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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주도 개헌 논의, 왜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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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주도 개헌 논의, 왜 위험한가

[개헌을 말한다 上] 국회의원은 개헌의 이해당사자

현재 개헌 논의는 36인의 여야의원으로 구성된 국회개헌특위가 주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연말까지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 정부 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정부 안을 내놔도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다. 현재의 여야구도에서 과연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권력구조 개헌 안에 합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미국식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프랑스식/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북핵 위기 국면의 전개 여하에 따라서는 개헌 논의 자체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중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권력구조에 합의하지 못하고 기타 쟁점 사항에서 격돌할 때 그렇다. 위기 대응과 적폐 청산, 국가 혁신을 위해서도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먼데 정치권이 허구한 날 개헌 논의에 매달리며 싸우는 걸 지켜보며 인내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내용도 용두사미 꼴이 나기 딱 좋다. 현실적인 의회 구도와 정치 지형을 감안할 때 과연 국회주도형 개헌이 촛불시민혁명의 정신과 열망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아낼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왕적대통령제 폐해, 개헌으로만 해결 가능?


실은 촛불시민혁명이 개헌을 요구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촛불시민혁명의 실질은 공사분간도 못하고 헌법을 유린해온 제왕적대통령을 헌법의 절차에 따라 제거한 헌법복원 성격의 시민명예혁명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게 흠이 많다던 제왕적대통령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선 뒤부터 쏙 들어간 사실만 봐도 제왕적대통령제 때문에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종전처럼 힘을 받을 것 같지 않다.

제왕적대통령제의 폐해는 사실이지만 개헌을 해야만 바로잡을 수 있다는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 제왕적대통령제를 떠받쳐준 것은 8할이 위헌적, 불법적, 편법적 제도 운영이었다. 국정원과 검찰, 공영방송 장악은 불법이고 공천권 행사를 통한 여당 장악은 편법이다. 국무총리의 각료제청권과 해임건의권 형해화는 위헌이고 장관의 산하기관 인사권 집중관리도 편법이다. 지금까지의 위헌과 불법, 편법을 바로잡으면 거의 모든 문제는 바로잡힌다. 국정원 개혁과 검찰 개혁, 방송 개혁, 정당공천 개혁 등이 중요한 이유다.

다른 기회에 상세하게 밝히겠지만 모든 제왕과 마피아를 분쇄해서 실질적 법의 지배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과 명령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받들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왕적대통령의 권력은 물론 제왕적대법원장과 제왕적국회의원의 권력도 효과적으로 분권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왕적중앙권력을 분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지방자치분권의 강화라는 점도 강조되어야 한다. 열망의 국가로 향하는 길에 도사린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여기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제대로 된 '헌법=국가 계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이 최고도로 발휘될 수 있는 중층적인 공론장이 활짝 열려야 한다는 점이다.

개헌, 과정이 내용을 정한다

현재 진행되는 개헌 요구의 진정한 원천이 어딘지도 불분명하다.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바로잡자는 명분으로 2016년 6월 20대 국회의 개원과 함께 개헌 깃발을 높이 든 정세균 국회의장일까? 국회의장의 제안에 동조한 불임정파 수장급 국회의원들일까? 이분들만으로는 여기까지도 못 왔다. 국민들은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단과 정파지도자의 권력분점욕구에 토대를 둔 대선 전 개헌론에는 눈길 한 번 제대로 준 적이 없다. 시민사회의 적극적 개헌론자들의 관심사는 직접민주주의 개헌, 지방자치분권 개헌, 기본권강화 개헌, 경제질서 개헌 등으로 권력구조중심 개헌과는 거리가 멀다.

국회개헌특위는 순수/변형 내각제 개헌 소신을 가진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돼있다. 반면 국민참여개헌을 추동하는 시민사회세력은 5년 단임 대통령제에 큰 유감이 있어서 개헌을 주창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저마다 21세기 대한민국 촛불헌법을 통해 관철시키고자 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새 가치가 있어서 개헌을 외친다. 이들은 권력구조 자체의 전환보다는 권력구조의 토대를 이루는 선거제도 개편과 선거권 확장, 정당제도 개편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개헌특위와 시민자문위는 문제의식과 추진동기, 진단과 처방전에서 다르다.

