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가인권정책 초안, 성 소수자 인권 항목이 삭제됐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가인권정책 초안, 성 소수자 인권 항목이 삭제됐다

문재인 정부는 왜 '성 소수자' 인권을 배격하나

법무부가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에 과거와 달리 '성 소수자 인권' 항목이 삭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현 정부의 성 소수자 인권에 관한 인식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보다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0일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18~2022년) 초안을 내놓은 데 이어, 오는 5월 중 확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지난 2007년 처음 마련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향후 5년 간 정부가 개선할 각 분야의 주요 인권 개선안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3차 계획안 추진 이유에 대해서도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인권정책 기조 및 인권 관련 국정 과제 반영 필요'로 설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인권 정책의 이정표인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3차 계획안 가운데에는 과거 1‧2차 계획안에 포함됐던 성 소수자 인권 항목이 빠져있었다.

▲1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목차. 성적 소수자 관련 항목이 포함돼있다.
▲2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목차. 이 또한 성적 소수자 관련 항목이 포함돼있다.

지난 1차 계획안을 살펴보면, 성적 소수자 인권 부분은 제4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 가운데 '병력자 및 성적소수자' 항목으로 포함돼있다. 내용을 보면 'HIV 감염인, AIDS 환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 제기', '학교 교육 과정에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 없는 이해를 돕도록 교육' 등이 담겨 있다.

2차 계획안에서도 1차 계획안과 동일하게 4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 대주제 안에 '병력자 및 성적소수자' 항목으로 나와있다.

그러나 이번 계획안을 보면, 기존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 대주제에 해당되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사회' 부분에 성 소수자 관련 항목은 없다. 여성, 아동청소년, 장애인 노인, 이주자 등에 대한 항목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과 비교된다.

▲1차, 2차와 달리 성 소수자 관련 항목이 사라진 3차 계획안 목차.
▲'군대 내 동성간 성행위 처벌은 합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를 인용한 3차 계획안.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 대주제 안에 '차별금지' 항목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성 소수자 인권 보호와는 동 떨어진 내용이 들어있다. "성소수자(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종교계 등의 이견이 큰 상황이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 필요"라며 유보적 입장과 함께 '군대 내 동성간 성행위 처벌은 합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재판소의 결정례가 등장한다.

이에 대해 인권 관련 단체들은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27개 단체로 구성된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25일 논평을 내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 보다 후퇴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을 보며 깊은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심지어 박근혜 정부 초안에도 최소한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국제인권권고들이 따로 정리되어 담겨있었다"면서 "그동안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수년간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내용이며, 문재인 정부의 인권정책, 기본권 강화라는 정책 기조는 쇼에 불과하였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초안에 헌재의 군형법 추행죄 관한 결정례가 인용된 데 대해 "모든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권의 가치, 정교분리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대한민국헌법 정신에 어울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인권의 증진과 보호라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의 취지와 본질에도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인권 관련 활동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성 소수자 인권을 배격하려는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8대 대선 후보 당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19대 때는 유보적인 태도로 선회했다. 대통령 당선 뒤인 지난해 7월에는 사회적 논쟁을 유발할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100대 국정 과제 가운데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배제한 바 있다.

줄곧 '성 소수자 등의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해왔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대통령 특별보고에서 '성 소수자'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관련 기사 : '살색 크레파스'의 추억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단체는 "반동성애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며 인권의 보편성을 도외시하고 국가의 인권옹호 의무를 저버린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6일 오전에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에 대한 해명과 대책을 요구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댓글 서비스 준비 중입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