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3월 7일 우크라이나에서 생물무기 개발 증거로서 페스트와 탄저 등의 흔적을 확인했고 관련 문서도 있음을 주장했고, 이에 대해 미국 측은 거꾸로 러시아가 대량 인명 살상용의 생물무기 사용을 위해 명분을 만드는 것이라 대응했다.
하지만 동시에 미 국무부 정무 차관 눌런드는 미 상원에서, 미국 지원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우크라이나 생물연구 시설들이 있다는 것과 함께 러시아군이 해당 시설들을 장악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의 생물무기 개발 연구시설의 존재는 분명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생물무기 개발 건으로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을 요구했고, 안보리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땅에서 자행하는 미국 국방부의 불법 활동을 언급했다. 반면 미국을 포함한 나토 연합국은 러시아의 거짓말, 자작극을 위한 주장 등 가짜뉴스 유포로 몰아가는 상황이다.
돌이켜보면 약 2년 전 발생하여 현재 6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코로나19도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코로나19 기원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중국과 미국 간의 뜨거운 생물무기 개발 책임론이 뜨거웠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 우한 연구소를 지목,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면서 '우한 바이러스'로까지 불렀고 이에 중국은 미국 내 대표적 생물무기 연구소인 '포트 데트릭(미국 육군전염병의학연구소)'를 지목해 WHO에 조사단 파견을 요구하기도 했다.
UN에서 지난 1972년 이후 생물무기금지협약을 통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생물무기가 이처럼 특정 상황에서 늘 거론되는 것은 지난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촉구한 75차 UN 총회에서 같은 날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UN안보리 산하의 생물무기 관련 특별다자기구로서 국제생물안전기구 (the International Agency for Biological Safety, IABS) 설치 제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UN 총회 기조연설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서방 주요 언론들도 의외의 놀라운 제안(a surprise proposal)이라 받아들였지만, 미국의 생물무기 개발 현황을 아는 이들에겐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제안은 구소련 연방이었던 조지아 공화국 소재 비밀 생물실험실에서 지난 2018년 73명이 사망한 사건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번 우크라이나 생물실험실 논란과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2018년 조지아 공화국에서 우연히 재난 사고가 발생했다. 미군기지로부터 약 1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의학연구소에서 73명의 사망자를 낸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해당 연구소는 미국 정부와 조지아 공화국 정부 간의 합의서에 따라 오직 미군과 미국 외교관 신분만 출입이 가능한 외교 면책 지위가 부여되어 있었다.
조지아 공화국의 전임 안전장관(ex-security minister)의 증언에 따르면, 비밀 군사 프로그램을 위해 사람의 혈액 시료나 생물무기 등이 반입되어 개발되는 곳이었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테스트 실험도 일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당국에 의해 진행된 구체적 조사 결과, 당시 전 세계 25개국에서 유사한 연구실이 미국의 DTRA(the Defense Threat Reduction Agency)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비밀리에 운용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림 1 참조).
비밀 생물실험실 중에는 안전 사고가 발생한 조지아 공화국, 유엔에서 국제생물안전기구 (IABS) 설치를 깜짝 제안했던 카자흐스탄, 그리고 러시아가 확보하려는 우크라이나 등의 상황이 각각 분리된 것이 아님을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와 같은 전 지구적 전염병 발생이나 특정 국제정치 관계에 있어서도 '정치 목적의 지역 생물무기 (bio-geopolitics)' 역할이 작동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 대결이 한창이던 2018년 여름, 미국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려던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여 4개월 만에 1억 마리 이상이 살처분되었다. 국제 시장에서 돼지고기 가격은 30% 이상 급등했고, 중국은 돼지고기를 긴급 수입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미국 정부 의도에 의한 것일 수 있음이 대표적 'bio-geopolitics' 형태로서 미국 내에서 제시된 바 있다. 이는 과거 미국과 대립하던 쿠바에서 돼지열병이 유행했던 상황과도 다르지 않다고 보여진다.
비록 생태계 내에서의 자연 돌연변이 발생과 인공적인 생물무기 간의 구별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지만, 아프리카 풍토병에 가까운 ASF가 2007년에 재차 유럽에 들어온 곳이 우연히도 2018년 73명의 사망자를 낸 죠지아 공화국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 후 서쪽으로 전파되던 ASF가 마침 미중 무역 대립이 심하던 2018년에 갑자기 방향을 돌려 동쪽으로 이동, 중국에서 창궐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사람 아니라 동물까지 살상하는 생물무기 활용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 범위가 넓을 수 있다.
