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집<이종형>당신은 물었다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나는 대답하지 못했다4월의 섬 바람은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돌담 아래제 몸의 피 다 쏟은 채모가지 뚝뚝 부러진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섬은오래전부터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4월의 섬 바람은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뼛속에서 시작되는 것그러므로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바람의 집이었던 것생은 아물지 않는다<이산하>평지의 꽃느긋하게 피고벼랑의 꽃늘먼저 핀다어느 생이든내 마음은늘 먼저 베인다베인 자리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김수열>일흔의 나무 한 그루심고 싶다천둥 번개에 놀라이리 휘어지고눈보라 비바람에쓸려 저리 휘어진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나이테마다 그날의상처를 촘촘히 새긴나무 한 그루 여기 심고 싶다머리부터 어깨까지불벼락을 뒤집어쓰고도모질게 살아 여린 생명키워내는 선흘리 불칸낭한때 소와 말과사람이 살았던,지금은 대숲 사이로스산한 바람만 지나는동광리 무등이왓 초입에 서서등에 지고 가슴에 안고어깨에 올려푸르른 것들을 어르고 달래는 팽나무 같은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일흔의 나무 한 그루심고 싶다허리에 박혀 살점이 되어버린 총탄마저 보듬어 안고대창에 찔려 옹이가 되어버린 상처마저 혀로 핥고바람이 가라앉으면바람을 부추기고바람이 거칠면 바람의 어깨를 다독여주는봄이면 어김없이 새순 틔워뭇새들 부르고여름이면 늙수그레한 어른들에게 서늘한 그늘이 되는그런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살아 천 년 죽어천 년 푸르고 푸른일흔의 나무 한 그루심고 싶다내일의 바람을 열려 맞는 항쟁의 마을 어귀에아득한 별의 마음을 노래하는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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