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1일(현지시간) 피치는 미국 장기 외화 발행자 기본 등급(IRD)을 이처럼 하향 조정했다고 밝히고 그 주요 배경으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재정 악화와 증가하는 일반 정부 부채 부담"을 꼽았다.
다만 향후 미국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에서 '안정'으로 조정됐다. 당분간 신용등급의 추가 하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정부 골머리를 앓게 만든 정부 부채 급증이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핵심 원인이었다. 지난 6월 미국 여야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부채한도를 2025년 1월까지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피치는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미국 정부의) 재정 및 부채 문제를 포함해 지배구조 기준이 꾸준히 악화"했고 "(여야의) 정치적 대립과 결의안은 (미 정부) 재정 관리에 관한 신뢰 약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치는 미 정부의 "복잡한 예산 처리 절차와 몇 가지 경제적 충격, 감세 및 새로운 (재정) 지출안이 지난 10년간 이어진 부채 증가"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피치는 미국 일반정부 재정 적자가 작년 국내총생산(GDP) 3.7%에서 올해는 6.3%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 정부 및 지방 정부의 경우 작년에는 GDP 0.2% 수준의 소규모 흑자를 봤으나 올해에는 GDP 0.6% 수준의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피치는 내다봤다. 피치가 제시한 예상 안은 미 일반정부 적자가 내년에는 GDP의 6.6% 수준으로, 내후년(2025년)에는 6.9% 수준까지 커지는 것이었다.
피치는 2020년 팬데믹 당시 122.3%까지 상승한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 비율은 이후 줄어든 적자와 상대적으로 높았던 명목 GDP 성장률에 의해 낮아졌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112.9%로 여전히 2019년 팬데믹 이전 수준인 100.1%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 비율은 더 내려가지 못하고 2025년에는 118.4%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로 인한 사회 보장 및 메디케어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 문제를 해결할 중기 재정 계획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 또한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원인으로 꼽혔다.
피치는 "재정 정책의 개혁 없이 맞을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는 노인에 대한 (정부) 지출을 늘릴 것"이라며 지출에 대한 이자 비용이 2033년까지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해 GDP의 3.6%에 달할 것이라는 미 의회예산국(CBO) 전망 자료를 인용했다.
피치는 이 같은 점에 더해 "신용 대출 기준 강화와 기업 투자 약화, 소비 둔화"로 인해 미국 경제가 올 4분기에서 내년 1분기에 거쳐 "완만한 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미국의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작년 2.1%에서 올해 1.2%로 둔화하고 내년에는 0.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더해 피치는 미 연방준비은행(Fed, 연준)이 현 최고 5.5%까지 끌어올린 기준금리를 오는 9월 한 차례 추가 인상해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5.7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연방금리 인하는 적어도 내년 1분기 중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피치는 내다봤다. 이 같은 경제 및 금융 조건에 더해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연준의 조치가 미국 금융 여건의 긴축을 이끌고 있다고 피치는 분석했다. 관련해 피치는 "올해 1월 이후 연준 대차대조표에서 모기지 담보 증권과 미 국채는 올해 7월 말 현재 500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피치의 이번 조치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이 미칠 우려가 커졌다. 당장 2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피치와 무디스, S&P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2011년 8월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S&P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자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이제 3대 평가사 중 무디스만이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Aaa)으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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