특히 생물무기가 같은 대량살상무기인 독성 화학물질이나 핵에 비해 이처럼 선호되는 것은 셍물무기 사용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발생한 새로운 유행병의 병원체가 자연계 내의 돌연변이가 아님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또 특정국의 생물무기 개발프로그램을 확인하는 것은 그나마 여러 요소를 종합해야 판단이 가능하다. 평소에는 제약, 농약, 식품 회사 등의 합법적인 형태로 사용되기 때문에 주변이나 목적에 비추어 과도한 생산 시설과 강화 저장 시설 여부 및 외부인 출입 금지 등으로 추정하게 될 뿐이지 누구도 확증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특징 때문이다.
한편 인류의 생물무기 사용은 선사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지만, 한국과 연관된 미국의 생물무기 개발 연구는 일제의 731 부대로부터 시작된다.
1930년대부터 수천명을 대상으로 잔학하고 치명적인 생체 실험을 통해 생물무기 개발을 해 온 일제 731 부대의 실험 결과를 넘겨 받는 대가로 미국이 731부대의 총괄자인 이시이 시로와 관련자들을 사면해 주고, 그들을 보호한 것은 1999년 되어서 미국도 공식 인정한 바 있다. 이렇게 731부대의 생체실험 자료를 확보한 미군은 이를 5년 뒤 발생한 한국전쟁에서 생물무기로 적용했다.
생물무기 논란이 늘 그렇듯이 미국은 아직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 있지만, 당시 중공과 북조선인민공화국의 요청으로 이뤄진 국제조사단의 공식 결론은 미국이 탄저, 페스트, 콜레라 등 여러 종류의 생물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되어 있다.
영국의 유명한 과학자인 조셉 니덤이 이끈 국제조사단에는 스웨덴, 프랑스, 이탈리아, 브라질 과학자뿐만 아니라 일제의 731부대를 조사해 기소했던 소련의 베레즈니코프 박사도 있었다.
2017년 되어 일반인도 접하게 된 니덤보고서의 원본과 2013년 기간 만료로 공개된 CIA 극비 감청 기록에 근거할 때, 미군은 731부대가 연구한 방식으로 세균전을 실행했다. 특히 1952년 한국과 만주에서 세균전이 본격화되기 전에 이시이 시로가 한국을 두 차례 연속 방문했고 체류까지 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전쟁 상황에서 확보한 생물무기 정보를 자체 개선해서 더욱 강력한 생물무기로 개발하는 미국의 전략은 지난 1990년대 중동 걸프전 후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생물무기 시설을 최종 해체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후세인의 생물실험실에서 획득한 탄저 계열 병원체(Bacillus thuringiensis Al Hakam)를 10여 년 동안 자체 분석하고 개선한 후, 최근 들어 미 국방부가 연방정부 지원 야외 실험을 진행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살아 있는 탄저균 반입으로 인해 알게 된 국내 미군의 첨단 생물무기체제인 JUPITR와 CENTAUR 체제다. 이미 여러 곳에서 언급했기에 상세한 언급은 생략하지만, 전자는 2009년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미국의 생물방어전략으로서 지시했고 그에 따라 전 세계 미군 생물무기 대응 체제의 핵심으로서 2013-2018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본격적인 현장 접목을 위한 체제인 후자는 개발은 2019년 국내에서 첫 시작되어 지난 2020년에 기본형이 되었다. CENTAUR의 최종 완성은 2026년까지 진행되는 국내 실험에 의해 마무리될 예정이다.
특히 주피터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생물실험실과 연계되어 각 지역의 생화학병원체 검출 및 시료가 국내로 보내져 취합되고, 분석 실험 및 평가가 이뤄지지고, 그렇게 얻은 정보는 미 본토와 세계 각 미군에게 공유되는 체제다. 이 점에서 우크라이나 생물실험실 상황은 우리와도 직결되어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처럼 국내에 자리잡고 있는 미군 최첨단 생물무기 시설은 일제 731 부대 생물무기뿐만 아니라 중동 생물무기와도 연결되어 있으며, 미국이 전 세계 25개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비밀 생물무기 연구소와의 통합 체제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비록 금지되어 있으나 어느 나라나 열심히 개발 중인 생물무기이며, 각국은 이에 민감하다. 중국과 미국이 코로나19 기원을 서로 상대방의 생물실험실로 지목하며 논란이 있을 때, 중국은 한국 내 미군 생물무기 시설도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의 생물실험실 논란이 말해주는 것은 한반도 내의 미군 최첨단 생물무기 관련 시설이 또 다른 한반도 전쟁 위험성의 요인이 됨을 의미한다. 선제 타격을 한다는 대선 당선자의 발언이 더욱 위험하게 들리는 이유다.
* 위 글은 <성찰과 전망> 32호, p52-67 (2020)에 출간된 저자 발표 내용을 보완·첨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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