에 직면할 때마다 친환경성을 내세우며 변신을 꾀했지만, 공업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개발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또한 새로운 제품 개발과 시도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 실험과 시도는 일시적이었지만 그 영향이 미치는 끝은 예측할 수 없다. 먹이사슬을 따라 독성이 농축되었으며, 오히려 다음 세대에서 더욱 큰 위험을 낳기도 했다.
몬산토, 국제법정에 서다
세계 시민사회운동은 현재 몬산토를 국제법정에 세우기 위한 행동에 돌입하고 있다. 국제법정은 2016년 10월 14~1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예정이다. 국제법정은 2011년 유엔에서 채택된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2002년 헤이그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 고안된 '로마규약'에 따라 몬산토의 생태계 파괴 행위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에 회부할 잠재적 형사책임을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몬산토는 20세기 창사 이래 고독성 물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서 산업적 농업의 상징이 됐으며, 인류가 만든 온실가스의 3분의 1에 책임이 있고, 토양 침식·수자원 고갈·생물 다양성 감소 및 멸종·전 세계적 소농 퇴출에 대한 책임이 있다. 국제법정에서는 이런 책임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국제법정을 주도하는 사람들

△ 코린 르파쥬 : 전 프랑스 환경부 장관. 환경 전문 변호사. 유럽의회 위원(2009~2014). 유전공학연구독립정보위원회 명예회장.
△ 마리 모니크 로뱅 :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다큐멘터리 제작자.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선혜 옮김, 이레 펴냄)을 썼다.
△ 올리비에 드 슈터 : 지속가능한 먹을거리 체계(IPES-Food) 국제 전문가 패널 공동의장. 전 유엔 식량권 특별보고관(2008~2014).
△ 질레스 에릭 세랄리니 : 프랑스 캉 대학 분자생물학 교수. 독성학 전문가로서 2012년 9월 글리포세이트(제초제)의 역할과 관련해 GM옥수수 NK 603과 라운드업의 건강 위험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여 대중에게 알려졌다.
△ 앙드레 류 : 세계유기농운동연맹(IFOAM) 회장. IFOAM은 125개국 800여 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국제 유기농 운동 조직이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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