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반입양주의자 조직'이라고? 어느 시대인데 80년대 전두환 정권 단어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반입양주의자 조직'이라고? 어느 시대인데 80년대 전두환 정권 단어가...

[기고]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진정 입양가정을 돕고 싶다면...

얼마 전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당 김미애 의원이 예비입양부모교육을 '반입양주의자'들에게 맡겼다며 아동권리보장원장을 질타하는 영상을 보았다. 영상 속 김 의원은 마치 입양을 반대하는 세력이 정부의 예비 입양부모 교육을 점령(?)하고 잘못된 입양관을 전파하고 있는 양 화를 내고 있었다. 답변을 들을 생각도 없이 호통하면서 추궁하는 김 의원의 고압적인 태도도 놀라웠지만 '반입양주의자들의 조직적 현황'라는 제목으로 80년대 간첩조작단을 떠올리게 하는 조악한 피피티는 또 무엇인지. 반입양주의자? 조직?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80년대 전두환 정권의 단어를 사용하는가. 

입양으로 아이 셋을 만나 14년 째 희노애락을 느끼며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내게 '반입양주의자'라는 타이틀이라니. 입양을 반대하는 이가 어떻게 매일 입양부모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가, 어떻게 위기에 처한 입양가정을 지원하러 다닐 수 있는가 말이다. 자신의 감정에 근거한 '반입양주의자'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에 내 이름 석자를 실명으로 거론하는 무례함까지 얹어 질타하는 김미애 의원의 영상을 보며 '아, 정말 갈길이 멀구나' 하는 한숨이 나왔다.

나는 영상 속에서 언급한 그 교육, 정확히 표현하면 만 1세 이상 아동을 입양하려는(연장아 입양이라고 흔히 말하는 큰 아이 입양. 여기서는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연장아 입양이라고 표기한다) 예비입양부모를 위한 심화교육 과정 연구 개발에 참여하고, 지난 3년간 교육을 진행해 온 당사자이다. 내가 속한 연구팀에서 2018년 아동권리보장원의 용역을 받아 연구개발 했고, 2019년부터 지금까지 연구진이 직접 교육을 진행해 왔다.

연장아 입양이 힘들다는 사실은 입양가족 카페나 자조모임에서 너무 흔하게 듣는 이야기이다. 지난 3년간 연장아 입양교육에 참여한 입양가정들 역시 '연장아 입양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입양기관이 추천해서 듣게 되었다'며 교육을 선택한 이유를 밝혀왔다. 필수교육인 8시간 교육을 받았음에도 연장아 입양의 어려움을 미리 알고 준비하고 싶어 선택교육인 이 교육을 신청한다는 내용이 신청서에 가장 많이 드러난다.

연장아 입양부모를 위한 실질적인 교육 개발의 중요성은 연장아 입양으로 아이와 어려운 시간을 통과해 본 가정의 이야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교육교재 연구개발을 위해 그 당시 참고한 여러 국내 논문과 초점집단 인터뷰에는 한국입양홍보회(엠팩) 회원가족을 비롯해 많은 국내 연장아 입양가정이 참여해 자신들의 어려움과 적응기, 어떻게 아이와 힘든 시간을 극복했는지에 관해 들려주었다. 가정에 따라 그 경중이 있을 수는 있지만, 신생아 입양과는 확연히 다른 어려움이 있다는 것, 쉽게 적응하는 가정은 많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5년간 만 1세 이상의 연장아동을 입양한 국내입양가정의 비율은 약 30%로 이들 중에는 입양 이후 아동의 부적응과 양육의 어려움, 지속적인 문제 발생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정 의 비율이 신생아 입양가정보다 월등히 높다. 아동권리보장원이 3년 째 위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국내입양가정 통합서비스의 참여가정에도 연장아동 입양가정의 비율이 높은 상황으로, 준비되지 않은 입양으로 인해 가정이 어려움과 해체위기를 겪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과한 이들은 하나같이 연장아동입양에 대한 이해와 준비, 문제해결을 돕는 교육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절절한 염원이 이어져 이 교육이 탄생하였다.

