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함께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더불어민주당 양지 텃밭인 전북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입지자들이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입지자들은 조기 대선을 사실상 현실로 예상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 올인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나가는 이른바 '대선 지렛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예전 같으면 지방선거를 앞둔 전년도 설 연휴부터 언론의 여론조사에 대비한 '공중전'을 펼치다 'D-1년' 시점부터 본격적인 지선 행보에 돌입하는 '지상전'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유력해진 올해의 경우 '대선 시간표'에 맞춰 큰 선거에 총력을 기울인 후 이를 토대로 자신의 지선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하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탄핵 국면에서 민주당 1극 중심의 지역정서가 더 강해진 만큼 차기 지방선거의 민주당 공천권 확보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조기 대선을 전제로 할 때 지방선거 입지자들은 은밀하게 자신의 지지세력을 결속하면서 대선에 온몸을 던지는 이른바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술을 펼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대선 기여도가 중요한 만큼 '대선 역할론'이 당 공천의 가늠대로 작용할 수 있어 공천 경쟁은 더욱 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도지사 선거의 경우 김관영 현 전북자치도지사와 기초단체장 3선의 정헌율 익산시장, 3선의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 민주당 사무총장의 중책을 맏고 있는 김윤덕 의원(전북 전주갑),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을 역임한 3선 출신의 김춘진 전 의원, 김성주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 도지사 후보군은 대통령 탄핵이 우선이라며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김관영 지사는 재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군주민수'(君舟民水), 즉 군주가 배고 국민이 물이다. 물은 군주를 띄울 수도 있지만 엎을 수도 있다"는 말로 민심을 강조한 후 "적절한 시기에 말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탄핵 국면에서 전북 시장군수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강성 발언을 쏟아내 '탄핵투사'란 닉네임을 얻은 정헌율 익산시장의 경우 출마 여부 자체를 언급하지 않다가 최근 출입기자 간담회 석상의 질문에 "요즘 들어 더 많은 사람이 차기 도백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우회했다.
지난 8회 지선에서 김관영 지사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3선의 안호영 의원 측도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탄핵 국면에 돋보이는 역할을 보여준 민주당 사무총장의 김윤덕 의원(3선)은 "벌써 지선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선을 그었고 김춘진 전 의원 역시 "시대엔 흐름이 있다. 그 흐름 속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5선의 정동영 의원(전북 전주병) 행보도 지역정가의 관심사인데 최근 주변인의 출마 가능성 여부 타진에 '하하' 웃으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재선의 이원택 민주당 전북자치도당위원장과 김성주 전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출마 쪽에 무게를 싣지 않은 모습이란 주변인의 전언이다.

차기 도지사 후보군의 입장이 단호한 이유는 탄핵 정국의 엄중함과 함께 향후 정국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형세'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 입지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도전자들의 경우 정국의 혼돈이 계속 되고 있는 만큼 대선 역할론을 고민하며 권리당원의 민심을 껴안을 방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22대 총선에서 대파란을 일으켰던 조국혁신당 전북자치도당의 경우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 선거에서 의미 있는 당선을 목표로 인재영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22대 총선 당시에 비해 최근 전북에서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사정의 좋지 않아 내부 고민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16 재보선에 참패한 이후 조국 전 대표마저 구속되며 동력을 잃고 지지율 하락까지 겹쳐있지만 지방의원 선거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인재를 적극 발굴해 그 훈김을 위로 확산해가는 이른바 '보텀 업(bottom up)' 방식의 인물 새판짜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전북자치도당은 비상계엄와 탄핵 국면이 이어지며 가뜩이나 좁아진 보수의 영토가 더욱 위축될까 우려하는 상황에서 향후 정국을 주시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보수 진영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차기 지방선거를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당 지지율 상승세에 한 가닥 희망을 걸며 민심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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