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심각한 전력난 사태에 직면했다. 장쑤, 광둥, 푸젠, 충칭 등 중국의 21개 성(省)에 공업용 전력 공급이 제한되면서 공장 가동 및 조업이 중단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갑작스런 정전으로 신호등 작동 중단, 핸드폰 통신 중단, 엘리베이터 중단 등의 일상생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호주와의 무역분쟁으로 인해 호주산 석탄 수입이 중단되면서 수급이 불안정해진 결과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 초 석탄 수입선을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으로 전환했으며, 수입산 석탄이 중국 석탄 총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전력난 사태는 사실 중국 정부의 정책추진 과정 중에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5%이상 감축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구체적인 실현계획을 밝혔다. 또 중국 정부는 탄소중립 추진 원년이 되는 올해 초, 14차 5개년 규획(2021-2025)을 통해 2025년 GDP당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을 2020년 대비 각각 13.5%, 18% 감축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각 지방정부에 '에너지소비 이중통제(에너지 총량과 에너지 강도 통제)' 목표를 제시했는데, 올해 상반기 기준 목표를 달성한 지방정부는 10개에 불과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목표 달성을 위해 지방정부는 연말 중앙정부의 실적점검을 앞두고 과도한 전력 제한을 추진하였고, 석탄 수급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전력난에 직면한 것이다.

중국의 탄소중립 2060 전략과 에너지 전환
중국의 전력난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 그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2060 탄소중립 전략이 숨겨져 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이 2060년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공표했을 때 일부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탄소에 치중된 중국의 경제 상황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해야 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는 중국의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원으로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88%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1992년에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한 이후로 기후변화 관련 정책들을 추진해 왔으나 화석연료 사용량은 지속 증가해왔고, 경제발전을 중점에 두면서 뚜렷한 탈탄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추진되는 탄소중립 전략은 기존과는 다른 추진력을 가지고 구체적인 목표 하에 진행되고 있다. 이에 탄소 저감 정책과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에너지 산업 구조 전환 정책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소비 이중통제 외에 중앙정부가 제시한 재생에너지 전력 의무사용 할당제 등 에너지 산업구조 전환 전략도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2020년부터 재생에너지 전력 의무 할당제를 시행하면서 재생에너지 전력사용을 촉진시키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중국국가에너지국(国家能源局)은 '2021년 풍력 및 태양광 발전 건설 관련 통지'(2021年风电、光伏发电开发建设有关事项的通知)를 통해 중국 전체 전력사용량 중 풍력 및 태양광 발전량의 비중을 2025년 16.5%까지 확대하겠다고 목표치를 제시했다. 2020년 기준 풍력 및 태양광 발전략 비중이 전체 전력 사용량의 9.7% 수준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목표치이다.
중국의 저탄소 신산업 육성
중국은 저탄소 유망 신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육성하는 중 분야는 바로 수소 산업이다. 2019년 정부업무보고에서 수소산업을 처음으로 제시한 이래로 관련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는 수소에너지가 청정・고효율 에너지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투자 및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재정부, 국가에너지국(NEA), 공업정보화부, 과학기술부 등 5개 부처에서 수소연료전지차 1차 시범 지역을 발표했다.
1차 시범지역은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 등이며 시범기간은 4년으로, 시범지역은 수소연료전지차 1000대 이상 생산, 수소충전소 15개 구축 등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디지털화를 통한 탄소중립 추진도 가속화되고 있다. 스마트 터미널, 배전 통신망 및 배전 자동화 장비 확대, 전력 사물 인터넷(IoT), 디지털 트윈 전력망, 에너지 빅 데이터 센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저탄소 산업체인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9월 중국 생태환경부 차관 예민(叶民)은 현재 중국의 데이터센터와 5G 기지국은 연간 1200억 킬로와트(kw)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약 2%로 약 732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한다고 밝히면서, 빅데이터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기술과 조치를 연구하고 녹색 및 저탄소 국가 통합 빅데이터 구축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저탄소·그린경제 부상과 우리 산업의 대응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재생 에너지 생산국가이며, 가장 많은 신재생 설비를 갖춘 국가다. 지금 비록 전력난 등의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이러한 성장통은 중국의 전력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산업 분야로의 에너지 구조 전환이 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이 비록 10년 늦게 목표치를 설정했지만, 재생에너지, 바이오, 수소차 등의 저탄소 산업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다.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한 공급망 변화, 원자재 가격 급증 등에 대응하는 것도 단기적으론 매우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의 신에너지경제 부상에 주목해야 한다. 당장의 중국 전력난 보다 중국이 가져올 에너지 산업의 대전환이 우리에게는 더 위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전기차는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시장 공략에 나섰다. 보조금 확대 등 정부의 보호 아래 성장한 산업이 이젠 글로벌 시장에 진출 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우리도 2050 탄소중립 전략을 마련하고, 에너지 전환 가속화, 고탄소 산업구조 혁신,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탄소중립 전략에 드라이브를 거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강점을 가진 분야에 대한 투자를 보다 집중하고, 관련 산업생태계 구축 및 원천기술 개발 등을 더욱 가속화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연료전지 및 수소차 등의 분야에서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탄소중립 시대에 새로운 글로벌 저탄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좀 더 집중적인 투자와 산업육성 전략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의 속도 경쟁이 이제 시작되었다. 우리의 탄소중립 달성 목표는 중국보다 10년이 더 빠르다. 탄소중립 시대에 글로벌 저탄소·그린경제를 선도하고 관련 신산업 시장을 선점하려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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