개헌은 내용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개헌의 과정과 절차가 내용과 실질을 결정한다. 지금처럼 국회개헌특위와 원내정당이 주도하는 개헌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국회의 개헌 주도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국회는 개헌, 특히 권력구조개헌에 관한 한 고유하고 내재적인 이해상충관계를 갖는다. 국회라고는 하지만 그 실질은 국회의원과 소속정당이다. 국회의원과 정당, 특히 거대정당이 권력구조에 관해 어떤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개헌을 '국회'의 2/3 의결을 거쳐야만 가능하게 만든 현행헌법의 결단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 주도 개헌 논의가 민의 반영 못하는 이유

헌법이 정하는 권력구조는 크게 볼 때 세 가지 차원이 있다. 첫째, 주권자권력과 대의권력의 권력배분. 여기서 논의의 촛점은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 시민의회, 공론조사 등 주권자시민의 직접민주주의적 권한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도입할지다. 둘째, 대의권력 상호간의 권력배분.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권력재배분이 초점이고 제왕적대통령과 제왕적대법원장의 극복이 과제다. 셋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의 수직적 권력배분. 지방자치의 입법권과 재정과세권, 인사조직권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강화할지가 초점이다.

개헌주도권을 지금처럼 국회의원에게 맡길 경우 국회의원에 고유한 이해관계 때문에 이들의 조정과 타협으로 만들어지는 권력구조개헌안은 권력구조의 3차원 모두에서 민의를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첫째, 국회의원은 주권자 권한의 강화에 인색할 수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역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대의권력 편이지 주권자나 시민권력 편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의 입법권 독점을 완화하는 국민발안권과 국민투표권 도입, 특히 국회의원의 임기 중 소환을 가능하게 하는 국민소환제 도입은 아무리 공적으로 바람직해도 큰 심리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자기 목에 스스로 방울을 다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회의원은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국회의 권한 확대를 도모하는 자연스런 속성을 갖는다. 국회의 권한이 강화될수록 국회의원의 권한도 1/n로 덩달아 강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의원은 순수내각제나 변형내각제(이원집정부제)에 마음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둘 다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의 정부이기 때문이다. 내각책임제와 이원집정부제에서는 국회의원이 장차관 등 행정부의 정무직을 독점한다. 지금처럼 몇 자리 간신히 구걸하는 게 아니라 원칙적으로 행정부의 모든 정무직 자리가 국회의원 몫이 되는데 어찌 마음이 쏠리지 않겠는가. 일반적으로 국회의원에게 헌법이나 헌법적 법률의 제, 개정을 맡길 경우 자신의 몸값을 떨어뜨릴 수 있는 개헌안이나 입법안에 찬성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안전할 것이다.

셋째, 국회의원은 지방자치권력을 강화하는 일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권력이 강화될수록 국가권력이 약화되고 국회의원의 몫도 덩달아 작아진다. 지방분권의 강화는 중앙정부의 권력을 축소한다. 현실정치에서 국회의원은 관할 시군구장, 시도의원, 시군구의원 등에 대해 실질적인 공천권을 쥐고 있다. 시도지사 공천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방분권의 강화는 국회의원의 권력을 축소하고 경쟁상대의 권력을 강화한다. 국회의원에게 지방분권개헌을 맡기면 언제나 적정선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100%인 이유다.

그뿐 아니다. 국회의원에게 개헌 작업을 맡길 경우 특단의 사정이 없는 이상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중요한 의제들이 생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국회의원이 국회의원 임기단축 개헌안을 만들어낼 리 없다. 설령 대통령이 이런 개헌안을 제출해도 재적국회의원의 2/3 찬성을 받아낼 수 없다. 전면개헌 추진 시 국회해산과 새 의회 선출을 요구하는 스위스헌법류의 개헌절차 개헌도 2/3 찬성은 고사하고 공식의제화도 기대난망일 것이다.

국회의원은 개헌의 이해당사자

요컨대 권력구조 개헌 작업을 할 때 국회의원은 국민의 이익을 대표할 뿐 아니라 은연중에 혹은 노골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대표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의 고유한 이해관계 때문에 국회의원에게 권력구조 전면개헌을 맡긴 헌법적 결단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것처럼 비합리적인 측면이 강하다. 이와 같은 전형적인 이해상충사안에서는 쌍방대리금지가 해법이다. 쌍방대리금지의 관점에서 볼 때, 개헌안을 국회가 만들도록 할 게 아니라 추첨시민의회를 구성해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은 몹시 타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개헌 작업은 1987년 헌법의 전면개정을 추진한다. 촛불혁명을 거쳤기 때문에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언제나 혁명의 물결이 휩쓸고 나면 헌법이 바뀐다. 혁명정신을 헌법에 담아 제도적으로 표현해야하기 때문이다. 촛불시민혁명의 제도적 완성은 촛불개헌을 요구한다. 촛불시민혁명은 무려 1700만 명의 평화로운 시민참여로 뒷받침됐다. 촛불시민들은 적폐청산과 더 많은 개혁을 요구한다. 시민권력과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국가혁신을 요구한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극복하고 더 높은 삶의 질을 요구한다. 촛불시민들이 바라는 개헌은 더 많은 개혁의 토대가 되고 더 나은 삶의 질의 푯대가 되는 개헌이다.

