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서울히어로즈 구단의 이장석 전 대표가 야구단 운영에 관여했음을 이유로 서울히어로즈 구단에 20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하였다. 이어 올해 4월에는 KBO가 이장석 전 대표의 야구단 운영 관여 여부를 감시하기 위하여 ‘투명경영관리인’을 히어로즈 구단에 파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언론보도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런데 위와 같이 KBO가 ‘대책’이라며 내어놓는 일련의 조치들을 살펴보면, 불행히도KBO는 서울히어로즈 구단과 관련하여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KBO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기는 했으나, 여전히 이장석 전 대표는 ㈜서울히어로즈의 주식 60%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따라서 상법상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즉 이장석 전 대표는 온전히 ‘자신의 의사대로’, 그리고 ‘자신의 복심들로’ 서울히어로즈의 이사진들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작년에는 아예 상법상의 감사(監事)제도를 폐지하는 대담함까지 보인 이장석 전 대표이다. “자신의 구단 운영에 걸림돌이 될만한 것들은 다 제거할 터이니 어디 한번 할 테면 해보라”는, KBO를 향한 메시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 KBO는 ‘제재금 2000만 원’과 ‘투명경영관리인 1인’으로, 이장석 전 대표의 야구단 운영(관여)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원칙으로 되돌아가 살펴보자.
㈜서울히어로즈의 주주는 이장석 전 대표를 포함하여 4명이다. “㈜서울히어로즈의 주주들은 재미사업가 홍성은 씨에게 ㈜서울히어로즈의 주식 40%를 양도하라”는 취지의 판결이 2018년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이와 같이 “주식을 양도하라”는 형태의 판결을 강학(講學)상 ‘의사(意思)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이라고 한다.
쉽게 풀어 말하면, 법원의 판결에 의해, 피고가 어떠한 ‘법률적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그 ‘법률적 의사표시’가 여기서는 ㈜서울히어로즈의 주식 40%를 양도하겠다는 의사표시가 된다. 정리하면, 현재 이장석 전 대표를 비롯한 ㈜서울히어로즈의 주주 4명과, 재미사업가 홍성은 씨 간에는 ㈜서울히어로즈의 주식 40%에 관한 양도계약이 체결된 것과 동일한 법적 상태에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서울히어로즈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것이다. KBO는 이장석 전 대표의 야구단 경영관여를 막는답시고 제재금이니 관리인이니 하며 난리법석을 떨 것이 아니라, ㈜서울히어로즈 구단, 정확히는 이장석 전 대표를 비롯한 4인의 주주들로 하여금 위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리그 참가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 그만이다.
KBO총재에겐 그렇게 할 권한이 있다(KBO규약 제4조). 특히 KBO규약 부칙 제1조는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라는 표제 하에, “총재는 리그의 무궁한 발전과 KBO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KBO규약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도 제재를 내리는 등 적절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장석 전 대표가 최대주주의 지위를 양도하지 않을 시 히어로즈 구단의 리그 참가를 제한하는 것은 KBO규약 제9조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KBO규약 제9조는 최대주주(지배주주)가 변경되는 경우에도 구단의 양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전년도 11월 30일까지 KBO 총재에게 구단의 양도승인을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전년도 11월 30일까지로 양도승인 신청 기한을 못박은 것은 다음년도 리그 참가 가능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기간을 확보하기 위함임은 물론이다.
언제까지 ㈜서울히어로즈로 인해 야구판 전체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며 한 줌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2년 연속 관중급감이 이와 무관하다고 과연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KBO는 지금이라도 히어로즈 사태의 핵심을 직시하고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박지훈 변호사는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특임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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