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K씨는 당초 수도권에서 취업하려던 계획을 바꿔 고향인 전북 익산에서 창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서울로 올라가 직장을 잡는다 해도 주거비와 교통비 등으로 월 200만원 정도를 써야 한다"며 "차라리 고향에서 식품 분야 창업을 해 돈을 적게 벌더라도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년 전 대학을 졸업한 S씨(25)도 "서울은 직장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만 제반 비용을 고려할 때 큰 메리트가 없다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이라며 "주변 친구들도 전북에서 취업 기회를 찾고 있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을 꿈꾸는 MZ세대들이 무작정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수도권을 향해 짐을 싸는 풍조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다.
수도권에는 취업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만 주거비와 생활비 등이 만만치 않은 데다 삶의 질을 꿈꾸기도 힘들어 차라리 비수도권 등 지방에서 취업이나 창업을 하겠다는 '취·창업 바람'이 불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1~2월만 되면 비수도권 젊은이들이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대거 보따리를 싸는 풍경이 반복됐지만 최근에는 20대의 '향(向) 수도권' 인구 유출도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국내 대표적인 도농 복합도시인 전북 익산시의 올해 1월말 주민등록상 인구는 26만7654명으로 작년 말(26만8001명)에 비해 347명이 줄어들었다.
이는 매년 1월 중 인구가 최근 4년 동안 550여 명씩 격감했던 것과 비교할 경우 '연초 인구 감소세'가 크게 둔화된 셈이다.
익산시 인구는 매년 1월에 절벽처럼 뚝 떨어지는 '전출초과 현상'을 반복해왔다. 2020년 1월에는 730여 명이 격감했고 2023년 1월에도 600여 명이 줄었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20대의 젊은이들이 연초에 대폭 늘어나 전체 인구감소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1월에는 최근 5년 새 처음으로 감소 폭이 340여명대로 뚝 떨어졌고, 이 중에서 20대 인구 감소는 255명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풍조로 해석되고 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20대 인구가 종전보다 덜 빠져 나간 것이 전체 인구 감소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이라며 "철도 이용이 편리하고 식품과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의 기반도 잘 갖추고 있어 MZ세대들이 고향인 익산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여기다 익산형 특화펀드(76억원) 등 청년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집중 지원에 나서고 청년식품 창업센터 등 최대 200여개의 창업공간을 마련하는 등 청년 일자리 천국을 조성하려는 정책적 노력도 청년들의 대거 유출을 차단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익산시는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다면 상환의 부담이 없는 투자지원을 통해 실패의 두려움 없이 청년 창업가의 꿈을 장려하는 '청년 취업 올케어'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청년 주거사다리를 통해 내 집을 마련할 때까지 단계별로 지원하고 있어 MZ세대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년들의 꿈을 실현하는 '청년 천국'을 만들겠다"며 "청년 유출로 얇아진 인구 허리를 다시 단단히 만드는 정책이 올해 핵심 비전인 만큼 단계별 지원체계를 갖춘 '청년 창업 혁신 거점'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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