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여전히 위험과 위기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팬데믹 2년차의 위기가 연속되고 있지만, 새로운 의미의 ‘위기’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고 있는 요즘이다. 바로 지방대의 위기 혹은 지방의 위기 속에 표현된 ‘위기’이다. 2월 27일 끝난 2021학년도 입시 기간 중 언론에서 가장 많이 듣고 보았던 것이 ‘지방대의 위기’, ‘지방대 소멸’, ‘정원 미달 사태’ 등과 같은 위기와 위태로운 상황 표현의 기사들이었다.
필자의 직업이 교수인지라 필자 역시 소속 대학의 입시 경쟁률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지방 소재 대학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달사태가 발생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삶에서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충격과 위기가 눈앞의 현실로 나타났다. 이미 수많은 언론사에서 지방대 미달사태나 소멸 위기 상황에 대한 분석 보도와 기사를 쏟아내었기에 그 충격의 강도가 덜했을 뿐이지, 위기를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진정 지방대 미달 사태가 단지 지방의 위기로 끝날 것인가? 이 글은 그러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많은 기사들에서 지방대의 위기와 소멸은 지방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고, 수도권의 집중화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단지 수도권의 집중화 문제로 끝날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수도권 집중화로 끝날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방 대학의 미달 사태는 단지 농촌이나 어촌 등과 같은 한적한 지방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고 하는 부산이나 지방 거점 광역시인 광주나 대전 소재 대학들 역시 미달 사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더군다나 2021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위험스러운 상황이다. 한국사회 전반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 해결을 위해 지방 분권화나 지방의 발전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이나 수도권 역시 지방이기에 수도권 집중화나 서울의 과밀 발전 현상을 지방의 위기 속에 포함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축소사회의 위기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으며, 한국의 경우 지역 불균형에 의한 수도권 집중화의 폐해 문제는 새로운 논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학령인구의 감소는 지방대 소멸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자체의 소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을 주도하는 정치가들이나 수도권에 몰려 있는 기득권 계층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발전 시각과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다. 지나치게 집중화되어 있는 수도권 과밀화와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라는 것이 또 다른 과밀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서울 주변 지역의 신도시 개발이다. 주거 안정의 문제는 정부 정책 순위에서 우선 되는 정책일 것이다. 교육 정책 역시 주거 문제만큼 중요하다. 지방대의 소멸은 그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의 소멸 문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필자가 단순히 경쟁력 없는 지방대를 살려야 한다거나 지방 소재 대학에 특혜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 지나치게 대학이 많고, 대학을 중심으로 특권과 서열 그리고 부가 대학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대학 문제의 합리적 해결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대학 문제의 해결이 지금과 같이 축소사회의 위기를 틈타 자연스럽게 소멸되기를 기다리고, 수도권 집중화를 가속화시키는 방식으로 해소되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경쟁력 있는 학과나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 수를 조정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문제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되어 있기에 지방 소재 대학의 정리는 분명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 될수록, 미래사회가 도래하면 할수록, 제1차 산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확산은 역설적이게도 농촌이나 어촌과 같이 사람들이 분산되어 살고 있는 곳이 덜 위험하고 안전한 장소라는 것을 어느 정도 입증하였다. 더군다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인구와 지속적인 사회구성원의 충원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결국 국가의 특정 지역이 지나치게 과대 성장하거나 과밀화되는 현상은 국가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과정일 뿐이다.
지방대의 위기와 지방의 소멸은 그런 측면에서 국가위기나 국가소멸과 직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의 지역불균형과 대학 서열화 문제 해결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가장 우선해야할 정책이자 선결 조건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나 고령사회의 진입이라는 축소사회의 현실 앞에서 우리가 선택해야할 합리적인 방법과 대안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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