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과 서울의 '양자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선정이 오는 28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공동개최 가능성도 얇아짐에 따라 '10일의 외다리 승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대한체육회(회장 직무대행 김오영)는 17일 오후 2시 서울올림픽파크텔 서울홀에서 제38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2036 하계올림픽대회 국내 유치 신청도시 평가결과 등 4개의 안건에 대해 심의했다.
이날 전북과 서울 등 하계올림픽 유치희망 도시 평가 결과 심의과정에서 전북과 서울의 '공동개최'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었지만 추가 안건 상정을 위한 의사정족수 부족으로 공식 안건으로는 상정되지 못했다.
하계올림픽 원 포인트 올인 필요
이로써 전북자치도는 '전북 단독개최'를 위한 표 대결에서 절대우위를 점하는 외길 승부만 남아 있다는 비장한 심정으로 향후 열흘 동안 판세를 일거에 뒤집는 명승부를 겨루야 할 것이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의 과제는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루고 오직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의 원 포인트 행보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도지사의 하루 일정은 분(分) 단위로 쪼개져 있어 적게는 15개에서 많게는 20~30개에 육박한다. 외부인사 접견부터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하고 만나야 할 각계 인사도 줄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서울시와의 올림픽 유치 경쟁을 치르기란 쉽지 않다. 모든 일은 선후가 있고 타이밍이 중요하다.
김 지사 말대로 하계올림픽 유치가 전북의 자존심을 되살리고 미래로 나가는 '절대 기회'라면 열흘 쯤은 도정을 시스템에 맡겨 두고 현안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도지사가 모든 걸 걸고 뛰어야 표를 가진 대의원들을 감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관영 지사는 "모든 답은 현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절박함에 있다"고 말했다.
당장 18일부터 모든 시간표를 '하계올림픽 유치'에 맞추고 절실한 마음으로 유권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호소하고 국가와 지방을 위해 중요한 선택을 귀하게 써 달라고 읍소해야 할 것이다.
최악을 가정한 시나리오 대응 절박
두번째 과제는 '시나리오 대응'이다.
대한체육회 이사회는 17일 심의사항 4번째 안건으로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유치 신청도시 평가 결과를 상정했다. 평가위원회가 전북과 서울 등을 평가한 결과가 이사회에 보고됐고 2곳 모두 경쟁력을 인정받아 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전북과 서울의 공동 개최안이 '제3의 안건'으로 제시됐다. 여기까지는 전북과 서울이 예측한 바이다.
하지만 3명의 이사가 자리를 뜨면서 17명의 이사만 남아 '공동개최' 안건 상정은 불발됐다.
이사회에 새로운 안건을 상정하려면 출석이사 전원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20명의 출석이사 중 3명이 이석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해 혼선이 빚어졌다.
향후 10일의 대전쟁에서도 어떤 변수가 어느 시점에 어떻게 작동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비밀투표의 결과도 뚜껑을 열기까지 예측불허이다. 이중삼중의 시나리오를 짜고 표 계산도 철저히 하며 표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북도는 향후 열흘 동안 예측 가능한 모든 돌발 변수까지 고려해 '10일의 전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전 세계인들은 '코리아'라고 말하면서 '서울'이나 'K-컬처'를 이야기한다. 한(韓) 문화의 발상지인 전북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위협 요인에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관 극복하는 '정면돌파'의 뚝심
세번째 과제는 각종 난관을 극복하는 '정면돌파'의 뚝심이다.
서울시는 이미 2022년 10월에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의사를 표명하고 각종 업무협약과 시민 인식조사, 사전타당성 조사 등에 나서왔다. 이에 비해 전북의 출발은 다소 늦었고 경쟁력 또한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전북이 왜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는지, 그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지 36개 종목 대의원들을 직접 만나 정면돌파식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다.
IOC의 올림픽 기조는 대도시에서 지방도시로, 단독보다는 공동개최로 방향이 변하고 있다.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는 호주의 대도시인 시드니나 멜버른이 아닌 지방 도시 '브리즈번'이 선정됐다.

인구 263만명(2022년 기준)의 브리즈번은 관광도시라는 점에서 전북과 닮은꼴이다.
이미 올림픽을 개최한 경험이 있는 시드니와 멜버른을 뒤로 하고 신생 브리즈번을 선정했다는 점은 주변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IOC가 지향하는 '연대를 통한 비용 절감'도 전북이 탁월하다. 하계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들 입장에서도 전북은 한국의 'K-컬처'를 만끽할 수 있는 본향이라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암암리에 제기하는 새만금잼버리의 '전북책임론'에 대해서는 '회칠한 억울한 공세'임을 설명하면 될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강현욱 도지사는 새만금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전북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릎이라도 꿇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이런 결사항전의 자세로 남은 열흘을 뛴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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