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다가오면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북 90% 몰표' 주장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강하게 대두하고 있어 향후 민주당 독점구도의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전북 90% 몰표' 주장은 지역 내 친명 최대 조직인 더민주 지역혁산회의 출범식에서 최근 불거졌다.
강충상 전북혁신회의 상임대표가 지난 22일 전북 완주군 봉동농협에서 개최한 '더민주 완주혁신회의 출범식'에서 "12.3 내란 이후 가장 모범적인 활동을 해 온 완주혁신회의가 차기 대선에서 전북 지지율을 90%로 끌어올리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한 것이다.

서남용 완주혁신회의 상임대표도 "완주군 내 13개 모든 읍·면·동 조직을 완료한 지금 향후 100명의 상임위원과 1천명의 혁신위원을 조직해 이재명 대표로의 정권교체에 맨 앞에 설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더민주 전북혁신회의는 정당민주주의와 정권교체를 내세우며 지난해 출범했으며 전북 14개 시·군 600여명의 상임위원과 2500여명의 혁신위원 등 총 31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2월말까지 읍면동혁신회의 결성과 1만 회원 조직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친명 조직의 '전북 90% 몰표' 주장은 향후 조기 대선이 가시화할 경우 진보와 보수의 치열한 진영 대결이 불을 뿜는 등 51대 49의 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번 대선은 진영 싸움이어서 50대 49 박빙의 승부로 호남이 가장 중요하다"며 "호남에서 지지율이 90% 이상 나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북의 민주당 몰표 현상은 그동안 여러 선거에서 예외없이 재현됐다.
지난 네 차례의 대선과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진보진영 후보에 80% 이상 표를 몰아주는 대결집의 모습을 보여줬다.
2007년에 치러진 17대 대선의 경우 전북 출신의 대선 후보인 정동영 대통합민주당 대선 후보에 81.6%의 '몰표'를 던진 반면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는 9.0%의 한 자릿수만 허용했다.
5년 뒤에 치러진 18대 대선에서도 당시 여당 후보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는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인 13.2%를 표를 줬지만 야당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86.2%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 진보정치 1번지를 과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64.8%를, 제3의 정당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23.8%를 각각 안배하는 등 식지 않은 민주당 사랑을 과시했다.
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83.0%의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등 지난 네 차례의 대선에서 19대를 제외한 세 차례에서 민주당 후보에 80% 이상의 높은 지지를 표출했다.
전북은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10명의 후보에게 총 81만8200표를 몰아주는 등 투표인수(102만2300표) 대비 80%를 특정정당 후보에 몰아주는 등 '묻지마 몰표'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면에는 변화의 열망도 강하게 저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북의 특정정당 후보 몰표와 독식 구조에 대한 피로감과 문제 의식이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 선명하게 확인된 까닭이다.
KBS 전주방송총국이 올해 1월 17일부터 18일까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북특별자치도에 거주하는 만 18살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 여론조사(응답률 15.4%)에 나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의 독점 구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67%를 기록했다.
민주당 독점구도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6%로 응답자 4명 중 1명 꼴이었다.
독점구도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30대와 50대, 60대에서 모두 70%를 기록하는 등 20대와 40대를 제외한 전 세대에서 엇비슷하게 높게 나왔다.

눈에 띄는 점은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59%가 "민주당의 독점 구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점이다. 민주당 지지층 10명 중에서도 6명 가량이 스스로 '독점 구조'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무작위 추출을 전제할 경우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허용 ±3.1%포인트이다. 여론조사 전체 질문지는 중앙선거 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북 보수 진영의 K씨는 "민주당 일색의 전북 정치에는 경쟁과 감시는 없고 중앙당 눈치보기만 있을 뿐"이라며 "이러다 보니 선거가 없는 평소엔 유권자들은 가볍게 보고 자신의 지지층 외에 나머지 주민들은 무시하는 등 독점의 폐해가 끊이지 않아 변화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북 정치의 권력이 바뀌지 않았고 몰아주기 표 행태도 변화할 기미가 없어 무능과 비효율, 갑질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독점구도의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는 말이다.
K씨는 "민주당 독점 구도의 문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변화의 모멘텀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며 "다만 어떤 계기로 지역민들의 내재적 변화 열망에 변화의 불을 댕길 경우 전북정치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민주당 소속 지방의원의 갑질 논란 등이 전북 민주당 지지율 견인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변화를 희망하는 기대감은 자기 실현성이 있다는 점에서 전북 민주당은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국면 이후 전북민심이 독점구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일지 변화를 추구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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