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여야 지도자로 대면한 두 사람은 민생과 일부 원내 현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쌍특검법'과 같은 민감 사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면전에서만 언급을 피했을 뿐, 두 사람은 면담 전후로 "협치 마인드가 없다"(이재명 대표), "쌍특검법은 악법"(한동훈 위원장)이라며 여전히 대결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취임 인사 차 국회 본청 내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해 약 10여 분 간 이 대표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간 공식석상에서 서로를 향해 날선 발언을 주고 받았던 두 사람은 상견례 자리인 만큼 공격적 언어를 자제하고 서로에 대해 예를 갖췄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을 직접 이끌어 자리로 안내하는가 하면, 사회자가 한 위원장을 호명하자 "환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가 인사할 때 몸을 틀어 이 대표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 대표는 당장 이날 면담에 앞서 열린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위원장을 향해 "협치 그런 것은 아예 마인드에 없는 것 같다"며 지적했고, 한 위원장은 취임 직후 이 대표를 향해 '검사 사칭 절대존엄'이라며 맹비난한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먼저 발언에 나선 한 위원장은 "급작스럽게 취임하게 돼 굉장히 경황 없는 상황에서 말씀을 올렸는데도 흔쾌히 빨리 일정을 잡아주셔서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며 "환대해 주셔서 이재명 당 대표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서로 다른 점도 분명히 많이 있겠지만 국민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제가 처음 대표님을 뵈러 온 것이기 때문에 대표님 말씀을 많이 듣고 가겠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님 취임과 방문을 환영하고 축하드린다"며 "하실 수 있는 일 또 하고자 하는 일들 제안해 주시면 저희가 가치적으로 대립되는 게 아닌 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책임 지고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역할"이라며 "우리가 비록 약간 다른 입장에 있다 할지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은 국민이 맡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일국의 집권 여당을 대표하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아마 큰 포부도 있을 것이고 앞으로의 계획도 있을 것인데 국민의힘이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해 민주당은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실 수 있는 일, 하고자 하는 일들을 제안해 주시면 저희가 가치적으로 대립되는 게 아닌 한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제가 구체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협력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 하나 드린다"고 했다.
이어 "또 하나는 전세 사기 특별법 문제"라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셔서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선구제를 해주고 일부나마 후에 구상권 청구하는 방식들에 함께 참여해주셨음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두 사람은 뒤이어 10여 분간 진행된 비공개 면담을 통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선거법 개편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데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한 위원장은 면담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도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무용한 힘 겨루기라든가 감정 싸움을 하지 말고 결정할 게 있으면 저랑 둘이 신속하게 결정하자고 (제가) 했다"고 말했다.
면담 자리에 배석한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 선거제도와 관련해 조속하게 결정을 내리자는 취지의 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여야 간 최대 쟁점 사안인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권 수석대변인은 "기본적으로 덕담 주고 받는 자리였다"면서 "(두 사람의 대화 중에) 특검의 ㅌ자도 안 나왔다. 백드롭(뒷걸개)에만 있었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나 면담이 끝나자마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쌍특검법에 대해 "악법"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 위원장은 "제가 며칠 전에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 그 법은 총선을 그걸로(특검으로) 뒤덮고 국민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겠다는 명백한 악법"이라며 "(2024년) 4월 9일, 10일에도 종편(종합편성채널) 이런 데서 2시에 생방송으로 때려가지고는 국민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선택을 하겠느냐"고 했다.
한 위원장은 "그대로 통과됐으면 그 법에 대한 거부권은 국민을 위해서 당연한 것"이라며 "그 이후의 절차라든가 어떤 대응이라든가 이런 부분은 상황을 보고 저희가 당에서 잘 정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와 한 위원장의 추가 만남 여부에 대해선 "현안이 생긴다면 여야 간 얼마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분위기는 있었다"면서도 "(추가 만남에 대해) 직접적 말은 없었다"고 권 수석대변인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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