제헌에 버금가는 전면개헌

주지하다시피 이번 개헌은 전면개헌으로 추진된다. 지난 30년의 한국헌정사에 기초해서 발본적인 구조개혁 청사진을 헌법에 담아내자는 열망이 지배적이다. 많은 헌법이 그렇듯이 우리 헌법도 전면개헌과 일부개헌을 구별하지 않고 똑같은 개헌절차를 규정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전면개헌은 새롭고 진전된 국가계약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헌법제정과 다르지 않다. 전면개헌의 순간도 헌법제정의 순간처럼 비상한 격변을 거쳐야만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전면개헌절차는 일부개헌절차와 달리 규정해야 실질적 정의의 요구에 부합한다. 전면개헌과 부분개헌의 구분이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이는 해석으로 기준을 만들어내면 된다.

전면개헌의 특수성을 인정한 헌법으로는 스위스헌법이 눈에 띈다. 스위스헌법은 헌법을 '전면'개정하려면 반드시 국회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스위스에서 헌법부분개정은 연방의회의 의결로 끝난다.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국민발안으로 제출된 부분개헌안에 대해서는 국회가 부결할 경우에도 반드시 국민투표에 부의해서 최종결론을 내리도록 규정한 것이다. 스위스는 그만큼 개헌과정에서 국민의 뜻을 중시한다. 만약 스위스라면 지금 진행되는 전면개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를 새로 선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면개헌은 제헌에 버금가기 때문에 총선과정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특별한 위임을 획득하기 전에는 추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올바른 헌법철학이 아닐 수 없다.

20대 국회가 개헌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

작년 4.13총선으로 구성된 20대 국회는 어떤 의미에서도 전면개헌에 적합한 국회가 아니다. 어느 정당도 지난총선에서 전면개헌은 고사하고 개헌 자체를 의제로 내걸지 않았다. 당연히 어느 정당도 개헌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특별한 위임이나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어떤 정당도 개헌논의를 주도할 국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지난총선에서 국민은 대통령과 거대양당제를 불신임하고 다당제 여소야대 의회를 만들어냈다. 국민은 여소야대 국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전횡을 제어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며 다당제 국회를 통해 타협과 조정의 성숙한 정치를 해보라고 명령했다. 국민의 뜻은 여기 있었지 개헌에 있지 않았다.

더욱이 20대 국회의 의석분포는 지난 겨울 촛불시민혁명 이후의 민심변화를 조금도 반영하지 못한다. 그 결과 국회구도와 민심지형 간에 괴리가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크고 깊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지난 7일자 리얼미터 여론조사결과가 이 점을 잘 말해준다.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50.7%, 자유한국당 15.5%, 바른정당 6.3%, 국민의당 6.0%, 정의당 5.4%로 조사됐다. 이 수치에 따른 정당별 의석 수를 현재의 의석분포에 대비하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자유한국당은 지금의 107석이 아니라 고작 46석으로 묶인다. 바른정당도 19석에 그친다. 둘 다 합쳐도 65석에 지나지 않아서 개헌저지선에 35석이나 미달한다. 현실적으로는 자유한국당만으로도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의 국회의석분포는 촛불시민혁명과 대통령탄핵,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민심의 본격이동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무당파층 16%의 존재를 감안해도 그렇다. 오늘의 민심잣대로 볼 때 현재의 야당들은 엄청난 과잉권력을 행사한다.

요컨대, 명시적인 위임도 받지 못했을 뿐더러 민심과 괴리가 아주 심한 20대국회가 지금처럼 전면개헌작업을 주도하는 것은 조금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특히 국회와 국회의원은 이해관계의 속성상 바람직한 권력구조를 짤 때 대의권력/국회권력/중앙권력 편향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가운데 대의권력 편향성과 중앙권력 편향성은 지금의 시대정신과 전혀 맞지 않는다. 현재의 민심과 동떨어진 20대국회가 개헌논의를 독점하고 주도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쥐어준 것과 다르지 않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효과적으로 조직하는 만큼만 국회주도 개헌논의의 편향성을 극복할 길이 열린다.

전면개헌 절차의 딜레마

헌법전면개정을 하려면 이론적으로는 20대국회를 해산하고 새로 개헌국회를 선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헌법에는 국회해산제도가 없다. 국회해산 후 총선 실시를 논외로 치면 20대국회의 개헌논의 주도는 현행헌법상 불가피한 현실로 보일지도 모른다. 차선책은 국회가 광범위한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개헌절차법을 만들고 개헌절차를 국민에게 개방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당력을 모아 입법을 추진해도 야당의 즉각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상 국회선진화법에 걸려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명백한 딜레마다. 어떻게 풀 것인가? (하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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