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전북과 비수도권 연대가 그 여세를 몰아쳐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로 '도전 릴레이'의 바통을 넘기게 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하계올림픽의 전북 후보지 선정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 정신에서 비롯됐다. 김관영 전북지사와 정강선 전북체육회 회장은 2년 전에 비상한 모의를 하게 된다.
'실현 제로'에 가깝다는 당시의 세평을 뒤로 하고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선정에 도전했고 방심한 서울을 일거에 제압하고 49대 11로 전북이 완승했다. "어떻게 전북이 서울을 이기겠느냐?"고 절로 고개를 숙였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과실이다.

이런 도전에 나선 또 한 사람이 바로 최경식 전북자치도 남원시장이다. 경찰청의 후보 부지 공모에 신청서를 낼 때만 해도 최 시장의 도전은 '무모함' 그 자체로 주변은 평가했다.
중앙경찰학교가 이미 충북 충주에 있고 경찰인재개발원과 국립경찰병원 등 경찰의 교육·연수시설도 충청권에 편중돼 있어 당연히 충청권이 유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다.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를 위한 공모에 전국적으로 무려 47개 기초단체가 신청서를 내며 대거 몰렸다. 전국 228개 기초단체 중 무려 20.6%에 달하는 지자체가 운집한 대혈투였으니 패배의 두려움은 당연했다.
이것만 보면 최경식 남원시장은 도전장을 내지 말았어야 했다. 실제로 전북 14개 기초단체 중 '제2중경' 유치를 위한 신청서를 낸 곳은 남원시가 유일했다.
하지만 최 시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은 두려움의 건너편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남원은 대한민국 영호남을 잇는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남부권과 서부권 경찰관들이 편리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원칙이 최경식 남원시장의 도전 열차를 멈추지 않게 만든 뜨거운 연료였다. 이는 작년 9월에 발표된 '1차 후보지 3곳'에 남원시가 충남 아산시·예산군과 함께 포함되면서 "최 시장이 옳았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사실 최경식 시장이 '믿는 구석'은 또 하나 있었다.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된 국가 인프라를 남부지역으로 확산하고 남부권 지자체의 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적 과제인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은 그 자체가 '사람'과 '상권'의 유인 요인(要因)이다.
한해 5000명 가량의 경찰관이 장기교육을 받는 까닭이 이를 유치한 지자체는 지역상권 활성화는 물론 경제 전반의 활력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공모에 47곳이 너도나도 신청서를 낸 배경도 바로 이런 경제적 파급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쇠락해 가는 상권은 최 시장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2018년 2월말 4년제 종합대학인 서남대가 폐교에 들어가며 상흔이 너무 컸다.
2022년 7월 1일 민선 8기 제10대 남원시장으로 취임한 그는 '문화와 미래산업으로 도약하는 남원, 시민이 행복한 새로운 남원을 만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제2중앙경찰학교는 이런 남원의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디딤돌이었다.
최경식 남원시장의 도전은 1차 후보지 3곳 압축과 함께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예선보다 더 치열한 본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로 여야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에 나섰다.

영호남 연대의 큰 그림은 작년 9월 말에 광주와 전남·전북·경북·경남 등 영·호남 5개 시도지사가 함께 '제2중경'의 남원 유치라는 공동 성명을 이끌어내며 윤곽을 잡았다.
최 시장은 곧바로 10일 뒤인 10월 10일에는 대구시청을 방문해 홍준표 대구시장과 함께 '제2중앙경찰학교 남원 유치'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등 '화룡(畫龍)'의 '점정(點睛)'을 찍어 6자 연대의 청사진을 마무리했다.
그야 말로 영·호남 6개 시도가 국가기관의 남원 유치에 한 목소리를 내는 새로운 역사의 이정표를 기록한 순간이었다.
최경식 남원시장이 이 순간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과 함께 찍은 한 컷의 사진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최 시장의 얼굴엔 입꼬리가 승천하듯 올라가 있다.
처음엔 '무모했던' 최경식 시장의 도전은 이제 "당위성이나 경제성, 균형발전 등을 검토한다 해도 남원이 최적지"라는 여론 확산의 수준에 올라 와 있다.
전북 입장에서 보면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선정이나 제2중앙경찰학교 3곳 후보지 결정은 3개의 교집합을 갖고 있다. △단체장의 과감한 도전 △균형발전의 정당성 △비수도권 연대의 승부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러 개의 집합이 그들 모두에 동시에 속하는 원소들로 이뤄진 집합이 '교집합'이다. 교집합은 모두의 것이고 모두가 함께 할수록 커지게 된다.

함께 하면 승산이 높아진다.
2036년 하계올림픽 전북 유치는 세계 10개 나라 후보지와 경쟁을 해야 하고 제2중앙경찰학교는 충남의 2곳과 정면 승부를 해야 할 운명이다.
영·호남 6개 광역단체의 연대는 교육 수요자인 경찰관 입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남원에 '제2중경'이 들어설 경우 남부권 지자체 소속 경찰관들의 접근성이 월등히 좋은 까닭이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제2중앙경찰학교가 남원에 자리 잡게 되면 경찰인재 양성뿐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의 상징적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신임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배양할 수 있는 경찰인재 양성의 요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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