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출신의 한 전직 국회의원이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4기 민주정부의 과제에 대한 근본 고민"이라고 주장해 지역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재선 출신의 김성주 전 의원(더불어민주당, 19·21대)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인 장문의 글을 올렸다.

'민주당은 중도 보수정당'이라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라고 시작한 글은 '언론은 '우클릭'이라고 표현했고 국힘에서는 위장 보수라고 즉각 비난에 나섰고 민주당 일부에서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로 이어진다.
전북 전주병 지역구에서 두 번의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성주 전 의원은 "사실 민주당은 진보정당도 보수정당도 아닌 중도에 속한다"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중도 리버럴 정당'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3번의 민주당 정부는 진보를 지향하지만 실제는 보수에 가까운 정책을 펼쳐온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김대중 정부는 IMF권고를 받아들여 혹독한 기업구조조정을 시행했고 노무현 정부는 한미 FTA체결 등 통상개방국가의 길을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이제 공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정부 보다는 민간과 시장의 역할을 더 중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으며 "좌측 깜박이 켜고 우회전했다"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있기도 했다.
김성주 전 의원은 "과거 TV인기 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에서 핀란드 출신 따루는 '한국의 좌파는 핀란드 우파 같아요'라고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며 "왜냐하면 한국 진보정당의 주장 정도는 핀란드에서는 우파정당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럽의 기준에서 보면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경화된 사회라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그러나 민주당은 진보정당의 역할이 미약한 상태에서 진보세력의 목소리도 대변해야 했고, 최근 자칭 '보수'정당의 급속한 극우화로 인해 보수적 목소리도 수용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주 전 의원은 이 대목에서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해왔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보면 저소득, 저학력층보다는 고소득, 고학력층의 상대적 지지가 높은 편이다. 민주당은 노골적인 '부자' 옹호정당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자를 비난하거나 배척하지도 않는다. 노조의 이익을 대변해왔다고 공격을 받아왔지만 사실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더 노력한 것이 사실이다."

말로는 서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민주당이 '진보정당'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성주 전 의원은 "특히 민주당 정부가 주거, 노후, 의료, 교육 등 사회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한 고민과
과감한 실천을 보여줬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최근 계엄사태와 탄핵 국면에서 한국 사회는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며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민주당의 정체성 논쟁보다 4기 민주정부의 과제에 대한 근본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먼저 3번의 민주정부의 성과와 함께 한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할 것"이라며 "김대중 정부의 디지털 정보사회로의 전환과 IT강국 건설, 노무현 정부의 개방국가 추구와 균형발전 추진, 문재인 정부의 복지 확대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들이 성과를 거뒀지만 국민의 삶을 의미있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지는 못하다"고 '경제' 문제를 지적했다.
김성주 전 의원은 "자본주의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불평등과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인한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민주당 정부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되묻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활력을 혁신의 힘으로 만들어내면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을 다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장문은 "선거에서는 중도, 보수를 아우르는 확장 전략이 필요하지만 선거 이후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탄핵 이후 다가오는 대선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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