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주년 3.1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조선인에 대한 사상검열을 목적으로 군(郡) 지역의 출판·인쇄물까지 사전 검열한 후 표지에 굵은 빨간색의 'X'자를 표시해 반려한 자료가 공개됐다.
28일 익산시에 따르면 1930년대에 조선총독부 경무국에서 출판인쇄물을 검열하는 과정에서 통과하지 못한 '익산군지(益山郡誌)' 검열본을 보면 책 표지에 빨간색의 굵은 'X'자를 표시해 반려된 인쇄물임을 나타냈다.
'익산군지' 검열본은 소기영(蘇祈永)이 필사하여 조선총독부에 제출했으나 검열에 통과하지 못하자 1932년에 다시 허가를 신청해 발행한 현재의 익산군지 인쇄본의 원고본이다. 표지에는 '출판허가' 직인과 손으로 기록한 날짜 등이 써 있다.

일종의 '인문 지리서'인 이 책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부터 전북 익산 지역의 인문 지리적 사항에 관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으며 1931년에 출판 허가가 나서 이듬해에 발행됐다.
현재의 익산시에 해당하는 당시 익산군 지역의 역사와 지리·행정·인물·유교의 사우 등에 대하여 두루 다루고 있다.
저자이자 발행인인 소기영은 익산 출신으로 호는 정산(情山)이고 고종 때에 정삼품 통정대부(通政大夫), 경궁참서관(慶宮參書官) 등을 지낸 인물로 전해진다.
'익산군지'의 표제는 노란색 표지에 가로글씨 한문 인쇄체로 '익산군지(益山郡誌)'라 되어 있다. 판권에는 1932년에 인쇄·발행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발행소는 익산읍지중간사무소(益山邑誌重刊事務所)이다.
조선총독부 경무국에서 반려된 검열본의 생산일은 1931년 11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지(郡誌)의 중간에는 우측 위에서 좌측 아래로 빨간색으로 사납게 내리 그은 불허 표시가 되어 있는 등 조선총독부가 책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세밀하게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선인에 대한 사상검열을 목적으로 한 일제의 출판·인쇄물 검열이 군(郡) 지역의 기록물까지 일일이 살펴봤다는 점에서 일제의 악랄한 검열 만행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익산시의 한 관계자는 "검열본은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출판물 검열이 얼마나 심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며 "3.1절을 앞두고 일제의 악독하고 잔인한 검열 만행을 보여주기 위해 '익산시민역사기록관'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익산시 평동로에 있는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은 지난해 12월 개관한 기록문화공간으로 △시민역사기록관 △기록실감창고 △기록우체국으로 구성돼 있다. 익산시민들이 지난 2021년부터 기증한 9000여 점의 기록물을 전시·교육·체험으로 만날 수 있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의 홈페이지는 '일제 강점기'의 익산지역내 오랜 건물 모습을 담은 사진과 각종 기록물, 문서, 박물 등 150여 점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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