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지 닷새째인 2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희생자 유가족들은 공허한 눈빛으로 쉘터나 의자에 걸터앉아 있었다.
유가족들은 임시 텐트 단위로 모여 아침 식사로 나온 도시락과 라면을 여성·보온 용품 박스를 식탁 삼아 끼니를 해결했다.

전날 추모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공항 내에는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조문객들의 눈물이 애써 아픔을 참았던 유족들을 다시슬픔에 잠기게 하기도 했다.
실제 전날 오후 8시께 일반인 조문객들을 받지 않겠다는 내부 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어머니를 잃은 김모씨(23)는 "유족들이 슬픔을 겨우 다잡았는데 외부에서 온 분들이 울음을 터트리면 슬픔이 다시 전염된다"며 "분향소가 공항에만 있는 것도 아니니 방문을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족 김경학씨(61)는 "공항에 와서 찬송도 부르고 예배도 드리는 교회도 있었다"며 "감사한 일이지만 비신도도 있는 만큼 공항에서는 자제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유족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가족 단위 희생자가 많아 장례식 절차도 문제였다. 일가족 단체 장례식을 하는 것도 어렵고 유족들간 장례식장 장소를 정하는 것도 어려웠다.
A씨는 "가족 3명 장례식을 치러야 하는데 감당하기도 보통 일이 아니다"며 "아무튼 언젠가 장례는 해야 할텐데 문제다"고 말했다.
김경학씨는 "사위 가족은 장례식을 직장생활했던 목포에서 하자고 하고 우리 딸은 광주시민이니 장례식은 광주에서 열고 싶어한다"며 "그렇다고 두 군데서 할 수도 없고 한꺼번에 해야 할텐데 큰 일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2일 오전 9시30분 기준으로 179명의 희생자 중 24명이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수습당국은 1000여건의 유류품 수거를 마쳐 유류품 확인을 위해 이날 정오부터 유가족들은 버스에 탑승해 보관장소로 가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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