연장아 입양부모를 위한 심화교육의 목적은 연장아 입양이 신생아입양과 다른 지점(특수욕구)이 있음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 연장 입양아동의 심리정서와 발달상 특징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 연장 아동을 입양하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과 적응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예상하고 준비하도록 돕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입양관련 이슈(입양말하기, 뿌리찾기 등)를 이해하고 입양가정의 삶의 여정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도록 돕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여가정 대부분이 필수교육(8시간)을 받은 이후에 참여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입양의 기본적인 이해를 넘어서 좀 더 깊은 입양 이슈와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할지 준비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 교육과정을 개발한 직후 그 내용을 10년 이상 된 연장아동 부모님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참여하신 연장아 입양부모님들이 '교재의 내용이 연장아 입양의 어려움에 비하면 너무 평이하게 담기지 않았느냐'고 지적할 만큼 실제 어려움과 현실보다 내용을 완화해서 정리한 터였다. 이 교육은 입양의 기쁨을 전달하거나 입양을 마음 놓고 선택하게 격려하는 것에 목표를 두기보다, 입양 이후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미리 준비하게 하고, 입양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일인지를 거듭 고민하고 성찰하며 부부가 함께 결정하게 돕는 것에 목표를 둔다. 그 이유가 입양의 환상을 가지고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고통스러운 삶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지 입양을 막거나, 나쁘다고 전달하는 것이 아니란 걸 교육에 참여해 본 이들은 이해한다. 이는 그들이 매주 제출한 소감문과 익명으로 제출한 만족도 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 다섯 차례 진행한 이 연장아 입양교육이 끝날 때마다 익명으로 진행한 만족도 조사의 평점은 매우 높은 편이다. 만족도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교육 내용과 강사진의 태도가 참여가정에게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잘 드러난다. 1차부터 5차에 걸친 교육(온라인 교육은 하루 3시간씩 5회기로, 오프라인 교육은 토요일 8시간씩 2회기로 진행되었다)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교육항목은 교육 강사에 관한 항목이었다. '강사들은 성실하고 열의에 찬 수업을 진행하였다',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 '강의방법과 강의 능력이 뛰어나다' 등의 항목에서 거의 매번 4.7~5.0의 점수를 받았다(5점 만점). 또한 참여자들이 주관식으로 써낸 교육에서 가장 도움이 된 내용에는 '입양 삼자의 사례발표', '입양인과 친생모의 마음을 알수 있었다','입양 이후에 뒤따르는 여러 현실적 문제를 생각해보고 준비할 수 있었다','강사가 입양부모로서 생생한 경험을 전달해 준 것이 도움이 되었다' 등의 의견이 많았다.

지금껏 이 교육은 필수가 아닌 선택교육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참여자가 입소문을 통해 늘어났고, 타 교육보다 높은 만족도 점수를 받아온 교육이었다. 이렇게 명백한 증거들이 수년 동안 쌓여져 있고, 그 모든 증거를 국감 이전 김미애 의원실에서 수집해 갔으면서 이런 만족도 결과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단 한 건의 문제제기 글을 가지고 교육 자체를 '반입양주의자'들의 나쁜 교육으로 몰고 가는 김미애 의원의 저의가 궁금하다.

그 모든 자료를 뒤로하고, 굳이 국감에서 개인의 실명을 거론하고, '반입양주의자'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교육에 불만족하는 단 한명의 증인을 내세워 이들을 비난하는 일을 하는 저의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일까? 그는 입양가정에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관심이 있는 걸까?

국감 다음날 페이스북을 통해 입양가정에 '위기가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말라며 그것은 '허상'이라고 주장하는 김미애 의원은 매해 입양사후서비스에서 국내입양가정 위기지원 예산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입양을 선하고 숭고한 일이라고 홍보하고, 이들의 삶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만 주장하면 실제 삶이 그러할 거라고 믿는 순진한 믿음은 입양가정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 보지 못한, 책상과 카메라 앞에서만 입양을 이야기하는 자의 한계가 아닐까.

입양제도의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자고 목소리를 내고, 그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입양인과 생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 나 혼자만 실패한 것 같아 도움도 요청하지 못하고 숨어 지내는 위기 입양가정의 손을 잡아주는 일은 입양을 폄훼하거나 입양을 반대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연결되어 있으니 다 같이 잘 살아야 한다고, 입양은 아이를 데려오는 순간에 끝이 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진짜 삶이 시작되니 언제라도 도움이 필요할 땐 손을 내밀라고 말하는 것이며, 나의 아이가 소중한 만큼 쉽지 않은 삶을 이어온 다른 입양인과 생부모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일인 것이다. 

입양은 구호가 아니라 삶이다. 모든 삶에는 존중받고 배울만한 지점이 하나 이상은 존재한다. 나와 입양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반입양주의자'라고 저격하는 것은 세상을 향해 '사랑'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할 것 같은 입양생태계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건강한 입양인의 정체성을 세워주기 원한다면 부모가 된 우리부터 건강한 입양생태계를 가꾸는데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사랑을 배우는 기회가 되길 바라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