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상주보 붕괴 사태는 물론, 2002년도 태풍 '루사', 2003년도 태풍 '매미'가 전 국토를 휩쓰는 와중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호국의 다리(왜관철교)가 장맛비에 붕괴된 사태는 모두 태풍 메아리가 상륙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이번 태풍 메아리는 서해상으로 올라와 내륙에 큰 피해없이 비켜간 사례인데, 기상청에 따르면 6월 태풍으로는 관측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스쳐간 태풍'이었음에도 이런 피해가 났다는 것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비는 말 그대로 일상적인 장맛비 정도 수준이거든요. 메아리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을 안 했는데 이미 오기 전에 (다리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결국 4대강 사업의 무리한 속도전으로 인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앞으로 태풍 2~3개가 한반도에 상륙하면 4대강에서 어떤 일이 또 발생할지 모른다"는 경고음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4대강 사업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무너진 '호국의 다리' ⓒ뉴시스 |
<부산일보> "4대강 공사가 4대강 재앙이 되선 안돼"
특히 낙동강 곳곳에서 대규모 준설공사를 하고 있는 영남권 여론은 불안한 상황이다. <부산일보>는 이날자 사설을 통해 "역시 우려했던 대로다. 강바닥을 파내고 강을 고속도로처럼 직선화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폐해가 스쳐간 태풍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썼다.
이 신문은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호국의 다리' 붕괴 사태를 지적하며 "새벽 시간 한 고교생이 다리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모른 채 건너편에서 오는 행인을 돌려보내는 아찔한 소동까지 벌어졌다. 300㎜의 비에도 이러한데 태풍이나 집중호우의 직격탄을 맞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크게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번 비로 경북 안동 낙동강 지천에서 제방 1400m가 유실됐고 충남 금강 지천에서도 제방이 붕괴됐다. 본류의 강바닥을 대책없이 마구 준설하니까 2~3배 빨라진 유속을 견디지 못한 지천의 제방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피해를 본격적인 장마와 태풍으로 다가올 더 큰 피해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삼아야 한다. 4대강 공사 현장에 대한 철저한 안전점검을 하고 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4대강 공사가 더 이상 4대강 재앙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비가 오는데도 낙동강에는 포크레인이 돌아가더라"
이번 재앙이 예고된 재앙이었다는 주장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정부가 무리한 속도전을 벌이느라 전문가 의견 수렴을 게을리 했다는 것이다.
박창근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무너진) 상주보의 수문을, 가동보의 수문을 하천의 좌측 쪽으로 기울여서 설치를 했는데, 설계가 잘 못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홍수로 상주보 수문을 여니 물살이 빨라졌고, 기존에 있던 제방 밑둥을 쳐서 제방이 지금 길이로는 400미터 가까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월 20일경 봄비가 왔을 때 제방이 조금 유실되고 있었는데, 제가 '큰비가 오면 이 제방은 무너진다'라고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이 주말에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태풍피해가 적은 것은 4대강 사업 효과 때문"이라고 한데 대해서도 박 교수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지 않느냐. 아니면 밑의 보고 체계가 뭔가 이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속도전으로 공사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장마철에는 가능한 한 공사를 줄이고, 인명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공사현장관리가 필요하다"며 "일부는 공사를 중단하고 있지만 낙동강에 가보니 이 비가 오는데도 포크레인으로 준설을 하고 있더라.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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